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플로러는 전형적인 미국적 SUV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뉴 익스플로러는 그렇지 않다. 그간 투박했던 미국식 인테리어에서 벗어났고, 덩치는 키우되 성능과 효율은 높이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5세대로 진화하는 동안 엔진 배기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 뉴 익스플로러가 처음이다.
▲디자인
많이 다듬어졌다. 과거 투박했던 미국차의 느낌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적 아이콘을 완전 버린 것도 결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포드 디자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지만 포드는 오히려 포드만의 색깔로 여기고 있다. 고집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적인 느낌은 그릴과 헤드램프의 비례 때문이다. 차의 덩치에 비해 헤드램프가 작아 보이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묘한 균형감을 준다. 첫 인상이 남겼던 어색함은 하루 정도 지나 익숙함으로 바뀐다. 독특한 그릴 모양도 개성이다.
뉴 익스플로러의 비례감은 측면에서 가장 잘 엿보인다. 과거 무조건 덩치만 키워 부담을 주었던 느낌은 없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사이드 몰딩이나 캐릭터라인 등 어떤 장식도 넣지 않은 모습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나름 캐릭터라인이 있지만 부각은 시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쪽에 시선을 더 주는 편임을 감안할 때 측면은 불만이 없다.
리어램프 또한 헤드램프처럼 크게 자리 잡지 않았다. 앞모습의 비례감을 뒤에서도 연출했지만 앞과 달리 개성은 별로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 없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상품성의 첨단 진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들이 시선을 끌어 당긴다. 먼저 계기판은 중앙의 속도계만 제외하고 좌우 모두 디지털로 처리됐다. 엔진회전계와 연료계, 방항계 등 어지간한 차의 정보는 모두 디지털로 확인이 가능하다. 마치 첨단 시스템을 보는 것 같다. 계기판의 모든 정보는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각종 스위치 조작을 통해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운전자 집중형 배치인 셈이다.
센터페시어도 모든 작동 방식도 손가락의 가벼운 접촉으로 이뤄진다. 8인치 LCD 모니터는 물론 카오디오와 공조장치 등도 예외 없이 접촉으로 조작된다. 하이그로시 블랙 패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뉴 익스플로러에 적용된 것만은 예외로 인정할 만하다. 터치 방식이어서 오히려 하이그로시가 무광보다 잘 어울린다. 이를 두고 포드는 "터치 드라이버 커넥트"로 부른다. 비디오 입력장치와 SD슬롯 카드, 두 개의 USB 포트 등을 연결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무선 인터넷 공유까지 가능하고, 음성인식 기능인 싱크도 작동이 잘 된다. 싱크의 경우 과거에는 인식율이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개선됐다. 운전 중 목소리로 라디오, CD 등으로 손쉽게 전환이 가능하다.
6단 변속레버 뒤에는 지형 선택 로터리 레버가 있다. 랜드로버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를 두고 레인지로버와 뉴 익스플로러의 디자인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는데,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다. 뉴 익스플로러 수석 디자이너였던 짐 홀랜드가 레인지로버 디자인에도 참여한 탓이다. 뉴 익스플로러의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랜드로버는 포드 산하였다. 랜드로버 매각은 뉴 익스플로러 디자인 확정을 끝내고 활발히 시험개발이 진행 중이던 때여서 랜드로버에도 적용되는 일부 기능이 동일하게 익스플로러에 적용됐다.
▲ 성능 & 승차감
뉴 익스플로러는 모노코크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중량이 4세대에 비해 45㎏ 줄었다. 엔진도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라 4세대에 비해 감량했다. 4세대에 적용됐던 210마력의 V6 4,000 엔진은 237마력의 2,000cc급 터보 엔진으로 탈바꿈했고, 239마력의 V8 4,600㏄ 엔진은 294마력의 V6 3,500㏄ 엔진으로 대체됐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힘과 효율은 오히려 늘어났다. 1991년 1세대 이후 배기량이 줄어들기는 이번 5세대가 처음이다. 그만큼 엔진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시승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행감성과 성능, 승차감 등이다. 이외 숫자로 표현되는 부분은 개별적인 파악이 가능하고, 편의품목 등도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버튼 시동 방식에 따라 시동을 걸면 일단 조용한 느낌이 다가온다. 가솔린 엔진인 이유도 있지만 정숙성에 상당한 관심을 쏟은 흔적이기도 하다. 그간 미국차의 열세로 정숙성을 꼽았는데, 뉴 익스플로러에선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최근 판매에 들어간 크라이슬러 뉴 300C 디젤도 마찬가지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7인승 SUV의 육중함이 몸으로 직접 전달된다. 페달에 반응하는 엔진과 차체의 움직임은 크게 민첩하지 않다. 물론 SUV라는 점에서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페달 반응 속도는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다.
가속은 시속 100㎞까지 꾸준하다. 시속 140㎞까지도 무난하게 오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면 페달에 힘을 많이 부여해야 한다. 더불어 엔진회전수가 오르면서 가솔린 엔진의 기름 소모량도 급격히 증가한다. 순간 연비계를 보면 100㎞ 주행할 때 25ℓ 이상이 표시되기도 한다. 큰 차체가 주는 부담감이다.
그러나 크루즈 컨트롤을 시속 100㎞에 맞춰 놓고 주행할 때는 편안함이 극대화 된다. 앞차와 거리를 최대한 멀리 설정하면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안전거리를 확보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SUV의 특성에 따라 가벼운 좌우 흔들림(rolling)은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차체의 민감도 역시 즉각적이지 않다. 포장도로를 주행할 때 편안함을 우선한 덕분이다. 승차감도 마찬가지다. 성격 자체가 역동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편안함이 강점이다.
▲ 총평
포드 뉴 익스플로러는 도심형 대형 SUV지만 성격은 편안함이다. 또한 차 안에서 가급적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포드의 제품개발담당 부사장도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뒷좌석에 110V 콘센트까지 갖춘 것은 익스플로러 안에서 어지간한 생활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 부분이다.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미국 시장의 특성을 십분 배려한 흔적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미국형 SUV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요즘 국내 소비자 또한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증가하는 중이다. 또한 자동차 안에서 각종 개인 멀티미디어 장치를 통한 외부와의 접촉을 늘려간다. 오토 캠핑장에서 영화를 볼 때 자동차 내의 카오디오를 통해 음성을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 넓은 SUV의 공간도 장점이다. 공간이야말로 미국 SUV의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낮은 효율의 엔진 배기량도 2,000㏄급 터보 엔진으로 대치하며 극복했다. ℓ당 8.3㎞의 V6 3.5ℓ 엔진이 부담된다면 ℓ당 9.7㎞의 2.0ℓ 터보 엔진을 선택하면 된다. 가격도 5,250만원보다 낮은 4,610만원이다. 그러나 4WD의 전천후 재미는 없다. 뉴 익스플로러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려면 4WD가 제격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현대차, 쏘나타 누우 엔진 신차 출시▶ 택시 연료, 갈등의 핵심은 유가보조금▶ 토요타, 소형 스포츠카 ‘86’ 일본서 4월 출시▶ 쉐보레 콜벳, 3월 국내에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