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스포츠 쿠페의 정석, 폭스바겐 시로코R

입력 2012년02월20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시로코(Scirocco)가 한국에 출시됐다. 시로코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부는 바람의 이름 "시로코(Sirocco)"에서 차용된 폭스바겐 작명법이 적용된 차종이다. 하지만 작명법만 같을 뿐 성격은 스포츠 쿠페다.

 국내에는 2012년에 등장했지만 시로코의 역사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비틀을 활용해 플래그십 차종을 만들기로 결정한 폭스바겐은 당시 독일 코치빌더(지금의 튜닝회사) "카르만(Karmann)"에게 스포츠 쿠페 개발을 맡겼다. 카르만은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기아(GHIA)"와 손잡고 "카르만 기아(Karmann Ghia)"를 완성했고, 1974년까지 폭스바겐이 판매했다.


 이후 폭스바겐은 카르만 기아를 대체하기 위해 1세대 시로코를 등장시켰다. 폭스바겐의 대표 차종 골프와 플랫폼 공유를 통해 개발한 시로코 1세대는 이탈리아 주지아로가 스타일을 맡고, 1974년에 등장했다. 국내에선 현대차 포니와 유사한 스타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포니와 시로코의 디자이너가 바로 주지아로였기 때문이다. 시로코는 1975년 북미에 데뷔했고, 82년까지 판매됐지만 골프에 밀려 인기를 크게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골프와의 완전한 차별화가 이뤄진 시로코 3세대가 2008년 등장했다. 이후 2009년에 R라인이 추가됐고, 2012년 시로코 중에서도 R라인이 국내에 수입됐다.
 
 ▲디자인
 시로코 디자인의 특징은 유려함이다. 직선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곡선이 많이 적용됐다. 하지만 곡률(曲律)은 상당히 적다. 곡선이지만 사실상 날카로움이 없는 직선에 가깝다. 그럼에도 역동성이 돋보인다. 한 마디로 절묘한 선과 면의 혼합이다.
 
 앞모습은 폭스바겐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좌우로 밀착된 헤드램프 사이는 그릴이 잘 보이지 않도록 감춘 대신 하단 부분에 역동성이 강조되도록 그물형을 배치했다. 촘촘한 연결이 단단한 이미지를 나타내면서 스포츠 쿠페의 성격을 확연히 드러낸다.


 가장 아름다움을 표현한 부분은 측면이다. 쿠페라는 점을 십분 표현하는 것처럼 19인치 대형 휠이 역동성을 드러내는데, 특히 바람개비처럼 비틀림을 만들어 낸 점이 인상적이다. 간과하기 쉽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 한 흔적이 아닐 수 없다. "R"라인을 강조하는 글자도 곳곳에 들어갔다.


 엉덩이는 탄력적이다. 볼륨이 선명하면서 리어램프가 간결하게 자리했다. 가급적 크게 보이도록 설계한 범퍼가 매력을 더한다. 풍성한 뒷모습이 오히려 다부진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많은 호감이 간다.

  ▲ 성능 & 승차감
 시로코 중에서도 국내에 판매되는 차종은 "R" 라인이다. 이른바 스포츠 성격이 조금 더 추가됐다는 의미다. 배기량 2.0ℓ TDI 디젤 엔진은 170마력과 35.7㎏.m의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 2,500rpm 사이에 형성돼 실용 구간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변속기는 6단 DSG다. 0-100㎞/h는 8.1초이며, 안전 최고 시속은 220㎞다. 물론 이런 숫자들은 제원표에 나타나 있을 뿐 실제 확인은 어렵다. 


 그러나 시승을 해보면 숫자에 별 다른 허풍과 거짓이 없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디젤이어서 진동과 소음이 일부 있지만, 가속할 때 뿜어져 나오는 토크의 펀치력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특히 19인치 광폭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는 것처럼 단단하게 돌아 나가는 코너링은 시로코의 최대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스포츠 쿠페 성격에 맞도록 버킷 타입 시트도 쿠션이 별로 없을 만큼 단단하다. 코너링 성능을 위해 편안함을 최대한 억제한 셈이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꽤 무거운 편이다. 스포츠 쿠페의 역동성을 살리는 데 집중한 결과다. 


 변속레버를 "스포트(S)"로 놓으면 DSG의 기어범위가 달라지며 엔진회전수가 순간적으로 상승한다. 가속할 때 짧은 구간에서 재빠른 변속이 이뤄지며 속도를 높이게 된다. 일반 주행모드(D)와 스포트(S) 모드는 가속감에서 확실히 구분될 만큼 차이가 명확하다. 시로코의 성격을 감안할 때 확실한 구동력 차이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패키지인 "R" 라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총평
 시로코는 소형 스포츠 쿠페다. 골프로 대변되는 폭스바겐 제품 가운데 역동성이 가장 부각된 차종이다. 따라서 진동소음의 불편함은 가속의 즐거움으로 상쇄돼야 한다. 다시 말해 조금 시끄럽다고 단점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적당한 배기사운드는 아드레날린을 자극해 가속페달에 힘을 주게 만든다. 자신도 모르게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 치고 오르는 가속력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흔히 자동차를 선택할 때 성격, 이른바 "컨셉트(Concept)"를 보고 구입하면 된다는 말을 한다. 단순한 상품성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느냐에 대한 파악이 먼저라는 조언이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시로코는 경제적 디젤로, 때로는 가솔린 엔진을 뛰어 넘는 스포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성격이다. 따라서 젊은층의 인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보다 저렴한 4,220만원으로 시로코 중에서도 "R"라인을 얻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인피니티, "유행 편승한 디젤 출시 아니다"
▶ 인피니티, 아시아 최초 FX30d 출시
▶ [칼럼]공정위 조사, 국산차도 해야 한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