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벤츠와 포르쉐, 판단은 소비자 몫

입력 2012년02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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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칼을 꺼내들었다. 공정위는 조사 착수 배경으로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됐지만 수입업체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질적인 타깃이 벤츠 딜러인 한성자동차와 더클래스효성(이하 효성차)일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한성자동차의 모기업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화교기업 레이싱홍그룹이다. 한성차는 독일에서 벤츠를 수입, 한성차와 효성차에 공급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MBK)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성차와 효성차의 불공정 관행에 말레이시아 기업이 개입돼 있는 셈이다.  지분율에 따라 이사회에는 한성차의 추천인물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레이싱홍그룹이 MBK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갈등은 딜러인 한성차가 수입사인 MBK 지분을 보유한 데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면 MBK가 다음 달 판매확대를 위해 S클래스 무이자할부 판촉을 결정하면 자연스레 한성차가 먼저 알게 된다. 한성차는 이를 전혀 모르는 효성차와 달리 소비자에게 곧 좋은 조건이 생기니 기다리라고 권한다. 결국 다음 달이 되면 한성차는 모아놨던 계약을 속속 체결하는 반면 효성차는 전월 구입자들의 항의에 시달리다 차액을 물어주거나 고객을 잃는 지경에 이른다. 

 이 밖에도 효성차 입장에서 보면 억울함을 느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는 효성차의 판매구역 내에 한성차가 전시장을 열면서 효성차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MBK는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독일 본사도 한국 내 문제는 MBK가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려줬다. 딜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딜러협의회를 효성차가 탈퇴하는 등 불만을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성차와 효성차의 이 같은 갈등은 업계의 관심일 뿐 정작 벤츠 구입자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누가 팔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차를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소비자가 입을 1차적인 피해는 구입가격이다. 만일 효성차에도 판촉 사실이 공정하게 알려진다면 효성으로부터 차를 산 소비자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는 서비스다. 한성차는 서울에 4곳, 지방에 4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중이다. 효성차는 서울에만 4곳의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한성차가 서울지역 판매분의 7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서비스센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한성차의 서비스센터 주변에는 서비스를 받으러 온 소비자가 진을 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망을 적극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한성차는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기업의 허락을 받지 못해서다. 레이싱홍그룹으로선 벤츠 판매를 통한 이익환수가 서비스 확대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포르쉐를 수입, 판매하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에서도 나타난다. 레이싱홍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1,300대를 넘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는 3곳에 불과하다. 지난 3~4년간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서비스센터 확충도 병행해야 함에도 레이싱홍그룹의 결재를 받지 못했다. 참고로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에는 독일 포르쉐의 지분이 전혀 없다. 따라서 포르쉐가 국내에 지사를 세우면 이 회사는 딜러로 전환된다.  

 일부에선 수익을 우선시하는 레이싱홍그룹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도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인 데다 한국에서 탈세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서다. 기부금이 없다는 점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각종 세금을 제대로 낸 것 자체가 사회공헌임을 감안하면 이 또한 비판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 또 소비자들은 돈벌이의 주체가 말레이시아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성차와 효성차의 갈등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과 서비스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을 싸게 구입한 뒤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그러자면 제품을 파는 기업의 배경을 알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일제품을 구입할 때 어느 딜러를 선택할 지는 개인의 몫이지만, 얽히고 설킨 딜러 간의 경쟁이 때로는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같은 문제는 아쉽게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벤츠 본사가 한성차의 보유지분을 인수하면 되지만 한성차가 넘겨줄 리 만무해서다. MBK가 한성차에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독일 벤츠 트럭의 세계 최대 고객사가 바로 레이싱홍그룹이기 때문이다. MBK가 한성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공정치 못한 딜러 간 경쟁이 계속되면 MBK로서도 국내 소비자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내 벤츠의 최대 고객은 한국 소비자이지 외국계 기업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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