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전략 제품 S60에 2.0ℓ 디젤엔진을 추가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디젤차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단순한 유행 편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디젤 대명사로 불리는 폭스바겐이나 푸조 못지 않을 만큼 디젤차에 적극적인 브랜드가 바로 볼보기 때문이다. 실제 판매 비중을 살펴봐도 볼보 디젤차 라인업은 전체 판매에서 80% 이상이다. 따라서 이번 2.0ℓ 디젤은 라인업 추가를 넘어 지속적인 디젤 강화 과정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스타일
지난 2009년 디트로이트 북미 국제오토쇼에 S60의 컨셉트가 공개됐을 때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고루하다고 생각했던 볼보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특히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외형과 강화 유리 패널을 사용한 센터페시어 등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어 2012년 제네바모터쇼에 양산형이 공개됐다. 비록 유리 센터페시어는 원가를 고려해 채택되지 않았지만 S60의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볼보의 상징 "아이언 마크"가 매우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그릴의 각진 모서리는 최대한 둥글게 만들어 강렬함 속에서도 안전을 생각하는 볼보다운 안정감이 뛰어나다. 헤드램프는 LED를 채택, 최신 흐름을 적극 반영했다. 범퍼 아래쪽에 위치한 에어 인테이크과 벤트는 무광 크롬 처리로 고급감을 높였다.
측면은 간결하게 완성됐다. 북유럽 특유의 "스칸디나비아 라인"이 적용됐지만 예전처럼 모났다는 느낌은 없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형 디자인은 역동성의 특성을 나타낸다. 반면 뒷모습은 변화의 폭이 적다. 리어 램프 각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실내에도 북유럽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들었다. 이른바 실용 디자인이다. 볼보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최근 국내에서도 실용성을 중시한 북유럽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함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보인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 더 고급스럽다.
많은 첨단 기능이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한 볼보지만 센터페시어 버튼 숫자는 최대한 억제했다.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안전주의 제조철학이 엿보인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센터페시어에 들어갔다. 스티어링 휠은 S80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적갈색 시트는 우아해 보인다. 그러나 쉽게 오염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앉았을 때 느낌은 약간 딱딱하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다.
▲성능 및 승차감
이미 국내에는 2.4ℓ 디젤인 D5가 존재한다. 시승차는 2.0ℓ 디젤로 최대 163마력, 40.8kg·m의 토크를 낸다. 연료효율은 신 복합연비 기준으로 ℓ당 14.0km다. 변속기는 자동 6단 기어트로닉이 장착됐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즉각적인 움직임이 일어난다.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 덕분인 것도 있겠지만 의외의 응답성에 작은 쾌감이 일어난다. 2.0ℓ 엔진은 기존 2.4ℓ와 기본적으로 구성 원리는 같다. 그러나 짧은 스트로크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간단하게 밟는대로 나간다고 설명하면 쉬울 것 같다. 조금만 출발이 늦어도 혼 스위치를 마구 눌러대는 국내 교통문화를 감안할 때 S60의 순발력은 만족할 만하다.
엔진 스로틀 여닫히는 소리는 최대한 억제됐다. 경박스럽지 않거니와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마저 든다. 그러나 정지 상태에서 낮게 울리는 부밍이 조금 귀에 남는다.
페달을 밟아 속력을 더 냈다. 중고속에서도 허덕임 없이 원하는 속도를 맞출 수 있다. 날렵한 움직임도 보이는 한편, 넉넉하고 안정적으로 여유로운 주행도 가능하다. 차체와 엔진의 궁합이 꽤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하체 강성 또한 이전 볼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단단함이 드러난다. 곡선에 들어서자마자 매우 안정되게 빠져나간다. 과격한 운전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차를 극한의 상태로 몰고 가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태라면 불만이 생길 수 없는 하체다.
좌우 사각지대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BLIS 시스템은 매우 유용하다. 더 이상 사각지대를 감시하기 위해 운전 중에 상체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기술 하나가 완벽한 안전을 위한 볼보의 노력으로 다가온다.
스티어링 휠 감성은 날카롭다. 미세한 조작에도 움직임이 반응한다. 제동력 또한 좋은 편이다.
▲총평
디젤에 힘을 싣는 볼보지만 독일 브랜드 대비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다. 그러나 무협 세계에도 숨겨진 은둔 고수가 존재하듯 볼보 디젤의 성능에는 분명 내공이 숨어있다. 충분한 힘과 각 부분의 균형적인 조합은 볼보 디젤의 큰 매력이다. S60 2.0ℓ 디젤 또한 높은 완성도를 기반으로 충분히 경쟁자와 정면 승부를 펼칠만 하다. 여기에 볼보가 내세우는 안전도 신뢰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동급인 벤츠 C220 CDI 블루이피션시보다 약 900만원, BMW 320d ED보다 약 400만원 저렴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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