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출시 이후 4년 연속 수입차 판매순위 3위 안에 들었던 혼다 CR-V가 4세대로 옷을 갈아입고 국내에 출시됐다. 3세대가 나온 지 오래돼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듯 했던 CR-V는 지난해말 4세대가 등장하면서 하루 평균 10여대가 계약될 정도로 재도약중이다. 4세대 모델은 혼다 특유의 풍부한 기계적 감성과 디자인 혁신, 더불어 효율 증가라는 3요소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 디자인
4세대 디자인의 핵심은 근육질이다. 앞뒤 모두 주목받을 수 있도록 과감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특히 뒷모양은 세로형 리어 램프를 유지하면서도 밋밋했던 3세대와 달리 곡선을 풍부하게 사용했다. 덕분에 뒤에서 보면 볼륨감이 더욱 느껴진다.
앞모양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그릴과 헤드 램프다. 3선 그릴을 부각시키면서 좌우 헤드 램프를 역동적으로 변모시켰다. 도심형 SUV의 트렌드로 "역동성"이 부각된다는 점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범퍼와 차체를 투톤으로 처리해 다부진 면모도 일부 드러냈다.
4세대 CR-V의 가장 큰 변화는 인테리어다. 계기판은 물론 센터페시아의 매끈함이 시선을 끈다. 흔히 말하는 "직관적"이다. 시각적으로 불편함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로터리 타입 레버를 삼각형으로 배치해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냈고, 이 밖에는 모두 깔끔하게 로직 타입으로 처리했다. CR-V의 특징인 변속레버는 전통처럼 센터페시아 바로 아래에 뒀다. 덕분에 센터콘솔로 이어지는 공간에 여유가 생겨 컵홀더가 3개나 된다.
스티어링에는 오디오와 크루즈컨트롤 스위치가 좌우에 각각 원형으로 자리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스티어링 휠 너머로 보이는 계기판이다. 한가운데에 트립과 오디오 정보 등을 표시하는 액정이 있고, 액정은 다시 속도계가 둥글게 감쌌다. 속도계를 중심으로 주변은 각종 정보 표시 사인이 있는데, 주행중 시선분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커다란 속도계 왼편이 엔진회전계, 우측은 연료계와 수온계다.
전반적으로 계기판의 좌우 폭은 넓지 않다. 이른바 컴팩트한 디자인이다. 대신 우측의 센터페시아가 좌우로 넓게 포진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5인치 LCD 모니터는 깊숙히 배치돼 직사광선 반사에 따른 시인성 저하를 막았다.
▲성능&승차감
엔진은 3세대와 마찬가지로 2.4ℓ i–VTEC DOHC를 얹었다. 개선을 통해 3세대보다 20마력 향상된 190마력의 출력과 22.6kg·m의 토크를 낸다. 도심형 SUV로선 결코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시승차는 4WD여서 연비가 ℓ당 11.3㎞다. 2WD는 11.9㎞다. 그러나 주행중 "이콘(Econ)" 모드를 사용하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이른바 연료효율향상 시스템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잠시 대기했다. 공회전의 진동·소음은 확실히 적다. 변속레버를 드라이브 모드로 옮겨 차를 움직였다. 변속레버의 움직임이 상당히 무겁다. 꽤 많은 "에포트(Effort)"가 필요하다. 절도감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부드러움은 다소 부족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의 반응이 빠르다. 혼다의 다른 차종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특성이다.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실제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움직임에서 주는 느낌이 경쾌하다는 건 CR-V를 도심형 SUV의 대표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가속력은 충분하다. 튀어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꾸준한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가속할 때 변속레버를 "스포트" 모드에 놓으면 엔진회전계가 상승하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마치 스포츠 세단을 타는 듯하다. 도심형 SUV가 점차 스포츠 SUV로 변해 가는 트렌드를 혼다도 놓치지 않은 셈이다.
이번에는 "이콘" 모드를 눌렀다. 역동성이 분명 줄어든다. 그러나 주행중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분명 움직임이 느려졌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반응이 정숙해졌고, 깊게 밟아도 즉각적으로 차체가 회신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콘" 모드는 차가 움직일 때 연료분사를 줄인 시스템이어서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드라이브 또는 스포트 모드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주행성격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분사량을 최대한 줄인다. 시승하는 동안 대부분 이콘 모드를 썼지만 불편함을 몰랐다.
승차감은 혼다답다. 여기서 "혼다답다"는 건 일반적인 일본차와 달리 단단하다는 의미다. 토요타 RAV-4가 부드러움이라면 CR-V는 단단함이다. 현대자동차 투싼ix(부드러움)와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단단함)의 관계가 연상된다.
스티어링 휠을 움직일 때 차체반응이 빠르고 민감해 코너링 등에서 자신감도 생긴다. 그러나 과격한 코너링은 늘 금물이다. 제아무리 코너링 능력이 탁월한 차라도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자세제어장치 등 예방안전기능은 충분하지만 지나친 맹신은 자제해야 한다.
▲ 총평
4세대 CR-V의 출발은 좋은 편이다. 엔화 가치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3,270만원부터 3,670만원으로 정한 가격이 한 몫했다. 게다가 고유가를 대비한 "이콘" 기능도 있어 운행유지비 부담이 줄었다.
무엇보다 CR-V의 강점은 단단한 승차감과 내구성 그리고 다양한 공간활용성이다. 특히 혼다의 기계적 감성은 여전히 풍부하게 담겨 있다. 오로지 기술추구를 최우선으로 했던 혼다의 철학이 CR-V에도 담겨 있다. 게다가 근육질 스타일과 모던으로 대변되는 인테리어는 4세대 변화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CR-V가 국내 수입차 최다판매차종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4세대에도 철저히 스며든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