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7세대 캠리가 한국에 상륙했다. 2.5를 3,390만원에 판매,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게 한국토요타의 강력한 의지다. 토요타의 간판차종답게 북미시장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이 밝힌 판매목표 6,000대는 발표용일 뿐 한국토요타의 속내는 연간 1만대 판매다. 조심스럽지만 캠리의 명성을 감안할 때 그 정도는 돼야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한국토요타는 최근 부산과 여수 일대에서 캠리 언론 시승회를 열었다. 250㎞를 달리는 동안 적어도 한국토요타가 강조하는 진동·소음과 역동성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기본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한국토요타의 연간 6,000대 판매목표도 현실 가능한 숫자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미 검증된 캠리의 내구성은 국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다.
▲ 디자인
6세대에 비하면 7세대 캠리는 역동성을 향해 진일보했다. 시승 당일 토요타 제품기획본부의 유키히로 오카네 책임연구원은 "편안함에서 역동성으로 한 발 다가섰다"며 "외형에서부터 변화흐름을 표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역동으로 다가설 때 토요타가 집중한 부분은 공기저항 감소와 주행안정성이다. 토요타가 자동차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균형"의 철학을 지켰다는 얘기다. 특히 리어 램프와 아웃사이드 미러 옆에 위치한 "다이내믹 핀"은 기술에 대한 토요타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주행중 공기가 핀을 통과하면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이 때 공기 회전력이 차체를 좌우로 압박해 흔들림을 억제한다. 세밀함에 강하다는 토요타의 제품철학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테리어는 지극히 기능적이다. 화려함은 찾기 어려울 만큼 실용성에 초점을 뒀다. 각종 조작버튼이 몰려 있는 스티어링 휠 너머 블루 계통의 계기판 숫자의 서체만 봐도 그렇다. 큼직해서 한 눈에 들어온다. 센터페시아에 배치한 각종 버튼의 글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토요타 전반에 흐르는 "실용"의 철학이 충분이 느껴진다. 내비게이션은 구형보다 그래픽이 더 선명해졌다. 한국형 캠리를 만들기 위해 LG 등 한국기업과 협력했다는 토요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성능
시승차는 4기통 2.5ℓ 181마력 가솔린 엔진과, 동일한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가 동시에 마련됐다. 먼저 가솔린차에 올랐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6단 스텝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를 드라이브로 옮긴 후 차를 움직였다.
토요타차답게 출발과 가속은 부드러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외형은 역동적으로 변모했지만 성능은 크게 역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평범한 수준이다. 반면 승차감은 구형보다 단단해졌다. 제동성능 또한 마찬가지다. 제동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즉각 반응한다. 차체 무게를 45㎏ 줄여 연료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경쾌한 주행감각을 최대한 끌어낸 셈이다. 유키히로 오카네 책임연구원도 승차감이 단단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구형보다 약간 단단해진 것일 뿐 토요타 특유의 편안함을 잃어버리진 않았다고 강조한다.
뒤이어 하이브리드에 올랐다. 전기모드(EV)로 출발이 가능한 만큼 처음 움직일 때 사용하는 연료소모는 줄일 수 있다. 시속 50㎞ 이상에서 내연기관이 작동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를 유지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를 타면서 인상적인 부분은 "에코" 모드다. 구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우 "에코"에 놓으면 효율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가속성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신형은 "에코" 모드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가속이 충분히 이뤄진다.
토요타는 이에 대해 "고속에서 가속성이 저하된다는 비판을 개선하기 위해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가속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엔진을 제어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이를 두고 "가가속(加加速)"이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가속 때 연료소모를 줄인 덕분에 ℓ당 23.6㎞의 연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승차감의 경우 하이브리드는 2.5 가솔린보다 더욱 단단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없는 차보다 110㎏ 정도 무겁다는 점을 감안해 리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유키히로 오카네 책임연구원은 뒤에 배치한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 등의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댐핑 포스" 보강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일한 충격량이 전달됐을 때 무거울수록 상하진동의 폭이 커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댐퍼의 반응력을 증강시켰다는 얘기다.
▲ 총평
7세대 캠리는 효율과 성능 외에 편의품목도 보강했다. 10개의 에어백과 10개의 스피커를 적용한 JBL 카오디오, 후진주차 때 도움이 되는 백 가이드 모니터, 로빔을 장착한 HID 램프, 크루즈컨트롤, 세단이지만 6대 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 넓은 트렁크 공간 등을 갖췄다.
7세대 캠리의 가장 큰 특징은 토요타의 강점인 무난함이다. 운전해 보면 개인적으로 나눠지는 디자인 호불호 외에 기능적으로 탓할 만한 게 별로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시트 색상이지만 구입할 때 바꾸면 되고, 고속에서의 정숙성은 달리 흠잡을 게 없다. 2.5에 매겨진 3,390만원의 가격도 6세대보다 오히려 100만원 내린 것이니 가격인상 비판의 칼날도 피해갔다.
내구성은 소비자들이 평가하겠지만 타는 동안 보닛 열 일이 없다는 그 동안의 명성을 토요타가 계승하지 않았을 리 없다. 따라서 흠잡을 것 없는 무난한 중형 세단으로 캠리를 정의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7세대 캠리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겨냥한 건 쏘나타와 맞붙지 않기 위해서다.
30년 명성의 세계적인 중형 세단의 자존심이 한국에서도 통할 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제품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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