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3. 차체/엔진
21. 알루미늄 재질과 강화 레진 부품 적용 초고장력 강판
차를 단단하게 만들려면 숙명처럼 무게가 늘었다. 강성을 높이기 위해 두꺼운 철판을 쓰거나 여러 장을 덧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엔 두께와 강성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 고장력 강판을 널리 쓰면서부터다. 요즘 차는 전체 철판의 40~85%까지 고장력 강판을 쓴다. 그 결과 차체 강성을 높이는 한편 무게까지 줄일 수 있었다.
편의상 고장력 강판이라고 뭉뚱그렸을 뿐 실은 여러 제품으로 나뉜다. 제조공정은 까다롭다. 철판에 탄소와 붕소 등을 더해 강도를 높인다. 일정 강도 이상의 제품은 고온으로 달궈 프레스기로 찍는다. 이 과정에서 담금질 효과가 나서 강도가 치솟는다.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는 "MPa"로 "메가파스칼"이라고 읽는다. 1,000MPa급 강판은 ㎟당 100㎏의 하중을 견딘다.
하지만 자동차에 단단한 강판을 많이 쓰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특정 부위는 사고 시 적당히 부서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충격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또한 차 껍데기를 이룬 패널에도 상대적으로 무른 철판을 쓴다. 너무 단단하면 수리가 어려운 까닭이다. 따라서 자동차는 부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강도의 철판을 조합해 완성한다.
충돌 사고 시 꼭 버텨야 하는 곳엔 초고장력 강판을 쓴다. 엔진을 담는 그릇에 해당되는 언더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이 부위가 박살나면 단일 부품 가운데 가장 무거운 엔진이 곧장 "승차석(cabin)"으로 돌진하는 까닭이다. A필러 역시 마찬가지다. 전복사고 시 실내의 형상을 유지할 대들보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부위엔 고장력 강판과 일반 강판을 섞어 쓴다.
토요타 신형 캠리엔 590MPa 이상의 초고장력 강판이 적용됐다. 엔진 아래쪽 프레임과 A필러, 지붕 좌우의 테두리, 앞 도어 사이드 빔 등을 만드는데 썼다. 440MPa 이상의 고장력 강판도 A와 B필러를 짜고 지붕을 가로로 잇는 띠도 둘렀다. 미국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의 충돌테스트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22. 넓고 효율적인 디자인의 실내 공간
"패키지(package)"는 자동차 상품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패키지"는 여러 개념을 아우른다. "공간 설계"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패키지"는 건축 설계평면도에 비유되곤 한다. "패키지"가 잘못되면 부작용이 뒤따른다. 우선 디자인 균형이 헝클어진다. 또한, 실내가 불편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다. 보기에는 멋진데 살아보면 불편한 집과 같다.
"패키지"는 차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짠다. 첫째는 파워트레인이다.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을 포함한다. 그 다음은 "캐빈(cabin)"이다. 운전자와 승객이 타는 거주공간을 뜻한다. 마지막은 "짐 공간(luggage area)"이다. 흔히 트렁크라고 부른다. 그런데 트렁크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꽁무니에 여행가방(트렁크)을 매달던 초창기의 자동차에서 유래된 용어다.
자동차 패키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캐빈이다. 업체와 차종이 달라도 개발 목표는 고스란히 겹친다. 높은 수준의 편의성이다. 여기엔 기능과 공간의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기능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원하는 기능을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내비게이션, 히팅 시트, 온도조절장치 등 쾌적한 주행을 뒷받침 할 편의장비까지 포함한다.
공간은 거주성을 의미한다. 넉넉할수록 좋다. 하지만 무조건 넓힐 수만은 없다. 해당 차급과 법규, 무게, 주차 편의성 등 여러 조건이 맞물려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엔진처럼 효율이 중요시된다. 효율 뛰어난 엔진은 같은 배기량으로 더 큰 힘과 보다 나은 연비를 낸다. 마찬가지로 효율 좋은 공간은 같은 덩치의 차체로 한층 여유로운 실내를 제공한다.
