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시리즈가 완전히 바뀌었다. 3시리즈는 국내에서도 많이 팔린 차다. 최근에는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져 예전만큼 파괴력을 갖지는 못했다. 따라서 BMW는 새 차의 주력 엔진으로 디젤을 선택했다. 이미 5시리즈 디젤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점을 활용한 셈이다. 특히 3시리즈는 소비층이 연비와 성능에 민감한 20~30대라는 점도 고려했다. 따라서 320d의 출시로 BMW는 수입차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3시리즈의 출시 차종은 총 5종이다. 기본형 320d에 패키지를 추가한 320d 모던, 320d 스포츠, 320d 럭셔리가 있다. 여기에 연료효율을 크게 높인 320d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D)가 추가됐다. 이 가운데 320d ED를 시승했다.
▲스타일
구형과의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신형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이번에는 눈에 잘 띄는, 그래서 자동차의 얼굴로 불리는 라디에이터 주변을 놓고 말들이 많다. 특히 새로 디자인한 헤드 램프가 그렇다. 최신 디자인을 적용했으나 "ㄷ"자 형태로 라디에이터 안으로 들어간 부분이 어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역동"을 표현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마치 6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그릴은 3시리즈의 특성이 보다 역동으로 기울었음을 강조하는 것 같다. 측면에서 보면 중앙이 앞으로 삐져 나온 그릴부터 A필러까지 길어 보이고, C필러부터 트렁크까지 거리가 짧아 스포츠 세단의 특징인 "롱 노즈 숏 테크"의 구조가 살아 있다. 뒤로 갈수록 차체가 높아지는 점도 마찬가지다. 반면 뒷모양의 변화는 크지 않아 아쉽다.
몸집은 커졌다. 차체 크기는 길이 4,624
㎜, 너비 1,811
㎜, 높이 1,429
㎜, 휠베이스 2,810
㎜로 구형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104
㎜와 50
㎜ 늘었다.
실내에서도 변화는 많다. 중앙 가로축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금속 질감의 메탈릭 패널을 적용하고, 아래는 어두운 소재를 사용해 2단으로 구성했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동일한 메탈릭 패널은 기어 레버와 i드라이브 주변에 비대칭구조로 삽입했다.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센터페시아는 최대한 간결하게 꾸몄다. 가장 위에는 고정형 팝업 멀티미디어 모니터가를 배치했다. 16대 9 비율의 와이드 화면을 채택했고, BMW가 자체 개발의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아래는 통풍구, 오디오 조작 스위치, 공조 시스템 순이다. 불필요한 그래픽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능적인 장점만 살렸다. 오디오 조작 스위치는 터치 패드를 적용, 손가락을 살짝 올려 놓고 좌우로 밀기만 해도 라디오 채널이나 듣고 싶은 CD를 변경할 수 있다.
계기판은 다른 BMW차와 비교해 큰 차이점이 없다. 스티어링 휠은 촉감이 다소 거칠다. 패들 시프트는 없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실내공간은 구형보다 확실히 커졌다. BMW에 따르면 구형과 비교해 2열 시트 레그룸은 15
㎜, 헤드룸은 8
㎜ 각각 늘렸다. 수치 상으로 작은 차이일지 몰라도 실제 앉아 보면 확실히 넓어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시트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BMW 특유의 단단함이다.
▲성능
엔진은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적용한 4기통 2.0ℓ 디젤이다. 변속기는 기존 ED가 수동을 채택한 것과 달리 자동 8단을 넣었다. 변속기는 고단으로 진화하면서 굳이 수동을 채택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효율성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시동을 걸었다. 디젤엔진의 스로틀 개폐 소음이 다소 들린다. 구형에 비해 많이 줄였다지만 여전히 귀에 거슬린다. 최근 고급차나 대중차 할 것 없이 디젤엔진의 실내 소음유입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밖에서 들으면 더욱 심하다.
차를 출발시켰다. 안전벨트가 몸을 조인다. 몸집이 큰 사람은 불편하겠지만 안전을 위한 기능이다. 흔히 연료효율을 강조한 제품은 순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320d ED는 날렵하게 도로를 차고 나간다. 물론 320d의 다른 트림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일반적인 범주에선 이대로도 충분하다. 큰 불만이 없는 초반 가속력이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 속력을 더 냈다. 고단 변속기를 적용해 변속은 부드럽게 이뤄진다. 속도를 높여 가며 감속과 가속을 반복했지만 변속단수가 오르고 내리는 일에 큰 스트레스가 없다. 터보의 작동도 꽤 유연하게 이뤄진다. BMW 터보 엔진 기술이 농익었다는 느낌이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속도를 150km/h까지 높였다. 그 이상도 충분하다. 안정적인 하체 감성은 여전하다. 독일차의 특징인 "단단함"이 엉덩이에 전해지면서도 거북하지 않다. 직선에서의 안정성도 명불허전의 BMW답다. 곡선 공략에 큰 어려움도 없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여성 운전자들도 가볍게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제동성능도 나쁘지 않다. 주행모드는 에코프로, 컴포트, 스포트를 지원한다. 이 중 에코프로는 연비 위주의 주행에 최적화된 모드다.
▲총평
BMW가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는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법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다. 그러나 성능 저하없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지향점이라는 뜻이다. 320d ED의 연료효율은 ℓ당 23.8km에 이른다. 연료탱크의 용량은 57ℓ. 이론적으로 한 번 주유로 1,356km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감속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운동성능을 확보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새 차는 BMW가 표방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최전선에서 4,500만원이란 가격에 판매된다. 구형의 4,390만원보다 110만원 비싸졌다. 그러나 상품성도 높아져 인상폭은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시승/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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