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독일 폴크스바겐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폴크스바겐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총 816만대의 차량을 팔았다고 발표한 가운데 GM은 지난해 903만대를 판매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라면 GM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며 일본 도요타에 빼앗긴 세계 1위 자리를 4년 만에 되찾은 셈이 된다.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GM이 1위, 폴크스바겐이 2위라는 평가가 매겨졌다. GM은 2008년 이전까지 80여년간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리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GM의 실적발표 직후 폴크스바겐이 반박 성명을 냈다. 자회사의 판매 실적까지 포함하면 자사가 사실상의 세계 1위라는 내용이었다. 폴크스바겐은 트럭 부문 자회사인 MSN SE와 스카니아 AB가 지난해 총 20만대를 팔았다는 실적을 몇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GM의 실적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울링(Wuling) 등 중국의 합작사 덕분에 뻥튀기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SAIC는 중국 현지에서 GM 승용차를 생산해 판매하지만, 울링이 지난해 판매한 120만대는 대부분 중국에서만 팔리는 값싼 택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GM 측은 "우리 목표는 최고가 되는 것이다. 반드시 최대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더 이상 최대 업체의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정면 대응을 피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GM의 실적에 울링의 판매 대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GM이 울링의 경영권을 통제할 만큼의 지배지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MC 오토모티브의 제프 슈스터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계의 실적과 관련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BMW와 다임러 벤츠는 이달 초 미국의 고급 승용차 부문 1위 자리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실적 발표를 하루씩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양사의 싸움에서는 BMW가 근소한 차이로 벤츠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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