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세상 엿보는 인간들의 표정

입력 2012년02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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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앙코르 유적지를 여행할 때면 일정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겠지만 가이드들 사이에는 앙코르와트를 맨 마지막 코스로 잡고 있다. 왜냐하면 앙코르와트를 먼저 보게 되면 다른 유적지들이 모두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사원 안이 워낙 넓기 때문에 더운 시간을 피한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고생을 덜하며 볼 수 있다고 다년간에 경험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제시한다. 


 이와 달리 여행전문가들은 앙코르와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오전시간보다 오후 시간대를 권한다. 서향인 앙코르와트는 이른 시간보다 밝은 햇살이 사원 안으로 활짝 펼쳐지는 오후시간에야말로 앙코르와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햇빛에 따라 때론 우중충하고 괴기어린 느낌을 주는 사원이 때로는 한없이 밝고 신비한 느낌으로 그곳에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과 앙코르와트의 첫 대면은 이른 오전시간에 이루어졌다. 조금 머뭇거리다 보면 곧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며 한사코 서둘렀던 가이드의 재촉 때문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씨엠립 시내에서 15분 가량 차를 달리자 하늘을 가린 열대밀림 사이로 앙코르와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자(연못) 너머의 사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모습이지만, 그 불가사의를 향해 첫발을 옮겨 놓았다. 


 크메르 말로 앙코르(Angkor)는 "도읍," 와트(Wat)는 "사원"이라는 뜻을 가진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 2세가 12세기 초부터 30년에 걸쳐 건립한 거대한 사원이다. 그는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 신에게 사원을 지어 바치기로 맹세하고 1113년 즉위하자마자 공사에 들어갔다. 사원 주변은 동서로 약 1500m, 남북 약 1300미터, 폭 190미터의 큰 해자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시 3겹의 회랑이 있다. 그 안에 높이 약 65m의 본전 중앙탑을 중심으로 5기의 당탑이 자리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이 구조는 힌두교의 우주관을 나타낸 것으로 5개의 첨탑은 힌두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이자 신이 살고 있는 수미산의 다섯 봉우리를 나타내며, 주위의 벽은 히말라야의 영봉을 표현하고, 해자는 끝없이 펼쳐진 대양을 의미한다. 


 총면적 210헥타아르에 이르는 거대한 이 사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곳에서 놓치지 말고 꼭 볼 곳을 미리 체크해 둘러보는 게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서쪽 참배로와 제1, 2, 3회랑, 중앙사당의 순으로 돌아보게 된다. 서쪽 출입구에서 해자를 건너 사원의 정문까지 이어진 넓은 돌다리는 인간계와 신계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이 다리를 건너 서쪽 탑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중앙사원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고, 본격적으로 신의 세계가 펼쳐진다. 천상의 여인이라는 "압사라" 부조가 낯선 이방인을 반겨준다. 참배로를 지나는 동안 북쪽에 보이는 연못 앞은 앙코르와트의 5개 첨탑이 물속에 비쳐 상하대칭을 이루는 모습이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표적인 사진촬영장소임은 말할 것도 없다. 


 길게 이어진 회랑으로 들어서면 힌두교의 신화를 표현한 부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제1회랑의 벽면에는 라마왕자의 모험담을 담은 <라마야나>, 수르야바르만 2세가 군대를 이끌고 행진하는 모습, 힌두교의 천지창조 신화인 <유해교반>과 사후세계를 표현한 <천국과 지옥> 등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십자형의 중회랑에서 15단의 계단을 올라가면 제2회랑에 이른다. 2회랑의 내정쪽 외벽에는 격자의 원주창이 많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수많은 데바타가 조각되어 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하반신은 요즘도 웬만한 패셔니스트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다는 씨스루(see-through) 패션을 하고 있다. 속이 훤히 다 비치는 치마를 걸치고 팔과 다리에 화려한 팔찌와 발찌를 낀 그들은 시쳇말로 패션종결자다. 


 제3회랑은 경사 70도의 가파른 층계를 올라가야 한다. 마치 암벽을 오르듯 두 손을 짚고 두 발로 기어올라가야 한다. 마침내 대계단 위 회랑에 오르면 발 아래로 앙코르와트의 입구와 해자, 참배도, 밀림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람들은 말을 잃고 풍경에 빠져든다. 잠시 천상의 모습에 취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까. 아님, 현대 건축기술로도 풀리지 않는 앙코르와트의 불가사의함을 확인한 숙연함이라고나 할까.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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