토요타 뉴 캠리가 좋은 사례다. 덩치는 이전과 비슷하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는 변함없다. 높이만 5㎜ 늘었을 뿐 차체 길이는 오히려 10㎜ 줄었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더 키웠다. 꼼수는 없었다. 기둥과 시트, 도어 트림, 천정 등 각 부위 별로 악착같이 크기의 거품을 뺐다. 토요타는 말한다. 더 넓은 공간을 위해 꼭 큰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23. 탑승자의 편안함을 고려한 실내 공간 확보
자동차 "패키지" 가운데 "캐빈"을 설계할 때는 주로 마네킹을 이용한다. 마네킹은 인체공학적 수치의 통계를 밑바탕 삼아 만든 3차원 모형이다. 대개 미국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삼은 "AME" 마네킹을 쓴다. 이 마네킹은 미국 남성 신체 크기의 분포도에 따라 1~100의 숫자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미국 남성의 평균 키인 177㎝가 50에 해당된다.
대부분 자동차 업체는 운전석을 설계할 때 95에 해당되는 신장 187㎝를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 각국 소비자의 다양한 체형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100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워낙 소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내 부위에 따라 신체 기준을 바꿔 적용한다. 시트의 앞뒤 이동거리가 좋은 예다. 이 경우 97의 신체를 잣대로 삼는다.
한편, 95짜리 마네킹이 꼭 절대적 기준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체와 해당 차종, 주 고객층에 따라 다시 변화를 준다. 그래서 "캐빈 패키지"엔 해당 차종의 출신 국가나 주요 시장의 특성이 녹아든다. 미국이나 유럽은 평균 신장이 크고 우리와 신체 비율이 다르다. 따라서 국내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 개발된 차가 아무래도 우리 체형과 좀 더 맞는 편이다.
패키지는 눈에 빤히 보인다. 그럼에도 단박에 좋고 나쁨을 가리기 어렵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개개인에 따라 만족감이 나뉜다. 반면 패키지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지 않는다. 일정한 지점에 모여든다. 좋은 "패키지"엔 이처럼 공통분모가 있다. 또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진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패키지 디자인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미국은 신형 캠리의 생산 거점 중 하나다. 또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그런데 토요타는 엄연한 일본 브랜드다. 따라서 뉴 캠리는 이중국적의 장점으로 빛난다. 북미와 아시아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꼼꼼하게 담았다. 주중엔 나 홀로, 주말엔 가족과 함께 타는 사용패턴도 감안했다. 뒷좌석 시야까지 챙기기 위해 늘씬하게 빚은 B와 C 필러가 좋은 예다.
24. 공간 편의성을 극대화 한 헤드라이닝 설계
같은 공간도 천정이 더 높으면 훨씬 넓어 보인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장이 좋은 예다. 일반 건물보다 천정을 높게 설계한다. 조명이나 도르래 같은 무대시설을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이런 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감에 압도된다. 이런 반응은 객석 크기나 간격과 별 상관이 없다.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어둠 속으로 아득히 솟은 천정이다.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정이 높으면 탑승객은 더 넓게 느끼게 된다. 소형 SUV가 대표적이다. 밑바탕을 이루는 건 공간이 빠듯한 소형차다. 하지만 차체를 껑충 띄우고 천정을 높여 태생적 한계를 넘어선다. 시트 포지션도 높인다. 그 결과 종아리가 자연스레 수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다리 공간이 소형차보다 한층 넉넉하다.
자동차 업체는 SUV 이외 차종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천정을 다듬는다. "박스카"는 이런 고민이 극단으로 치달은 경우다. 장르의 이름은 생김새에서 비롯됐다. 박스카는 차체와 실내를 각 면이 만나는 끝자락까지 확장해 빚었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네 점 사이를 가장 기다란 변으로 이을 수 있는 박스 스타일이 탄생했다.
반면 세단은 천정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천정을 뚫는다. 선루프가 좋은 예다. 개방감이 뛰어나 체감 공간을 넓힐 수단으로 인기다. 실제 천정을 조금이나마 파고든다. 지붕보다 선루프 유리의 두께가 얇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루프 주위로 천정이 오목하게 파인다. 선루프 크기는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지붕 전체를 한 장 유리로 씌우기도 한다.
그런데 딜레마도 있다. 선루프의 구조적 특성상 열었을 때 수납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루프 바로 뒤는 오히려 천정이 아래쪽으로 살짝 불거진다. 그만큼 뒷좌석 머리 공간에 손해를 본다. 토요타 뉴 캠리는 예외다. 선루프 수납에 꼭 필요한 공간만 뺀 뒤쪽을 깊숙이 팠다. 뒷좌석을 앞좌석보다 살짝 높이고도 머리 공간에 여유를 챙긴 비결이다.
