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이 날로 심해지면서 주력 시장을 뛰어넘는 틈새 차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틈새 차종이 단순히 판매에 보탬이 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틈새 차종은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게다가 틈새 차종이 세단이나 SUV까지 넘보는 일이 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틈새 차종의 대표는 닛산 큐브다. 마치 성냥갑을 포개어 놓은 것 같은 외관으로 "박스카의 대명사"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큐브는 차고가 높은 "톨보이" 형태로 넉넉한 실내공간이 강점이다. 덕분에 패션 디자이너 또는 코디네이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옷을 접지 않고 실내에 걸어 보관한 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각을 중요시 하는 이들에게 큐브의 귀여운 외관이 매력으로 평가되면서 여성 운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1.8ℓ 엔진과 3세대 엑스트로닉 CVT가 결합돼 부드러운 변속도 강점이다. 판매는 지난해 8월 시작해 2011년에만 2,256대가 팔렸다. 틈새 시장을 노렸지만 한국닛산의 주력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2012년에도 누적 345대로 닛산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입차에 큐브가 있다면 국산차에는 단연 기아차 레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역시 큐브와 동일한 "박스카"다. 경차 모닝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큰 차체에 비해 하체가 부실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넓은 실내가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는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2열 오른쪽 도어가 슬라이딩 형태로 여닫혀 공간 활용을 크게 높인 점도 특징이다. 또한 경차 혜택이 제공돼 실속파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1.0ℓ급 가솔린과 LPG 겸용 바이퓨얼 엔진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첫 달 4,107대, 2012년 1월 4,496대, 2월 5,369대로 형제차 모닝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2012년 누적판매는 1만135대로 모닝, K5에 이어 3번째를 기록했다.
BMW그룹의 일원인 미니는 가장 대표적인 틈새 시장 공략 브랜드다. 외관에서부터 "평범하지 않다"는 모습을 뽐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고성능 브랜드 JWC나 SUV, 쿠페, 로드스터, 밴 등 라인업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SUV인 컨트리맨이나 미니 쿠페 등을 선보여 큰 인기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효율이 높은 디젤차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판매의 경우 지난해 4,282대로 전체 6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도 분위기를 이어가 누적 772대로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픽업트럭 시장도 한국에서는 틈새로 떠오르는 중이다. 국산차로서는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가 유일하다.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에 이은 3세대 모델이다. 하지만 픽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쌍용차는 LUV(Leisure Utility Vehicle)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형태는 픽업이지만 승용 SUV의 강점에 레저 활동에 최적화 됐다는 점을 적극 이용한 것. 실제 차종 분류에는 쓰이지 않는 마케팅 용어다. 지난 1월 판매를 시작해 첫 달 기록은 1,478대, 이전까지 주력이었던 코란도C(817대)를 밀어내고 회사 내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다. 2윌 실적도 1,901대로 887대의 코란도C와 함께 쌍용차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미쓰비시도 출사표를 내던졌다. L200이라는 레저형 픽업을 오는 9월 국내에 출시한다. 이미 코란도 스포츠 등이 형성한 국내 픽업 시장에 프리미엄 픽업의 형태로 도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단과 SUV로 대표되던 기존 자동차 시장이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대안으로 틈새 차종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독특한 외관에 용도에 최적화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틈새 차종의 영향력은 주력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가고 있다"며 "앞으로 주력 시장과 별도의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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