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자동차가 한국에 재진출하며 내놓은 신차는 소형 SUV "RVR"이다. 유럽에선 ASX, 북미에선 아웃랜더 스포츠로 판매되는 차다. 체급으로 보면 혼다 CR-V와 폭스바겐 티구안, 현대차 투싼ix, 기아차 스포티지R이 경쟁이다. 1,998㏄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가솔린과 어깨를 견준다. 3,000㏄급이 주력인 아웃랜더와의 시너지로 일본 중소형 SUV 시장을 넘나들겠다는 게 미쓰비시의 판단이다.
▲ 디자인
앞모습은 랜서 에볼루션에 채용된 상하 일체형 그릴이 채택됐다. 미쓰비시가 최근 패밀리룩으로 적극 내세우는 형상이다. 아우디에서 비롯된 일체형은 현대차도 헥사곤 그릴 등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디자인 흐름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커다란 그릴 덕분에 좌우 헤드램프의 비율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안으로 파고들도록 설계해 역동성을 드러냈다. 소형 SUV의 수요층이 젊다는 사실을 적극 배려한 흔적이다. 범퍼 하단 좌우 안개등은 크롬으로 감싸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개인적으로 호감은 뒷모습이다. 가로형 리어 램프가 트렁크 리드와 맞물리면서 안정감을 준다. 또한 대형 범퍼를 사용해 앞의 일체형 그릴과 균형을 맞췄다. 다부져 보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측면은 SUV지만 돌출된 앞부분과 짧은 리어 오버행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소형 SUV라는 점에서 공간 활용을 고려하면 앞 오버행도 짧아야 하지만 이 경우 측면의 유려함이 사라질 수 있어 뒷바퀴를 최대한 뒤로 밀착시켰다. 덕분에 단단함이 묻어난다.
실내는 랜서 및 아웃랜더와 비슷하다. 실린더 타입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사이 컬러 LCD에는 디지털 방식의 연료계와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센터페시어는 오디오 일체형 국산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엔포테인먼트 기능을 담당한다. 블루투스도 활용이 가능하다. DMB 내비게이션이 통합형으로 설치돼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풍량, 풍온, 풍향을 조절하는 로터리 방식의 레버도 랜서 및 아웃랜더와 다르지 않은 원형이다. 하지만 그 아래로 AUX와 USB 연결이 가능한 단자들이 즐비하다. 이동통신 장비와의 연결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
SUV라는 점에서 컵홀더가 적지 않다. 공조 레버 아래에 한 개가 있고, 변속레버 뒤에 두 개가 있다. 좌우 도어 패널에는 조그만 PET 음료수를 담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작지만 수납공간이 많다는 것은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작지만 레저형 SUV의 성격은 차명에도 담겨 있다. "RVR"은 "레크레이션 비히클 러너(Recreation Vehicle Runner)"의 이니셜로 90년대 미쓰비시 MPV에 사용된 차명이기도 하다. 도심형이지만 레저 기능도 결코 양보하지 않았음을 차명에서부터 강조한 셈이다.
▲ 성능&승차감
RVR에는 최대 150마력(6,000rpm), 20.1㎏.m(4,200rpm)의 1,998㏄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가 탑재돼 있다. 물론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6단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료효율은 ℓ당 12.4㎞(4WD 기준)를 인정받았다. 공차중량은 1,515㎏이고, 연료탱크는 60ℓ가 적재됐다. 타이어는 225/55R/18(2WD는 215/70R16) 크기다.
시동은 버튼을 누르면 된다. 알루미늄 블록의 경량 엔진이 경쾌하게 작동하며 출발 준비를 한다. 출발에 앞서 몇 가지 감촉을 체험했다. 먼저 가죽으로 감싼 좌석은 착좌감이 좋은 편이다. 또한 시트는 버킷이 있어 몸을 지지하고, 약간 단단한 편이다. 그러나 가죽 스티어링 휠은 약간 미끄럽다. 게다가 조향 때 들어가는 힘(에포트, Effort)이 큰 편이어서 두 손으로 잡아야 힘이 덜 들어간다. 핸들링이 묵직하다는 의미다.
변속레버는 짧게 설정했지만 운전석에서 잡을 때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레버가 손에 모두 들어오면서 움켜쥐도록 만든다. 이 경우 스포츠주행을 할 때 나름의 조작감을 맛볼 수 있다. 실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면서 패들 시프터와 변속 레버를 번갈아가며 조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레버 활용에 흥미가 끌렸다. 패들시프터는 극히 가벼운 마그네슘 소재가 활용됐다. 그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경량화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진 배기량과 무게를 감안할 때 가속은 폭발적이지 않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반응도 여유롭다. 젊은층을 위해 디자인은 역동을 추구했지만 달리기는 역동보다 편안함에 무게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유럽식의 단단함보다 북미 선호도가 높은 설정으로 볼 수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속도는 꾸준히 오른다. 하지만 고속으로 가면 풍절음이 조금 들린다. 사이드미러가 대형이어서 저항에 따른 소리 발생을 없애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진동은 일본차답게 억제돼 있다. 그래서 가속도 한층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가속에는 무단변속기도 분명 한 몫 한다. 자트코가 개발한 CVT의 경우 속도를 올리고 내릴 때 별 다른 충격이 없다. 미쓰비시는 닛산이 사용하는 CVT와 동일한 방식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만큼 효율과 부드러움이 강점이라는 얘기다.
저중심의 차체는 코너링을 할 때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형태만 SUV일 뿐 실제는 세단에 가깝도록 노면에 밀착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루프를 포함한 차의 윗 부분 무게를 최대한 덜어낸 효과다. 게다가 차체자세제어장치(ASC)가 적절히 개입해 밀림 현상을 제어한다. 편안한 승차감을 기준하면 의외의 코너링 성능이다.
운전 중 시선을 위로 높였다. 파노라마 루프 글라스 커버를 걷어내면 탁 트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루프의 거의 전체를 유리로 덮었다. 운전 느낌은 승용 세단이지만 실내에선 SUV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부분이다.
구동방식은 운전자 스스로 2WD와 4WD, 그리고 록(Lock)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심에선 2WD, 가벼운 오프로드는 4WD를 이용하라는 뜻이다. 소형이지만 전천후 SUV 못지 않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 총평
RVR은 2,000cc급 소형 가솔린 SUV 차종이다. "SUV=디젤"이 굳어진 국내 상황에서 미쓰비시가 내세운 목표량은 월 50대다. 아웃랜더와 RVR이 동시에 혼다 CR-V를 견제할 태세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RVR의 포지셔닝과 제품 컨셉트는 "디자인 개성이 강하되 실용적인 차"로 압축할 수 있다. 북미를 겨냥한 만큼 편안한 승차감과 운전자의 습관까지 바꿔주는 "에코" 인디케이터도 마련돼 있다. 2WD 3,190만원, 4WD 3,490만원의 가격도 CR-V보다 조금 낮다. 더불어 국산 2,000cc급 가솔린 SUV와 가격차가 별로 없어 은근히 국산 소형 가솔린 SUV까지 건드릴 태세다. 대부분 수입 브랜드가 국산 중대형차와 경쟁을 펼칠 때 미쓰비시는 소형 가솔린 SUV의 틈새로 발을 옮겨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이유로 RVR은 "편안한 소형 SUV"로 정의된다. 수입차로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셈이다. 그래서 RVR이 주목을 끌면 미쓰비시의 반란은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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