25. 슬림한 디자인으로 넓어진 앞좌석 시트 후면
마냥 푹신한 시트와 적당히 딱딱한 시트. 이 중 어떤 쪽이 편할까. 잠깐은 푹신한 쪽에 끌린다. 그러나 장시간 앉아 있기엔 후자가 낫다. 자동차 업체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고객층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 시트를 만든다. 또한 쿠션 정도만으로 시트가 좋고, 나쁘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시트의 평가 기준이 워낙 다양해서다.
시트는 개발자 사이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푸념이 통하는 부품이다. 소비자들이 장점은 당연히 여기되 단점엔 유독 민감하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부품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운전한 뒤 허리나 목, 허벅지가 뻐근했다면 잘못된 운전자세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물게는 시트 자체가 몸에 잘 맞지 않는 탓일 수도 있다.
시트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만 해도 머리받침 없는 시트 갖춘 차가 버젓이 팔렸다. 자동차 여명기나 지금이나 엉덩이 받침과 등받이로 나뉜 시트의 구성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양만 닮았을 뿐 그 안에 숨은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가 잘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시트가 안락하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커버 표면 밑의 스펀지 폼 패드와 시트 프레임에 끼워 넣는 스프링이 좌우한다. 몸을 지탱할 뿐 아니라 하체에서 올라오는 진동도 흡수하기 때문이다. 폼 패드는 부위별로 차별을 둔다. 시트 표면엔 부드러운 패드를 쓴다. 반면 몸을 단단히 떠받쳐야 하는 옆구리 등에는 밀도 높은 제품을 넣는다.
오늘날 이 같은 기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시트의 화두는 두께다. 엔진이나 공간에서처럼 "효율" 개념이 이슈로 부각됐다. 안락성을 높이되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만큼 실내 공간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뉴 캠리 앞좌석이 대표적인 경우다. 뒤쪽을 오목하게 파냈다. 그 결과 뒷좌석 무릎 공간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26. 도어 암레스트 트림을 깎아내 넓어진 탑승자의 좌석 공간
한동안 신차는 새로운 세대로 거듭날 때마다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평균 신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라는 업체의 설명을 소비자들이 선선히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업계는 자동차의 "성장판" 자극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라인업 서열을 흩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중형차는 몇 세대 전 대형차만큼 몸집이 부풀었다.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친환경 열풍"이 손꼽힌다. 주요 시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 규제가 나날이 빠듯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벌금폭탄"을 준비 중이다. 원가 문제와도 결부된다. 덩치를 키운 만큼 무게는 줄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결국 자동차회사는 차체를 키우지 않고 실내 공간 넓힐 방법을 찾아 나섰다.
해법은 의외로 복합적이었다. 덩치와 실내 공간과 무게는 서로 연관성이 깊었다. "얇은 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 대척점을 이룬 공간과 무게를 동시에 해결한 묘안이다. 첨단 소재와 영리한 디자인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다. 고장력 강판 역시 마찬가지다. 보다 얇은 철판으로 같은 수준의 강성을 확보해 공간의 여유를 챙겼다. 무게 역시 줄였다.
"바이 와이어(by-wire)" 기술도 도움이 됐다. 전기신호를 주고받아 작동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기계적 연결이 필요 없으니 그만큼 부피와 무게가 줄어든다. "바이 와이어" 기술은 변속기로 시작해 스티어링 휠,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변속기는 해당 기술로 거듭나면서 복잡한 구조를 스위치로 대신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공간을 챙기기 위해 꼭 심오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토요타는 뉴 캠리 공간에서 거품 뺄 여지를 찾았다. 그리고 도어 트림에 주목했다. 팔꿈치 얹을 부위를 깊숙이 도려냈다. 자동차 실내의 너비를 좌우할 부분이었다. 효과는 컸다. 팔꿈치 공간의 여유는 어깨 높이까지 바꿨다. 문득 "마른 수건도 쥐어짜자"던 토요타의 오래 전 표어가 떠올랐다.
27. 탑승자의 동선 고려한 도어 오픈 공간
문은 안과 밖의 경계를 이룬다. 여닫는데 따라 소통과 단절의 역할을 넘나든다. 자동차에서도 문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능적으로도 중요하다. 이동의 시작과 끝을 이루는 경계인 까닭이다. 또한 승하차 횟수만큼 여닫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내구성과 감성품질을 상징하는 부품이기도 하다.
