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형차의 상징과도 같은 프라이드가 완전변경을 알리며 부활을 예고했지만 국내 시장 환경상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다. 기아차 특유의 앞선 디자인으로 관심 자체는 높았지만 소형차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는 데다 디젤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선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 모습이 공개됐을 때 유럽 언론이 호평을 쏟아낸 이유도 프라이드가 소형차였기 때문이다.
사견을 전제로 프라이드는 눈여겨 보는 차종 가운데 하나다. 프라이드에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유럽 스타일의 앞선 디자인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 시승 이후에도 프라이드의 가치는 꽤 높았다는 생각이다. 차급만으로 손해를 봐야하는 비극적인 현실이 안타까울 정도다. 기아차 프라이드 1.6ℓ GDi를 시승했다.
▲스타일
5도어 해치백과 4도어 세단으로 구성됐다. 시승을 나선 건 4도어 세단. 개인적으로 해치백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게 국내 시장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해치백의 전유물로 여겨던 분할 시트까지 세단에 기본 적용되면서 해치백의 실용성이라는 부분은 많이 희석된 편이다.
길이 4,365㎜, 너비 1,720㎜, 높이 1,455㎜, 휠베이스는 2,570㎜다. 구형보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115㎜, 25㎜ 늘었다. 반면 높이는 15㎜ 낮아져 기본적인 "와이드&로우(Wide & Low)"의 역동적인 스타일링이다.
전면부는 확고히 자리잡은 기아차의 패밀리 룩이 도드라진다.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여기는 "호랑이 입모양 라디에이터"도 여전하다. 헤드램프는 모닝보다 날카롭지만 K5(포르테와의 비교는 쉽지 않다)보다는 부드럽다. 중간적 위치를 표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범퍼 부분 공기흡입구를 크게 만들어 역동적인 분위기도 자아낸다. 작지만 강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뒤로 갈수록 추켜 올라가는 측면 라인이 날카로움을 그리고 있다. C필러는 최대한 곡선을 내며 떨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쿠페" 스타일이다. 후면 또한 기아차 패밀리 룩이 적용됐다. 출시 연한이 상당히 지난 포르테와도 비슷해 보인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모던함에 방점이 찍혔다. 충분히 억제됐다는 생각이다. 같은 차급의 엑센트와도 많이 차이를 둔다. 개인적으로 이런 차분함이 프라이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1세대 프라이드가 첫 차였는데, 당시에도 화려하지 않지만 실용도가 높은 디자인이 기억에 남는다. 프라이드라는 차명을 이어받은 만큼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적인 철학도 동일한 느낌이다.
공간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주요 소비층인 20-30대가 타기에는 아주 무난한 크기다. 다만 뒷좌석은 조금 좁다. 그러나 소형차에서 뒷좌석 공간을 운운하는 게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물론 넓으면 좋겠지만 소비자에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신장 175㎝ 남자가 타기에 그렇게 큰 불편함은 따르지 않는다.
시승차는 최고급 선택 항목을 모두 적용한 차여서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모니터가 장착됐다. 모니터 아래로는 공조 조절 장치가 있다. 붉은색 모니터를 중심으로 좌우 온도 조절기와 풍량 조절기가 로터리 방식으로 들어갔다. 그 아래 세부 설정을 위한 돌출 버튼 형식의 스위치들이 채용됐다. 세련돼 보인다. 아래로는 수납공간과 함께 12V 전원, 아이팟, AUX 단자 등이 위치한다. 다른 차에서는 이들을 센터 콘솔에 넣어 존재 자체를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밖으로 나와 있으니 기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이팟 단자의 경우 아이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아이팟 사용자보다 아이폰 사용자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한다.
4개의 다리로 이뤄진 스티어링 휠도 프라이드 전체 컨셉트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스포티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다만 적용된 여러 버튼은 디자인적으로 조금 어지러운 것도 사실이다.
▲성능
프라이드에는 감마 1.4ℓ MPI 및 1.6ℓ GDi 엔진이 적용됐다. 디젤이 없다. 있기는 하지만 수출전용 수동변속기만 차종만 있다. 애초 상품운용을 계획할 때부터 국내 디젤 판매는 배제했다. 하지만 구형에서도 나름 자리를 매김했던 디젤을 없앤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생각된다. 최근 고유가 시대에 맞춰 디젤에 대한 인식 자체도 변하는 중인데, 추후 어떤 방식으로도 추가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해 본다.
시승차는 1.6ℓ GDi다. 배기량 1,591㏄, 직렬 4기통 직분사로 최고 140마력, 17.0㎏․m다. 6단 자동과 수동이 모두 편성됐다. 연료효율은 ℓ당 16.6㎞(자동변속기),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2012년부터 적용되는 신 연비 기준으로는 모닝보다 오히려 낫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별도로 ℓ당 17.7㎞를 내는 에코플러스 패키지를 운용한다.
시동을 걸었다. 소리는 잘 억제된 편이다. 이어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도로를 치고 나가는 맛이 상당하다. 가속에 따른 소음도 역시 잘 잡아냈다. 변속감은 부드러운 수준이다. 준중형급 엔진임에도 크기는 작으니 그만큼 움직임이 경쾌할 수밖에 없다.
속도는 금방 시속 100㎞를 향해갔다. 엔진 힘이 충분히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속도까지도 무리 없이 가속이 된다. 1.6ℓ 엔진이 프라이드에게 오히려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다. 소비자들은 무조건 숫자가 높은 1.6ℓ를 원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1.4ℓ 엔진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직진안정성은 잘 확보한 편이다. 하체 자체도 단단한 세팅이 가해져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유럽지향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내수보다 수출이 주력힘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곡선을 빠져나가는 실력도 나쁘지 않다. 속도를 붙여 곡선을 돌아봤는데 살짝 밀리는 느낌이지만 어디까지나 시승을 위해 차를 몰아붙였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아둔다.
프라이드 구매 연령층을 고려했다면 스티어링의 반응은 조금 더 묵직해도 좋았을 것 같다. 1.4ℓ와 1.6ℓ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반응성을 적용했겠지만 힘이 넘치기까지 하는 1.6ℓ에서는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기아차답게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총평
새로운 프라이드의 상품성은 매우 높다. 성능이나 디자인 모두 소비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가격이다. 고급화로 인한 가격 상승은 매력을 감쇄하는 효과를 낼 뿐더러 구입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음성인식 기능이 들어간 멀티미디어 모니터, 후방카메라, 글러브 박스 쿨링 기능,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액티브 에코 시스템, 스마트 버튼 시동 키 등 모두 있으면 좋은 기능이지만 굳이 없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차 값이 올라가니 그렇게 반갑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가뜩이나 경차에 밀려 설 자리가 없는 소형차에게 고가 정책은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선 소형차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펼치지만 개인적으로 반대다. 차라리 제조사가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프라이드와 한 단계 위인 포르테와 비교해 최상위 트림 기준 160만원 가격 차이뿐이어서 가격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여겨진다. 이런 저런 구매 혜택을 넣는다면 어떤 트림은 심리적으로 포르테가 더 싸게 느껴진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자연스레 크기가 더 큰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가 내세우는 "소형의 고급화"도 나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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