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국내에서 디젤 승용차의 선구자적 위치를 가진다. 특히 2.0ℓ TDI가 폭스바겐 판매량의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실제 "골프=2.0ℓ TDI"라는 인식은 보다 확고하게 굳어지는 추세다. 가솔린 엔진의 GTI나 디젤 고성능의 GTD, 친환경 성능을 강조한 1.6ℓ TDI 블루모션 등이 국내에 출시됐지만 아직 2.0ℓ TDI의 아성을 깨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내에 소형 가솔린 엔진인 골프 1.4ℓ TSI가 판매되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판매에도 큰 걸림돌이 있었다. 가솔린 엔진 차종은 OBD-II 장치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는 국내 인증 규제가 그것.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한-EU FTA에 따라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판매 1,000대 미만 차종에 한해 임시적으로 완화됐다. 1.4ℓ TSI도 국내 판매 길이 열린 것이다. 골프에 디젤이 아닌 작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골프 1.4ℓ TSI를 시승했다.
▲스타일
골프는 라인업이 상당히 다양한 차다. 골프 카브리올레까지 국내에 등장하면 풀 라인업이 완성된다. 하지만 선택폭이 넓어도 차종간 외관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개인적인 취향 및 경제적 여건까지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엔진을 선택해야 한다. 골프 1.4ℓ TSI도 여느 골프와 다름 없는 모습이다.
현행 골프는 6세대 모델이다. 6세대를 기점으로 폭스바겐 디자인도 많은 변화가 있다. 차급별로 조금씩 다른 디자인이 통일됐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신형 페이톤을 시작으로 투아렉, 티구안, CC, 파사트 등 폭스바겐 주력 차종 외관이 비슷해진 것. 물론 골프 6세대는 새로운 패밀리룩 냄새가 크게 나지 않지만 향후 후속 차종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차나 수입차나 해치백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골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렇게 해치백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골프를 타면 첨단 유행을 따르는 것 같은 착시 현상도 존재한다. 다년 간 이미지 메이킹이 가져다 준 효과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하나의 성공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성능
골프에 1.4ℓ 가솔린 엔진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다. 작은 배기량도 익숙치 않다. 하지만 출력은 최대 160마력을 내고 24.5kg·m의 토크를 발생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2.0ℓ TDI보다 높다. 물론 가솔린 엔진 출력이 동일한 디젤 대비 높지만 체급이 차이나는 데도 1.4ℓ가 오히려 높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토크도 1.6ℓ TDI와 큰 차이가 없다. 통상적으로 디젤 토크가 동급 배기량 가솔린차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1.4ℓ TSI의 성능은 다부진 셈이다. 이유는 터보와 슈퍼차저가 동시에 장착됐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폭스바겐은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했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인 7단 DSG가 적용됐다. 연료 효율은 ℓ당 14.6㎞다. 골프 라인업 중에서는 유일한 효율 2등급차다.
시동을 걸었다. 디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저음이 울린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가솔린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국산차들이 쉽게 디젤을 내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진동도 디젤에 비해서 적다.
가속페달을 눌러 차를 움직였다.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디젤에서 높은 토크로 인해 치고 나가는 맛이 있었다면 1.4ℓ TSI는 그보다 다소 진중한 움직임이다. 물론 좋게 말해서다. 나쁘게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펀치력"이 약하다. 그러나 1.4ℓ라는 배기량을 감안할 때 분명 만족할 만하다. 변속기의 작동도 안정적이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 엔진 회전을 높였다. 급격히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차의 움직임도 많이 달라진다. 특유의 가속 성능은 이 때 발현된다. 시속 100㎞ 이후 고속에서도 가속력이 남아 있다. 그 이상 속도에서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속도를 올려놓고 달리는 데는 2.0ℓ TDI나 1.4ℓ TSI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속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곡선주로도 요리조리 코너를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발군이다.
▲총평
작은 가솔린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골프 1.4ℓ TSI는 준수한 성능으로 디젤 일색의 골프 제품군에서 일정 부분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판매량도 지난해 483대로 고성능 가솔린 GTI보다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3,350만원으로 골프 2.0ℓ TDI보다 10만원이 비싸다. 슈퍼차저와 터보가 동시에 장착돼 영향을 미쳤다. 고유가 시대, 그래서 효율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 성능은 디젤과 비슷하지만 효율이 낮은데 가격이 비싸다면 쉽게 수긍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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