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ℓ 포르쉐와 2.2ℓ S클래스의 등장

입력 2012년02월2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다이어트 열풍이 한창이다. 얼마 전부터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덩치와 몸집 줄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업과 회사도 구조조정이나 아웃소싱을 통한 다운사이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자동차 엔진도 배기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자원과 에너지절약 그리고 친환경이 가장 큰 주제로 등장한 이래 럭셔리 자동차와 스포츠카도 작은 배기량은 더이상 금기사항이 아니다.


 자동차 엔진에서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첫 번째 방법은 배기량 축소다. 일반적으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 무게와 크기도 감소하지만 출력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의 핵심은 출력을 증가시키면서 배기량을 줄이는 데 있다. 

 출력을 높이며 배기량을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실현의 중요한 기술은 바로 터보나 수퍼차저 같은 과급기의 탑재다. 다시 말하면 현 시점에서 과급기 장착 없이 엔진 다운사이징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엔진 다운사이징은 곧 터보 혹은 수퍼차저 장착을 뜻한다.

 두 번째는 정밀한 직분사 시스템이다. 작은 배기량의 느린 응답성 극복을 위한 높은 압축비를 구현하려면 보다 정확한 연료의 직접분사방식이 필수다. 물론 연료 직분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엔진매니지먼트 핵심은 연료 분사시스템과 ECU 소프트웨어 개발 여부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더블클러치미션(DCT) 기술과 같은 동력전달장치의 개발이다. 엔진의 동력이 바퀴에 최대한 많이 전달되도록 손실을 줄일 때 효율과 성능이 동시에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이 모든 기술을 조합해 낼 수 있는 시스템 테크닉이다.
 
 다운사이징에 앞선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회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가솔린 엔진의 다운사이징을 시작해 왔다. 선두는 폭스바겐이고, BMW와 아우디, 벤츠가 뒤따르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중형차에 적용되는 2.0ℓ를 1.4ℓ 소형 엔진으로 바꾸면서 다운사이징을 주도하고 있다. 배기량 1.0ℓ 엔진으로 133마력을 뽑아낼 정도다. 엔진으로 공급되는 공기를 압축시키는 터보차저나 수퍼차저와 같은 과급장치 덕분이다. 실린더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늘려 출력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엔진 크기를 줄이고 출력을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트윈차저시스템엔진(TSI, Twincharged Stratified Injection)"으로 표시한다. 트윈차저시스템이란 저회전에서 수퍼차저를 사용해 엔진의 빠른 반응성을 확보하고, 고회전은 터보차저를 사용해 수퍼차저의 단점인 출력 저하 현상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작동방식이 다른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순차적으로 적용해 엔진 효율과 역동성을 동시에 이뤄낸다.


 특히 폭스바겐은 TSI 엔진으로 ISO 14040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모든 생산 공정과 리싸이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사 분석하는 라이프사이클어세스먼트(LCA : Life Cycle Assessment)로 인정받은 친환경자동차임을 공개했는데, 이는 앞으로 유럽에서 판매될 모든 자동차회사가 받아야 할 매우 의미 있는 인증이다.

 물론 폭스바겐의 기존 터보엔진에도 트위차저시스템과 같은 약자인 "TSI(Turbocharged Stratified Injection)" 로고를 사용한다. 같은 배기량이지만 어떤 방식의 과급기를 장착했느냐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데, 폭스바겐은 이를 TSI 로고의 색깔로 표시한다. 기본모델보다 출력이 높은 것은 TSI 중 "I"만 빨간색이고, 그보다 높은 출력이면 "SI", 최고 출력이면 "TSI"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가솔린 엔진의 다운사이징에 의미 있는 또 다른 과급(차저)시스템은 "VTG(Variable Turbine Geometry)" 터보다. VTG는 터빈(Impeller)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줄 수 있는 "고정익(Leitschaufeln)"을 장착해 저회전에서는 고정익을 닫아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유입시켜 과급을 유도하고, 고회전에선 고정익을 열어 터빈에 걸리는 과압을 조절해 터보와 엔진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물론 이 VTG 터보는 이미 디젤엔진에서 오래 전부터 보편화 돼 있다. 


 피스톤 왕복기관인 자동차 엔진, 특히 가솔린의 다운사이징은 향후 최소 10년 간 자동차 내연기관 기술을 지배할 아이템이다. 독일에선 폭스바겐이 먼저 시작했지만 지금은 벤츠, BMW, 아우디 등 소위 프리미엄 브랜드도 적극적이다. 아우디는 기함인 A8과 TT에 2.0ℓ TFSI 엔진을 적용할 예정이다. 벤츠는 S클래스에 파격적으로 2.2ℓ 4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벤츠의 프리미엄 튜닝파트너인 AMG도 6.3ℓ 대신 5.5ℓ 엔진을 적용한 M157을 출시할 예정이다. 실키식스라 불리며 6기통 엔진만 고수하던 BMW도 3시리즈에 1.5ℓ 3기통 엔진을 사용하게 된다. 스포츠카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통의 포르쉐도 박스터와 카이만 모델에 장착할 2.0ℓ 4기통 엔진을 개발 중이다. 

 자동차에서 엔진 다운사이징은 단순히 배기량과 기통수만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엔진 다운사이징에 따른 냉각시스템과 섀시, 브레이크 시스템 등 거의 모든 부품도 동시에 다운사이징이 실현돼 무게와 연료소비를 더욱 줄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엔진 다운사이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2015년부터 발효되는 배출가스규제 유로6과 이산화탄소 감축, 그리고 자꾸 높아져 가는 출력밀도와 동력성능 추세에 가장 적합한 가솔린 엔진의 기술이 바로 다운사이징인 셈이다. 

 베를린=이경섭 자동차 칼럼니스트 kyungsuplee@hotmail.com

▶ 토요타, 2012년형 프리우스 출시
▶ 크라이슬러, 2012년형 그랜드보이저 출시
▶ 한국토요타, "상반기 86, 하반기 벤자 출시한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