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탄소 감축 위한 탄소 확보 전쟁

입력 2012년04월0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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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쟁이 진행 중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지각을 뒤흔들 또 다른 거대한 탄소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새로운 탄소 전쟁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돼 지상으로 내려온다. 

 장거리 항공기가 1㎏의 무게를 줄이면 연간 3,000달러 이상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보잉사가 제작중인 장거리 항공기 드림라이너의 본체 대부분은 가벼운 탄소섬유로 이뤄져 있다.  
 

 최근 BMW 라이트호퍼 회장이 보잉사를 방문했다. 이유는 바로 탄소섬유를 미래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탄소섬유의 최대 소비자는 보잉사이고, 탄소섬유 관련기술은 물론 모든 유기적 관계를 보잉사가 움켜쥐고 있다. BMW가 자동차 차체 제작에 탄소섬유 적용을 위해 가장 먼저 출발했지만 중간에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 업체 간 각축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검은 황금을 찾는 자동차회사의 탄소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자동차가 세상에 나온 지 126년, 그동안 수많은 디자인으로 옷을 입었지만 소재는 늘 철판이었다. 이제 두꺼운 철판을 벗고 가벼운 소재로 바꿔 입으려는 중이다. 이유는 경제성과 환경, 그리고 동력성능 향상 및 안전 때문이다. 

 이 네 가지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에너지절약 혹은 효율을 높여 경제성을 추구하고, 덕분에 탄소배출을 줄여 오염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가벼움은 엔진의 부담을 줄여 동력 성능을 높이고, 제동거리가 짧아져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낸다.

 하이브리드든 전기자동차든 상관없이 어느 쪽이든 미래의 자동차는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경량화가 필수다. 따라서 그동안 자동차가 지겹게 입었던 무겁고, 두꺼운 철갑 옷을 이제는 벗을 때가 된 것이다. 엔진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차체 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게 현재부터 미래를 장악해 나갈 기술의 트렌드다.

 과연 누가 먼저 두꺼운 철판 옷을 백사장에 벗어 던지고 푸른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로 뛰어들겠다며 백사장에서 철갑 옷을 훌훌 벗고 블루모션을 먼저 취한 곳은 BMW였다.


 그렇다면 차체를 철판으로부터 해방시킬 미래 자동차의 옷, 탄소섬유는 무엇일까? 탄소섬유, 정확하게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olymer)이다. 1940년대에 개발된 유리강화섬유(FRP : Fiber Glass Reinforced Plastics)와는 성질이 비슷하면서도 구별된다. 화이바로 불리는 군대의 철모와 최신형 오토바이용 탄소헬맷의 차이와 비슷하다. 

 탄소섬유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강하며 알루미늄보다 가볍다. 같은 크기일 경우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하고 가볍다. 내열성도 뛰어난 데다 흡수할 수 있는 충격에너지량도 철보다 많아 충돌사고 시 철판보다 안전할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강성과 탄성을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가로방향은 강성을, 세로방향은 탄성을 높일 수도 있다. 물론 자동차의 특수한 역학 구조에 바탕을 둔 복잡한 제작기술이 뒤따른다. 덕분에 가격이 철판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1평방인치당 약 50만개의 섬유가닥이 들어 있고, 섭씨 1,500도 이상에서 탄화처리하는 만큼 생산과 제작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탄소섬유는 가격을 따지지 않는 수제작 최고급 스포츠카에 적용돼 왔다. 그러나 경량화라는 과제가 주어지면서 이제는 명품 프레스티지에서 대량생산 되는 명품 즉, 매스티지로의 접목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적인 탄소섬유 제작업체인 일본 도레이사와 합작으로 독일에 자동차용 탄소섬유 부품개발과 더불어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고, 폭스바겐은 BMW가 공 들인 탄소섬유 업체 SGL의 지분을 사들였다. 아우디는 철과 알루미늄 그리고 탄소섬유를 섞은 복합 신소재를 개발하겠다며 기술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탄소전쟁은 궁극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생산구조와 부품공급시장 판도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탄소섬유 특성상 망가지면 부품전체를 교환할 수 밖에 없어서다. 리싸이클링도 철판과는 판이하게 달라 기존 리싸이클링 시스템으로는 재생 또는 재활용이 쉽지 않다. 나아가 교통사고시 탄소섬유의 특성상 철판 자동차와 다른 안전도 분석도 필요하다. 넘어야 할 기술적인 장벽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탄소섬유는 철, 금속, 폴리머 등 다른 소재와 합쳐지는 소위 복합소재 가능성도 커서 쉽게 시장 가능성을 점치기도 어렵다. 그래서 탄소전쟁에 참여하는 선진 업체들의 전략과 전술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고유의 작전으로 싸움을 벌이는 업체가 아니라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 브랜드다. 폴리머기술이나 그와 관련한 신소재 산업기반이 없는 나라의 자동차회사는 더욱 그렇다. 자동차 전체 모델과 생산구조가 달라지는 만큼 따라갈 멘토를 선정하는 문제도 결코 만만치 않다. 튼튼해 보이던 동아줄이 썩은 밧줄로 변하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어떻게 따라가야 미래의 황금을 찾을 수 있을지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조언을 간과해선 곤란한 이유이기도 하다.  

 베를린=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kslee@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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