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대차, 제품보다 철학을 배워라

입력 2012년02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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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개발보다 철학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경섭 씨의 말이다. 오래 전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자동차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에게 한국의 현대차가 질적인 발전은 됐을 망정 제품 철학은 여전히 없어 보였던 모양이다. 양적으로 세계 5위에 오를 수는 있어도 철학이 없으면 명품이 되지 못한다는 자동차업계의 고전이 새삼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 업계의 화제가 됐다. 이른바 현대차의 "청담동 프로젝트"다. 하지만 청담동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난해 수입차를 겨냥해 프라다와 공동 제작한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가 중고 시장에 나온 반성이 바로 청담동 프로젝트 시작의 골자였기 때문이다. 소식을 보고받은 현대차 최고 경영자가 충격을 받고 수입차와 국산차의 간극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를 선물받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의 가치를 팔아 돈을 기부했다. 이미 본인 소유의 차가 있는 만큼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사용했던 것. 실제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는 어느 부유층이 사갔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국산차의 좋고 나쁨을 떠나 평소 삶의 철학을 행동에 옮긴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제네시스 프라다 1호차의 중고 시장 등장에 민감했던 이유는 브랜드 때문이다. 나름대로 "프라다" 브랜드와 협업, 시장에 내놨지만 "현대차"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자격지심(自激之心)"이 적지 않아서다. 현대차 스스로 "현대차"라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연예인 부부의 기부활동을 오해(?)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현대차가 대수롭지 않은 일로 흥분할 때 수입 업체인 BMW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체험형 자동차 테마 파크를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롯데월드와 비슷한 크기의 시험주행장을 결합시킨 테마 파크 건립은 독일에서도 이미 결정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국내 판매량이 연간 2만대인 회사가 연간 90만대를 판매하는 회사도 하지 못한 일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러면서 BMW코리아가 내세운 항목은 "자동차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의 제시"였고, "그것이 바로 BMW의 방향성"이라고 언급했다. 비록 국내 수입회사지만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이 힘주어 말하는 대목에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현대기아차도 하지 못한 일을 수입사가 먼저 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렇지만 국내에 없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공언 앞에선 머리가 숙여졌다.

 지난해 현대차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간 국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음을 어느 정도 자인했기 때문이다. 오해를 풀고 진정 사랑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와 관련한 각종 행사를 통해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쌓인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한 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다. 게다가 현대차 또한 오랜 기간 추구했던 자동차 시각까지 바뀌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곧 상품, 상품은 많이 팔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으로 양적 1등은 될 수 있지만 가치 1등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유명 연예인을 불러 놓고 떠들썩한 신차 행사를 해봐야 존경할만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정의선 부회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청담동 프로젝트"가 아니라 현대차의 제품 철학이다. 청담동만을 위한 고급차를 만든다고 브랜드 철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형차, 저가차, 좋은 품질의 차를 개발하되 그 속에 현대차만의 철학을 담아내야 한다. "질 좋은 제품을 염가에 공급한다"는 토요타의 "양품염가(良品廉價)" 철학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부촌인 청담동만이 아닌 서울에서도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항동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차라는 브랜드가 특정 계층에게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한 자동차" 의미로 "인간지차(人間之車, Hyundai for all)"라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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