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독일서 잔혹 평가 극복한 제네시스 쿠페

입력 2012년02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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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회사의 이미지는 대개 최고급 제품의 성공 여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함으로 불리는 고급 대형차나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이 들어간 스포츠 차종이 이미지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언제나 대형 고급차와 함께 스포츠 제품을 같이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가 이곳 독일에 등장한 때가 2010년 가을이었다. 현재까지 실패도 성공도 아니다. 엄밀히 보면 아직 독일 내 위치와 평가가 유보된 상황이다. 성공보다는 탈락이 유보된 방향으로 무게추가 약간 기울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현대가 스포츠 쿠페로 독일 시장을 두드린 것은 90년대 후반 스쿠프부터다. 이어 티뷰론, 튜터뷸런스, 투스카니 등 유난히 "T"를 강조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은 요원했다. 그러다 2010년에 "T" 돌림자에서 벗어나 "제네시스"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쿠페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옮겼다.  
 

 물론 아직 제네시스 쿠페의 독일 내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그러나 독일 자동차 언론에서 제네시스 쿠페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보이면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평가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단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전 쿠페였던 스쿠프나 티뷰론, 투스카니 등이 독일 언론에서 평가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음을 떠올리면 분명 발전이다. 

 그렇다면 현재 제네시스 쿠페가 독일에서 받는 평가는 어떨까? 이를 알기 위해 간단하게 동급의 다른 쿠페를 비교하면 된다. 브랜드 이미지와 점유율 등을 빼고 단순화시켜 배기량과 출력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독일에서 제네시스 2.0 터보 쿠페와 같은 급으로는 아우디 A5와 아우디 TT, 푸조 RCZ, 폭스바겐 시로코가 있다. 같은 쿠페 차종이고, 엔진도 모두 직렬 4기통에 터보과급기를 장착했다.


 제원비교를 보면 제네시스가 다른 쿠페에 비해 동력성능에서 약간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게가 200kg 무거워 순발력과 가속력, 최고속도 등 성능에서 뒤쳐지고, 연료소비도 월등히 많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지 않아 친환경으로 불리기도 어렵다. 가격 경쟁력도 그다지 강하지 못하다. 게다가 현지 전문가들은 제네시스 쿠페 비교시험에서 "엔진은 힘을 내느라 용을 쓰지만 동작은 무겁고 응답성도 끈적거린다"고 말한다. 서스펜션의 물렁함은 코너링시 핸들의 경직으로 이어지고, 급격한 코너링 때는 오버스티어링을 피할 수 없게 만들어 민첩성을 떨어 뜨리는 주범이 되며, 해체하지 못한 뒷바퀴 구동의 약점이 고스란히 남아 운전자에게 전달된다고 말한다. 연비도 가격도 비교차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나은 게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현대차가 절망할 필요는 없다. 따져보면 제네시스는 거의 모든 옵션이 포함돼 있는 가격이어서 다른 차종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 실제 독일 시장에서 2만유로 앞뒤로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제네시스 쿠페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내 일부 튜닝업체들이 제네시스를 튜닝하겠다고 나서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차종을 놓고 메이커와 튜닝업체는 공생, 즉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제조사의 신제품을 튜닝업체가 곧바로 이리저리 뜯어내 개조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튜닝은 양산차종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고쳐주는 이른바 "인디비주얼(individual)" 작업을 통해 이익을 도모한다. 반면 양산 제조사는 튜닝 및 개조 차종의 기술적, 마케팅적 동향을 주시하면서 차기 신제품 개발에 참고한다. 이런 이유로 아예 양산 제조사가 튜닝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일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뒤뜰에서 뚝딱거리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어엿한 자동차산업의 한 분야로 등극한 것이다. 


 최근 베를린에 있는 한 튜닝업체가 제네시스 2.0 터보엔진을 개조해 800마력 이상까지 올릴 예정이다. 현대라는 브랜드를 튜닝해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구매할 만한 시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랜 시간 튜닝에 관심을 가져 온 필자로선 악어새가 하품하는 악어의 이빨에서 먹이를 본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튜닝업체 사장은 이론상 제네시스를 개조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지만 실제 제네시스 엔진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개조와 튜닝에 대한 기본 바탕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측에서 세마쇼를 통해 개조와 튜닝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긴 했지만 그걸로는 아직 미흡하다. 이 회사가 개성 강한 소비자를 위해 자비를 들여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된다면 현대에게는 피드백이 될 수 있다. 잔혹한 평가를 극복한 제네시스 쿠페가 튜닝 업체들로부터 관심을 얻는다는 것, 분명 좋은 일인데 현대차는 이런 튜닝 업체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이나 알고 있을까 걱정된다.

 베를린=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kyungsup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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