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도시' 앙코르와트로 가는 사통팔달

입력 2012년01월2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캄보디아 ❶ 씨엠립


 캄보디아는 어떤 나라일까. 누군가는 머뭇거림없이 앙코르와트를 손꼽을 터이고, 더러는 킬링필드와 내전을, 어떤 이는 아시아 최빈국으로 그 곳을 기억해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캄보디아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또한 그랬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직항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만 해도.


 씨엠립으로 가는 아시아나 직항기는 160석 남짓한 작은 비행기다. 결박당한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좌석에 묶인 채 5시간 가까이 날아가는 동안 절로 드는 생각이 "아무리 후진국에 취항한 노선이라지만 국제선 여객기가 이렇게 옹색해도 되나"라는 것. 하지만 그런 의문은 씨엠립공항에 도착하면 곧 풀린다.
 
 국제공항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작은 규모의 씨엠립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5km 남짓하다. 대형 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 길이를 갖추지 못했고, 하중에도 제한을 두고 있었다. 도착을 알리는 기내멘트에 따라 비행기에서 내려서면 헉! 그 곳 또한 활주로다. 뒤에 출국 때 경험하게 되지만 탑승 또한 게이트를 나오면 활주로에서 이뤄진다.


 진풍경은 공항건물 안에서도 펼쳐진다. 입국 로비로 들어서면 현지 경찰이 각 여행사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 비자는 현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 경찰에게 비자발급서류와 소정의 비자발급료(원래는 20달러이나 급행비로 5달러를 추가)를 내면 입국심사를 따로 받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 그리고 여권은 다음날 호텔로 가이드한테 전달된다. 물론 여행사를 통해 입국하는 한국인 단체여행객에 한한 모습이긴 하지만 너무도 공공연히 이뤄지는 잘못된 관행이 놀랍기만 하다. 그 놀라움은 캄보디아라는 낯선 나라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섰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베트남, 라오스, 타이 등 3개국에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1.8배, 남한의 4배 정도인 18만1,035㎢로, 인구는 약 1,500여만명이다. 메콩강이 수만년동안 토해 놓은 황토로 이뤄진 기름진 평야를 끼고 있는 캄보디아는 그로 인해 주위 여러 나라의 침략이 끊이질 않는 수난의 역사를 안고 있다.
 
 1953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했고, 정체(政體)가 바뀜에 따라 크메르, 캄푸치아 등으로 국명이 바뀌다가 1989년에 입헌군주제의 캄보디아 왕국이 됐다. 그 과정에서 저 무시무시한 "킬링필드"의 대학살이 일어난 내전을 겪으며 아직까지도 그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수도 프놈펜에 비해 씨엠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퍽 생소한 지명이었다. 그러나 앙코르와트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직항로가 생기면서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다.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36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씨엠립은 우리나라로 친다면 경주와 비슷한 도시다.
 
 씨엠립 주(州)의 주도(州都)라고는 하지만 주 전체인구(약 70만명)에 비해 시의 인구는 7만명 정도인 소도시다. 오히려 이 곳을 찾는 관광객 수가 더 많을 정도다. 이 작은 도시가 캄보디아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엠립 시내는 좁기 때문에 외곽지역을 제외하고 주요 시가지는 걸어서 20∼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는 캄보디아에 있는 7개 고속국도 중 하나인 6번 도로로, 서북쪽으로 내달리면 태국으로, 반대편인 동남쪽으로 달리면 수도 프놈펜을 거쳐 베트남에 이른다.


 씨엠립에서 앙코르 유적지를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지나게 된다. 인도와 차도 구분없는 2차선의 이 길에는 토요타 승용차와 우리나라 현대와 대우의 버스들, 오토바이에 두 바퀴 수레를 단 이 곳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툭툭이"가 한데 뒤섞여 위험스레 달린다. 변변한 신호등도 보이지 않는 도로 위를 아슬아슬 운행하는 차들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캄보디아의 또 다른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앙코르 유적지는 모두 이 곳 씨엠립에서 시작된다. 시내에서 앙코르 유적지로 가는 길은 4km 남짓.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원들이 연결돼 있다.
 
 이들 유적지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씨엠립에서 유적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매표소에서 앙코르 패스를 사야 한다. 1일권, 2∼3일권, 4∼7일권이 있는데 1일권 외에는 패스에 증명사진을 붙여야 한다. 그리고 유적지를 둘러볼 때 이를 항상 소지해야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