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부드러운 변화, 2012년형 닛산 무라노

입력 2012년02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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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이 2012년형 무라노를 선보였다. 형식은 연식변경이지만 실제는 부분 변경이다. 앞뒤 모습이 살짝 변했고, 실내도 곳곳에 세밀함을 더했다. 특히 계기판을 감쌌던 오렌지 색상은 부담을 줄인 화이트 계열이 적용됐다. 덕분에 강렬함에서 조금 벗어나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부드러운 변화"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붙였다. 
 

 1세대 무라노는 2003년에 등장했다. 북미 지역을 겨냥해 닛산의 DNA로 평가받는 역동성에 일본차 특유의 정숙성을 섞었다. 물론 미국에서 주목받고 인기도 끌었다. 2006년 부분 변경된 후 2008년 2세대가 등장했다. 1세대에 이어 VQ 엔진과 무단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형성했고, 도심형 SUV로 역동의 주행감성도 유지됐다. 닛산코리아가 무라노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차종도 2세대다. 그리고 2011년 부분 변경된 2.5세대가 출시됐고, 국내에는 지금 2012년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 디자인
 앞모습의 변화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변동 없지만 헤드램프 윗부분이 LED로 바뀌었고, 공격적이던 굵은 크롬 그릴은 얌전하게 다듬어졌다. 덕분에 누군가를 무섭게 노려보는 것 같았던 인상은 조금 풀렸다. 강렬한 개성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입힌 셈이다. 반면 뒷모습은 클리어타입 램프 적용으로 이전보다 깨끗해 보인다. 덕분에 앞에서 반감됐던 개성이 뒤에서 느껴진다. 4,805㎜에서 4,840㎜로 늘어난 길이 덕분에 측면은 보다 안정감 있는 변신이 추구됐다. 


 실내는 화려함에서 차분함으로 주제가 달라졌다. 특히 주홍빛이었던 계기판은 눈의 피로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화이트로 바뀌었는데, 시동을 걸 때 지침이 끝까지 한 번 갔다가 되돌아오는 기능적 장식은 그대로다. 시각적으로 첨단 이미지를 부여하지만 차분한 조명이어서 역동적인 감성은 이전 대비 조금 누그러졌다.


 공조와 오디오 장치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7인치 터치 스크린은 햇볕 등이 실내로 들어올 때 시인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도가 조금 변경됐다. 조작할 때의 감성 품질은 2세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꽤나 신경쓴 흔적 그대로다. 부드럽지만 절제된 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라노가 처음 한국에 도입됐을 때 미적용이었던 내비게이션은 한글 시스템과 함께 이번 2012형부터 포함됐다. 또한 휴대전화 블루투스로 연결도 가능하다. 정지상태에서 음성안내에 따라 설정하면 손쉽게 블루투스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소형차도 블루투스가 필수 기능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휴대전화가 곧 휴대용 개인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성능 &승차감
 무라노에는 VQ350DE로 알려진 닛산의 V6 3.5ℓ DOHC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로 불리는 무단변속기가 조합돼 있다. 최고출력은 260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34.0㎏·m(4,400rpm)다. 구동방식은 상시 4WD이며, 18인치 알루미늄 휠과 네바퀴 모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느낌은 2세대와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빠르게 응답하는 움직임, 그리고 엔진에서 내뿜는 힘도 좋아 금방 시속 100㎞에 다다른다. 무단변속기여서 변속충격도 없다. X트로닉 CVT 무단변속기는 이전 세대보다 응답성 및 가속성이 좋아졌다. 넓어진 록업 범위와 기어비를 사용해 연료효율도 ℓ당 9.6㎞로 약간 높였다. 게다가 속도가 오르는데 주저하거나 힘이 부족하지도 않다. 


 소음·진동 또한 2세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급가속을 시도할 때 부밍이 약간 있지만 전반적인 정숙성은 일본차답다. 시속 120㎞에서도 실내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오르면 풍절음이 조금 들려온다. 하지만 소음이라는 게 사람마다 느낌이 천차만별이어서 각각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시승 때 함께 탔던 동승자도 풍절음은 거슬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주관적인 부분이다. 


 반면 속도를 빨리 올릴 때 들리는 엔진 소리는 듣기다 좋다. "사운드(Sound)로 인식된다. 하지만 동승자는 시끄럽다는 얘기를 한다. 결국 진동과 소음은 흔히 말하는 데시벨(dB)로 측정해 우월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간혹 휴대전화 소음 어플로 자동차 실내 소음을 측정한 뒤 정숙성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리의 "양(量)" 가능해도 소리의 "질(質)"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정숙성 등의 논란에 굳이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승차감은 여전히 단단한 편이다. 도심형이되 역동성에 무게를 둔 성격은 결코 잃지 않았다. 흔히 닛산을 BMW에 버금가는 엔지니어링에 강한 브랜드로 인식한다. 그만큼 회사 철학이 자동차의 기본기에 닿아 있는 회사다. 달리기와 멈춤 그리고 돌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참고로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가 국내에서 제품력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인식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래서 요즘은 인피니티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4WD 시스템은 평소 앞뒤 50대 50이지만 도심 주행 때는 앞바퀴에 100%가 전달돼 효율을 높인다. 그러나 코너링 때는 무게중심의 이동을 스스로 파악, 네 바퀴에 힘을 분산한다. 더불어 미끄럽거나 비포장도로의 경우 구동력은 30:70까지 배분된다. 실제 코너링 때 비교적 중심은 잘 잡힌다. SUV지만 회전동작이 안정적인 것도 변함없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일본차답지 않게 묵직하고, 속도감응형이어서 빨라질수록 움직은 무거워진다.

 ▲총평
 닛산은 이번 2012년형 무라노를 소개하면서 스마트 페달이 적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요타 리콜 사태에서 얻은 교훈인 셈이다. 여기에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과 프론트 사이드 에어백, 전복감지 센서를 포함한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을 담았다. 이밖에 6:4 전자동 폴딩 리어 시트와 듀얼 패널 선루프도 내세우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편의품목은 모두 있으니 SUV의 역동성만 즐기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물론 무라노를 타보면 편안함이 있고, 필요할 때 역동성이 받쳐 준다는 점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SUV의 용도에 맞는 각종 수납공간과 공간활용성도 풍부하다. 그래서 무라노를 "편안한 역동의 SUV"라는 광고 카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사람도 있다. 물과 기름과 같은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것 자체가 닛산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5,190만원의 가격이 조금 부담이지만 제품만 놓고 볼 때 무라노를 "닛산의 역작"으로 말하는 것은 허풍이 아니다. 주행감성이 주는 만족도가 꽤 높았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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