車선팅 필름 루마(LLumar),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2년01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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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vs 일부 시공점, 가격 놓고 갈등 고조

 자동차 썬팅 필름 브랜드로 유명한 루마(LLumar) 수입사와 일부 시공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루마 필름 공식 수입사인 (주)씨피에프(CPF)는 이미 계약 해지된 11개 시공점이 개별 이익을 위해 루마 브랜드를 훼손하고, 다른 제품을 취급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문제를 조장하고 있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시공점은 논란의 핵심으로 수입사의 폭리를 지적하며, 수입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의 책임을 일부 시공점에 떠넘기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20일 씨피에프와 일부 시공점에 따르면 문제는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당시 미국 금융사태로 환율이 75% 폭등했고, 루마 필름 수입사인 씨피에프는 국내 공급 가격을 18% 인상했다. 그러나 환율이 안정되면 가격을 다시 환원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소비자 가격 29만원의 "윈쿨 78"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 수입되는 제품이 국내에 병행수입되면서 브랜드 혼동이 일자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루마 공식 수입 제품을 "루마 로이드" 상표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 씨피에프는 환율폭등과 미국 제조원 가격 인상이 있었지만 대부분 인상액을 씨피에프가 흡수했고, 시공점과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또한 루마 브랜드 확산에 따른 병행수입업자의 난립과 심지어 짝퉁 필름까지 범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불가피하게 국내 등록 상표인 "루마 로이드"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루마 ATR"로 판매되던 제품은 국내에 "루마 로이드 스타"로 소개됐고, 컬러 필름 등 품질개선 제품은 "루마 로이드 레이벤"으로 변경, 36만원에 판매토록 시공점에 권고했다. 씨피에프는 "공식 수입사로서 제품을 차별화 할 필요가 있었고, 시공점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었다"며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한 공식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를 바꿨는데, 이는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씨피에프 김우화 대표는 "영세한 썬팅 시장을 감안해 시공점주의 생계보호 차원의 적정한 시공마진 보장은 당연한 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각종 마케팅 비용의 수반을 배제하면 곤란하다"며 "동시에 미국에서 수입되는 가격이 올라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경영 행위였다"고 말했다. 나아가 "가격 인상도 승용차 17대에 사용되는 1롤의 인상이어서 실제 소비자 부담은 1-2만원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갈등의 직접적인 발단은 "헬리오스 80"의 공급가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씨피에프가 해당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가격으로 70만원을 권고했던 것. 게다가 씨피에프가 현대모비스에 신차 구입자를 위한 서비스용 필름을 납품하자 일부 시공점들이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일부 시공점들은 씨피에프가 점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며 시공점 협의체를 결성했고, 씨피에프에 시공점 상권보호, 병행수입 근절대책, 모비스 필름납품 중단 등 3가지 사안을 요구했지만 수입사는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으로 판단, 거절했다. 나아가 일부 시공점은 시공 및 제품가격 현실화, 헬리오스 80과 로이드 레이벤 제품 구성 중단 등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공점들은 씨피에프가 요구안 수용을 거부하자 수입사 권고 가격을 무시하고, 현실적인 가격으로 필름 판매에 나섰다. 이른바 제품 및 시공 가격을 내린 것. 이에 대해 씨피에프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이익도 중요하지만 수입사 입장에선 판매점 이익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판매점이 운영돼야 사업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더불어 자체적으로  시공 가격을 인하한 시공점은 본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시공점들은 씨피에프의 이중 가격 체계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수입사가 공식 제품으로 공급하던 "루마 로이드 스타" 대신 "ATR"로 표기, 동일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했다는 것. 쉽게 보면 "로이드" 브랜드만 정식 제품으로 내세우다 뒤늦게 수많은 병행수입을 통해 "ATR" 제품이 유통되자 상표를 다시 "ATR"로 바꾸고,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계약이 해지된 시공점들은 "동일한 제품을 상표만 바꿨다고 가격차를 두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주력제품인 ATR 기준 가격차가 10만원이 넘는 것이 바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씨피에프는 "윈쿨78과 최근 출시한 헬리오스80이 전면용 필름인 AIR 시리즈인 것은 맞지만 윈쿨78은 2008년부터 상반기까지 판매되면서 일부 문제점이 발견돼 제품 회수 및 생산과 판매가 중단된 필름이고, 헬리오스80은 태양광 차단력을 유지하되 컬러와 선명도가 보강된 데다 종전 제품 대비 보증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며 "전체 시공점에 판매된 제품이 아니라 한정적으로 프리미엄숍 등 하이테크 시장을 겨냥한 9곳 시공점에 불과 9롤만 출하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공점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가의 제품을 전국에 유통시킨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더불어 씨피에프는 "신제품 가격정책은 회사의 마케팅 정책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고, 업그레이드 된 제품상황을 고려치 않고 4년 전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2010년 12월에 도입한 로이드 레이벤의 경우 로이드 스타와 같은 제품군이지만 색상필름 시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특히 투과율 10% 제품은 국제공인 TSER(총태양에너지율)도 기존 제품 대비 현저히 향상돼 수입가격 면에서 차이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부 시공점들은 자체 시험 결과 두 제품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는 상표만 바꾸고 가격을 올린 전형적인 양심 위반 행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1개 전문 시공점주들은 수입사를 대상으로 민형사 손해배상청구 및 공정위 등에 가맹사업법 위반행위를 고발 조치했다. 