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을 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최대 20% 범위 내에서 혼합판매도 허용키로 했다. 유통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만들어 기름 값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노력이다.
▲ 기름 값, 유통구조 알아야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은 업계 뿐 아니라 국민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투명성을 높여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하지만 실제 효과로 연결될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요지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유통 경로를 알아야 한다. 정유사가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사오면 국내에서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만들어진다. 정유사는 공급가격을 싱가폴 현물 시장 거래 가격에 맞추고, 정부는 공장도가격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후 유통은 대리점과 주유소가 나서게 된다. 대리점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구입한 뒤 다시 주유소에 판매하고, 일부 주유소는 직접 정유사로부터 사들여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게 현재 구조다. 정부의 전자상거래 도입은 싱가폴 현물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에 맞춰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고,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 판매자나 구입자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를 하자는 취지다. 게다가 혼합판매는 대리점이나 주유소가 국내 정유사 4곳의 제품을 모두 구입해 판매토록 하는 제도다.
먼저 전자상거래의 경우 도입이 된다 해도 실제 인하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정유사 공급가격이 투명해져도 주유소 판매 가격은 알 수 없어서다. 주유소가 저렴하게 구입한 뒤 그대로 싸게 판매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실제 지난해 정유사가 물가안정을 위해
ℓ당 100원을 내렸을 때 기름 값 변동폭이 적었다는 점은 사업자 간의 이익을 위한 물밑 작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급가격은 내렸지만 주유소가 인하 전 물량 구입을 이유로 실제 가격 인하에는 옹색했다. 3개월 뒤 공급가격이 다시 오르자 그다지 내리지도 않았던 주유소 기름 값은 다시 점프했다.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내리면 주유소가 흡수하는 구조다.
혼합판매도 마찬가지다. 특정 브랜드 상표 주유소가 혼합 판매를 원하면 다른 정유사 제품의 혼합 비율이 20%를 넘어서면 안 된다. 브랜드 없이 기름을 마구 섞어 팔면 정유사가 품질을 보증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주유소가 다른 브랜드 제품을 저장하기 위한 별도 탱크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SK 주유소가 GS칼텍스로부터 기름을 구입한 뒤 판매할 때 SK가 GS칼텍스 제품에 대해 품질 보증 및 보너스포인트를 적립해 줄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유소 사업자가 직접 탱크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주유소 원가 상승이 수반돼 인하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근본 원인은 모두 사업자
기본적으로 기름 값 인하가 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 모두 사업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공공성보다 이익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알뜰 주유소를 도입하며 유통 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한 쪽에서 내리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도 사업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세수 감소는 곧 기업의 이익 감소와 같은 개념이다. "세금"은 쓰임새가 공공적이어서 기업의 이익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거둬가려는 속성은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전자상거래와 혼합판매는 유류세 인하를 하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내에서조차 국민 세금으로 별도 저장탱크를 설치하는 알뜰주유소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오로지 유통에서만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의 시각이 비뚤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주 정유사의 휘발유 1ℓ 공급가격은 1,032원이었다. 세금 923원이 더해지고, 주유소 마진이 첨가돼 소비자는 2,039원에 구입했다. 세 가지 금액 중 정유사와 주유소는 원가 개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세금은 원가가 없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ℓ당 마진을 지나치게 후하게 쳐서 150원으로 보면 기름 1ℓ를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는 150원, 정부는 923원을 얻게 되는 구조다. 기름 값 인하의 열쇠가 어디 있는지 숫자가 보여주는 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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