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너지를 대체하는 자동차 연료가 앞 다퉈 나오고 있다. 기존 디젤, LPG, 알콜에 이어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Bio gas)"가 자동차 연료로 등장한 것. LPG나 LNG와 달리 바이오 천연가스는 추출원이 LPG나 LNG와 달라 최근 독일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천연가스가 나오는 곳은 이른바 쓰레기다.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먹다 남은 돈가스를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이런 음식물 쓰레기는 돔 형태의 바이오 리액터(Bio reactor)로 옮겨진 뒤 빛과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혐기성 박테리아를 통해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배출되는데, 음식을 먹으면 방귀가 나오듯 "돈가스"가 "똥가스"로 바뀌며 에너지를 갖게 된다. 물론 사람의 방귀와 마찬가지로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의 주성분은 메탄이다. 지하에서 석유에너지와 함께 분출되는 천연가스의 성분과 같다.
같은 메탄계열이지만 탄소배출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바이오 천연가스와 일반 천연가스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목장의 축분이나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얻는 바이오 천연가스는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과 소멸과정이 순환되는 재생에너지인 반면 지하의 천연가스는 한 번 사용하면 끝나는 유한 에너지다. 따라서 두 에너지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일은 최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차세대 자동차를 위한 대체에너지의 하나로 천연가스와 바이오 가스, 또는 두 가지를 혼합해 사용한다.
그렇다면 같은 가스 연료인 바이오 천연가스와 일반 천연가스, 그리고 액화석유가스가 자동차에선 어떤 차이를 나타낼까?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의 연료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실린더 내에서 비정상적인 연소를 하는 "노킹(Knocking)" 현상이다. 노킹은 압축비가 높고 옥탄가가 낮을수록 자주 발생한다. 고급휘발유의 평균 옥탄가가 98이고, LPG는 105에서 115인데 비해 천연가스는 130 이상이다. 옥탄가가 높다는 것은 엔진 압축비를 늘려 효율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 압축비를 높이면 터보과급기를 장착하는 데도 유리하다. 그래서 자동차회사와 천연가스업체들은 친환경에 부합하는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천연가스자동차를 랠리 등의 레이싱에 등장시킨다. 향후 천연가스 스포츠카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폭스바겐은 기존 휘발유차 대비 이산화탄소를 80% 이상 감소시킨 천연가스차를 자동차경주에 자주 등장시킨다.
그러나 친환경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의 경제성이다. 흔히 액화석유가스(LPG)나 액화천연가스(LNG)는 ℓ를 사용하고 가스 상태인 압축 천연가스(CNG)는 ㎏ 단위를 사용한다. 독일에서 LPG는 ℓ당 평균 77센트, 천연가스는 ㎏당 1유로다. 두 가지 연료효율을 비교하기 위해 독일천연가스연맹은 동일한 배기량의 자동차에 10유로 만큼의 연료를 넣은 뒤 주행거리를 평가했다. 그 결과 바이오 천연가스차는 241㎞, LPG는 182㎞, 디젤은 173㎞, 휘발유는 111㎞를 주행했다.
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데 있다. 바이오가스의 경우 휘발유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80% 가량 적다. 미세먼지 배출과 질소화합물, 매연도 현저히 낮아 매연필터도 필요치 않다. 배기가스 배출량은 2015년부터 적용될 유로6 기준을 가볍게 통과한다.
현재 자동차 대체에너지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하이브리드 및 전지자동차, 알콜 자동차, 수소자동차, 바이오 가스 자동차가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어떤 에너지가 전국을 통일할 지 현재로선 점치기 어렵다. 아마도 상당 기간 하나의 연료로 통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 많은 영웅과 호걸, 그리고 제자와 백가들이 난립한 춘추전국시대도 500년 이상 지속됐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회사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실제 유럽 제조사들은 지역 특성에 따라 여러 에너지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체에너지의 선택과 개발이 자동차회사의 운명이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제조사 아우디, 폭스바겐, 오펠, 벤츠 등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다양한 바이오가스차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아우디의 바이오 천연가스 컨셉트가 단연 돋보였다. 바이오가스를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과 연계해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해가 뜨고 바람 많이 부는 날 비축한 전기로 인공 바이오메탄을 만들어 천연가스 공급네트워크(가스 파이프라인)에 저장했다가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는 그림이다.
일반적인 바이오 발전소는 대부분 대도시 인근 농촌지역에 설립된다. 대도시 인근이나 주변은 도시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와 도심 인근의 농작물 쓰레기 처리에 알맞은 환경이고, 메탄가스의 도시 공급이 쉽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리액터나 바이오 발전시설은 농촌 지역발전과 마을 재개발 사업 등에도 친환경이어서 친환경마을 개발에도 시너지효과를 가져다 준다.
현재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발버둥치는 자동차회사들의 대체에너지 집착은 역사 속 춘추전국시대를 많이 닮아 있다. 영웅호걸이 이익과 명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과거 그들이 선택하던 과정을 역사에서 되짚어보며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베를린=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kyungsuplee@hotmail.com▶ [칼럼]독일서 잔혹 평가 극복한 제네시스 쿠페▶ [칼럼]술 먹는 착한 자동차 "FFV"의 득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