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축제같은 레이스, 저만의 꿈일까요?"

입력 2012년03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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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GT 1전 K1000 우승자 이대희 선수와의 인터뷰

 "1등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지..."

 대회 우승자의 거창한 소감을 기대했던 기자에겐 맥이 빠지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과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모터스포츠 대중화의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 11일 전남 영암 F1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DDGT 1전에서 모두의 이목을 끈 경기가 있었다. 경차 스프린트 경기인 K1000이 그 것. 모닝의 쾌속질주에 관객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고, 특히 아이의 손을 잡은 아버지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선 "어디 나도 한 번..."이라는 설렘이 보였다. 클릭전 폐지 이후 경차 클래스에 대한 팬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던 경주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16일 이대희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승 소감은.
 "무척 기쁘다. 사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우승에 걸맞는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이스에서 1등을 하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지. 날씨가 추워서 실내 시상이 진행된 점은 좀 아쉽다.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는 광경을 상상했는데(웃음)"


 -지난해 DDGT의 시범경기로 경차 클래스를 열린 이후 K1000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는 선수들의 노력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네이버 경차 동호회 토콘이 처음으로 경차 체험주행을 마련했다. K1000에 직접 출전은 안하지만 토콘의 역할이 컸다. 동호회에서 20대 이상 차를 모아 4~6전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냄으로써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나는 클릭 페스티벌에서 쓰던 차로 DDGT TT100 클래스에 참가하던 상황이었다"

 -경차 레이스의 매력은.
 "경차는 타는 입장에서 그리 빠르지는 않다. 무섭다는 생각도 거의 안들 정도다. 단거리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를 보는 차이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마라톤 경기를 관람하듯 좀 여유있게 관전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경주하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하면서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이 아닐까"


-그럼에도 경기에서 긴장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K1000 클래스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이 레이스에 첫 출전했다. 나도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리드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땀도 나고 무척 긴장됐다. 포메이션 랩을 까먹는 일은 아마추어 레이싱에서는 종종 있는 에피소드다. 프로선수가 그랬다면 제명감이지만,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봐달라"

 -스타트가 좋지 않았음에도 8랩부터는 선두를 굳히는 모습이었는데.
 "예선 1위로 풀포지션을 땄지만 스타트가 좋지 않아 3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2위 정용철 선수는 추월했지만 배선환 선수는 워낙 노련해 일단 뒤를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 무리하게 추월을 노리다가 페이스가 흐트러질 것 같았다. 다행히 배 선수가 많은 경기에 참가하다보니 체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 6랩 말미에 추월기회가 왔다. 이후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경기가 10랩으로 단축되고, 서로 격렬한 추월같은 무리한 주행이 나오지 않아 상위권에 순위변동이 없다 보니 내가 체커기를 받게 됐다"
 (이 선수는 추월 후의 역주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경기 후반에 자신도 실수가 많았다며 쑥쓰러워했다. 이 선수의 인카메라 영상은 http://youtu.be/jCYQ5RL5BMw에서 볼 수 있다.)

 -우승 비결은. 
 "우승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마흔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라 우승 기회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했다. 지난해 경기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경차는 아무래도 출력이 낮고 서스펜션도 물렁한 편인데 나름대로의 적응이 필요하다. 배 선수의 랩타임을 보니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나보다 빠르더라. 날씨 문제로 10랩에서 경기가 끝난 점도 행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배 선수는 풀옵션 차였고 내 차는 깡통차다 보니 무게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경차 레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비용은.
 "경차 레이스는 비용이 저렴하고 선수 간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비용면에서는 차 세팅비보다 오히려 기본적인 안전장비가 더 비쌀 수 있을 정도다. 차 스펙과 운전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겁게 순위를 다투는 경쟁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들을 위한 최적의 클래스가 아닐까. 늦깎이 레이서들과 특히 여성 드라이버들의 많은 참여를 권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엄살을 떨었지만, 초대 챔피언의 몰락이 너무 빨리 오는 건 원치 않는다. 더 열심히 준비해 실력자들이 몰려와도 쉽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운전 외에 다른 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입장에서 젊은 선수들의 도전이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나같은 사람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더 많은 참가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도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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