씨피에프가 갑의 지위를 이용, 가격에 반발한 시공점에 불이익을 줬다는 것. 하지만 씨피에프는 "루마 필름의 시공점은 기본적으로 가맹점이 아니다"라며 "제품을 취급할 때 300만원을 받는데, 이는 수입사가 제품의 보증을 위해 필요한 이행보증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시공점들은 "시공점은 동일 표장, 본부의 가격과 품질 관리통제, 가맹 보증금 수령 등 사실상 가맹사업을 했지만 정식 가맹사업등록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며 "계약서 명칭에도 가맹계약서라고 쓰여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시공점들은 2009년 환율이 인상돼 이를 반영한다며 씨피에프가 공급가격을 18% 올린 뒤 환율이 안정되면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통보했지만 정작 2009년 10월 환율이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는 없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씨피에프는 "환율은 안정됐지만 이미 수입한 제품은 환율이 올랐을 때 가져온 것이어서 공급가격이 그대로 유지됐던 것"이라며 "이후 가격을 내리려 했지만 미국 본사가 가격을 올려 수입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맞섰다. 씨피에프 김우화 대표는 "수입사가 미국으로부터 루마 제품을 수입한 뒤 전국 시공점에 공급을 하고, 시공점은 소비자에게 시공비와 필름 값을 받아 판매하는 형태인데, 기본적으로 수입가격이 오른 점을 반영했지만 시공점이 잘되도록 공급가격은 최대한 낮게 가져갔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씨피에프도 동일 제품의 가격차가 다소 컸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 대표는 "루마 브랜드가 알려지니 비공식 경로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 시중에 상당수 유통됐다"며 "대다수 시공점 보호를 위해 공식 수입품도 원가로 유통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병행수입 제품이 루마 필름 브랜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미국 본사에서 한국전용으로 개발한 제품을 2월 중에 들여와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확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비용을 들여가며 "루마"라는 브랜드를 애써 관리해 온 수입사 입장에선 병행수입을 통한 동일 제품이 시중에 저렴하게 유통되는 현상을 방관할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부 시공점들은 이마저도 씨피에프의 변명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씨피에프는 "그동안 어지러웠던 유통구조를 다잡고, 루마 브랜드를 다시 런칭한다는 생각으로 소비자에게 보답할 것"이라며 "수입사에 반발하는 일부 시공점이 루마를 대신해 새로운 썬팅 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해 루마 브랜드 전체를 뒤흔드는 행위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공점들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이들이 새로운 썬팅 브랜드 제품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문제를 제기한 시공점들은 "새로운 브랜드 도입은 터무니 없는 얘기이며, 이는 수입사가 자신들이 저지른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분노했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이 루마 필름을 사용하면서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현재 수입사의 경영진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씨피에프는 "시공점이 상생을 위해 수입사와 유통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영권 운운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는 새로운 브랜드 도입을 위한 루마 흔들기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문제 제기 시공점 관계자는 "수입사가 정상적인 가격과 유통을 했으면 애초에 문제가 없었다"며 "새로운 브랜드 도입으로 몰아가는 수입사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평행선을 그리면서 피해는 대부분의 루마 시공점과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400여 곳에 달하는 루마 시공점의 경우 브랜드가 흔들리면서 신뢰가 추락하고, 소비자들도 같은 루마 제품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비싸게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안요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씨피에프는 "문제를 제기한 11곳의 계약해지 시공점에 대한 다른 시공점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소비자 보호는 끝까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브랜드를 흔든 일부 시공점의 요구 사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일부 시공점들은 "문제의 본질은 수입사가 그간 소비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수입사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양측의 갈등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동차동호회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수입사의 경우 많은 노력을 통해 그간 루마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온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만 놓고 보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공식 수입사가 쌓아 놓은 브랜드 이미지에 편승해 병행수입자가 이익을 취하는 것 자체도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만한 해결을 통해 좋은 제품을 앞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상황이 서둘러 개선되는 게 최선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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