문에서 디자인과 기능은 대척점을 이룬다. 멋을 살리면 다소 불편이 뒤따른다. 가령 손잡이를 교묘하게 숨긴 문이 대표적이다. 위로 들어 올리거나 어슷하게 비껴서 여는 문 역시 마찬가지. 호기심 어린 시선 끌기엔 딱 좋다. 옆 차와 간격이 좁은 데서 여닫기도 편하다. 하지만 이 정도 장점을 빼면 불편한 점이 더 많다. 원가도 성큼 치솟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능에 집중한 문은 모양이 빠진다. 승합차의 큼직하고 넓적한 미닫이 문이 좋은 예다. 문의 기능 가운데 으뜸은 역시 승하차성이다. 이를 좌우할 첫째 조건은 크기다. 문을 열었을 때 차체 옆구리에 뚫리는 공간의 크기가 중요하다. 공간의 모양도 중요하다. 스포츠 쿠페의 도어는 길다. 하지만 지붕이 낮다. 그래서 타고 내릴 때마다 복근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쿠페는 오너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고르는 차다. 그래서 기능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반면 세단은 용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앞뒤 문의 편의성에 차별을 두기 어렵다. 게다가 디자인이 발목을 붙든다. 키를 마냥 높일 수도, 문을 대뜸 미닫이로 만들 수도 없다. 어떤 세단에게나 주어진, 전후좌우 네 개의 문으로 디자인과 기능의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뒷문이 관건이다. 앞문보다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뉴 캠리의 뒷문을 보다 활짝 열 수 있게 설계했다. 나아가 뒷문 열고 드나들 공간을 국내 경쟁차종보다 100㎜ 더 넓혔다. 그 결과 뒷좌석 타고 내리는 자세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뒷좌석 개방감도 높였다. 큰 짐 싣고 내릴 때도 편하다. 나보다 가족을 위한 배려여서 더 기분 좋은 변화다.
28. 15㎜ 넓어진 플로어 설계 뒷좌석 센터
대부분 세단의 승차정원은 5명이다. 좌우 앞좌석에 한 명씩, 그리고 뒷좌석에 세 명을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제원 상 그렇다. 실제로 뒷좌석에 세 명 앉기 힘든 세단이 태반이다.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나 네 바퀴를 굴리는 세단이 그렇다. 실내를 세로로 가로질러 솟은 이랑 때문이다.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옮길 "드라이브 샤프트"가 꿰어 찬 공간이다.
아울러 네 바퀴 굴림 차는 동반석 발 공간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많다. 변속기 옆에 앞뒤 구동력을 나눌 "트랜스퍼 케이스"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반석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악몽이다. 다리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다란 언덕 좌우로 다리를 놓게 된다. 본의 아니게 "쩍벌남" 또는 "쩍벌녀"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앞바퀴 굴림 차는 뒷좌석 발 공간이 비교적 평평하다. 엔진 힘을 뒤로 보낼 필요 없이 곧장 앞바퀴로 전달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다. 그렇다고 가운데 이랑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차의 앞뒤를 가로지를 부품은 "드라이브 샤프트" 말고도 많다. 따라서 이 부분의 높이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뒷좌석 발 공간을 좌우한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앞바퀴 굴림 방식이다. 때문에 뒷좌석 공간 짜기가 뒷바퀴 굴림 세단보다 유리하다. 토요타는 이 같은 구조적 장점에 안주하지 않았다. 가운데 솟은 이랑의 높이를 최소한으로 다졌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 승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신형 캠리는 35㎜까지 낮췄다. 다리를 이랑 위와 옆 양쪽에 얹어도 느끼기 힘든 차이다.
나아가 센터콘솔 뒷면을 새로 디자인했다. 그 결과 뒷좌석 가운데 자리의 무릎 공간을 15㎜ 더 챙겼다. 또한 앞좌석을 밑바닥과 여유 공간을 띄워 달았다. 그래서 뒷좌석 승객이 그 틈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다. 토요타 캠리가 리무진 같은 소퍼드리븐(뒷좌석용) 세단은 아니다. 그러나 뒷좌석 가운데 자리만 놓고 보면 여느 리무진보다 낫다.
