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과잉 설비, 또다른 '시한폭탄'

입력 2012년03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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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유럽의 자동차 생산 설비 과잉이 역내 경제에 타격을 가할 또다른 "시한폭탄"으로 도사리고 있다고 역내 업계 지도부가 일제히 경고했다.
 
 이들은 설비 과잉이 역내 모든 업체에 해당한다면서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이 나서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EU가 지난 90년대 철강 설비 과잉 해결에 개입했음과 미국이 금융 위기 와중에 자동차 "빅 3"를 지원하면서 공장도 대거 폐쇄토록 해 결과적으로 업계를 회생시키는 효과를 냈음을 관계자들은 상기시켰다.

 닛산-르노 그룹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7일(이하 현지시간)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과잉) 설비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한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면 다른 모든 회사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슬러-피아트 그룹의 CEO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회장을 겸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도 모터쇼에서 EU가 지난 90년대 유럽의 철강 생산 과잉을 조정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다시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치오네는 "생산 라인 일부를 폐쇄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ACEA는 유럽 자동차 설비 과잉이 20%가량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도급업체까지 포함해 유럽 자동차 산업이 모두 230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ACEA의 이반 호닥 사무총장도 제네바 모터쇼 회견에서 "설비 과잉을 EU 회원국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EU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닥은 그러나 고용 문제 등 때문에 정치적 마찰이 불가피한 "어려운 작업"이라고 경고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로이터에 유럽 업계가 바라는 것은 과잉 설비를 감축하는 것이지 또다시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면서 유로국들이 채무 위기로 여력이 없음을 상기시켰다. 로이터는 유럽 업체들이 외국 경쟁사의 부상으로 말미암은 가격 경쟁력 약화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마르치오네가 오는 20일 EU의 카렐 데 휴흐트 무역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EU가 앞으로 체결할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ACEA가 관련 보고서도 마련했으나 이번에는 EU 측에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한국 자동차가 유럽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온 점을 특히 지적했다. ACEA의 호닥도 로이터에 "상대국 시장에 접근할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계속 시장을 여는 것은 미끄러운 슬로프를 기어오르는 것과 같다"면서 자동차 수입 관세를 없애야만 EU-인도 FTA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 자동차라고 모두 부진한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7일 BMW, 다임러 벤츠와 폴크스바겐은 판매 호조로 대조를 이뤘다면서 이것이 유로 채무 위기 "양극화"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BMW는 미니와 롤스-로이스 제품을 포함해 지난달 12만 8천대를 팔아 전년 대비 14% 증가를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판매 증가의 근 절반이 전년 대비 35% 늘어난 아시아에서 이뤄졌으며 미주 대륙도 26%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은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비교됐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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