29. 동급 대비 최고 연비
연비는 자동차가 에너지(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데 연비는 상대적 수치다. 운전습관과 주행환경에 따라 바뀐다. 따라서 같은 조건에서 측정해 비교잣대로 삼을 수 있는 공인연비가 등장했다. 공인연비는 국가가 "공인"한 시험기관이 측정한다. 승용차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연비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눈다.
공인연비를 표시하는 단위는 나라마다 제 각각이다. 미국에서는 1갤런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마일(mpg)로 표시한다. 유럽은 100㎞를 달릴 때 소비하는 연료량을 리터(L/100㎞)로 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같다. 연료 1리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L)를 단위로 사용한다. 나라마다 표시하는 단위만 다른 게 아니다. 결과도 차이난다.
그런데 공인연비 측정은 "시뮬레이션"이다. 물론 실제로 달리지만 도로 위가 아니다. 공인기관의 항온·항습을 유지한 시험실에서 운전보조장치를 부착한 뒤 차대동력계에 올려 주행시킨다. 이때 머플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농도를 분석한다.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총탄화수소의 단위 주행거리 당 배출량을 "탄소균형법"으로 계산해 산출한다.
시험에 쓰는 차는 공인기관의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하지만 롤러 위를 구른다. 따라서 운전대는 조작할 필요가 없다. 운전자는 운전보조장치의 지시에 따른다. 가속과 감속 및 정지, 그리고 수동변속기일 경우 기어를 바꾼다. 각 국가별 측정모드에 따라 내용은 차이 난다. 주행시간은 11~31분, 평균속도는 시속 22.7~33.6㎞, 최고속도는 시속 90~120㎞ 정도다.
토요타 뉴 캠리는 동급 최고 수준의 공인연비를 기록했다. 가솔린 모델은 12.8㎞/L로 이전보다 6.6%, 하이브리드는 23.6㎞/L로 20%나 개선했다.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으로 측정했으니 요행이나 꼼수, 운이 설 자리는 없다. 마찰과 저항을 줄여 정직하게 효율을 높인 결과다. 또한 정보창의 연비를 국내 방식인 ㎞/L로 표시해 편리하다.
30. 튜닝을 통해 향상된 효율적 가솔린 엔진
엔진은 사람의 심장에 비유할 수 있다. 심장이 생명을 유지하듯 엔진은 동력을 만든다. 연료와 산소를 섞은 뒤 불씨를 당겨 폭발을 일으킨다. 그 폭발로 튕겨낸 피스톤이 수직으로 왕복운동을 한다. 크랭크축은 이 힘을 회전력으로 바꿔 바퀴를 굴린다. 자동차가 선보인지 한 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내연기관의 기본적 얼개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중이다.
물론 성능은 확연히 개선됐다. 보다 작은 엔진으로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기존 단점을 개선해 "효율"을 높인 덕분이다. 가령 고회전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렇다. 내연기관은 뿜는 힘에 강약이 있다. 토크가 한껏 농익는 시점이 있다. 그 전엔 설익은 느낌이다. 이후엔 시들해진다. 설익은 엔진을 전기모터로 보완하는 게 하이브리드의 개념 중 하나다.
엔진이 고회전에서 시들해지는 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뜀박질할 때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속도를 높이거나 오래 뛰면 숨이 찬다. 호흡이 가빠진다. 입을 크게 벌린다. 콧구멍도 벌름거린다. 보다 많은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해법은 신선한 공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에 있다.
그러자면 우선 기도를 키워야 한다. 따라서 엔진의 숨구멍인 밸브를 늘렸다. 과거엔 실린더 하나 당 밸브가 두 개였지만 오늘날 대부분 엔진은 4~5개다. "DOHC"라고 부른다. 이 숨구멍을 여닫는 기구가 밸브다. 호흡의 빈도와 깊이를 좌우한다. 그런데 고회전에선 이론과 달리 호흡에 엇박자가 난다. 숨을 한층 깊게 들이마시고 얕게 내쉬어야 한다.
그래서 호흡의 패턴을 바꿀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가 선보였다. 가령 고회전에서 들숨과 날숨을 동시에 허용해 한층 빠른 호흡을 이끈다. 토요타는 20년 전 이 기술을 상용화했다. 토요타 뉴 캠리는 직렬 4기통 2.5L 엔진을 품었다. 이전 엔진을 다듬어 출력과 연비를 높였다. 일등공신이 바로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였다. 토요타는 "VVT-i"라고 이름을 붙였다.
김기범 자동차칼럼니스트 / 자료협조 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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