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기차, '어린애 사탕'이 된 사연

입력 2012년04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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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레이 EV 1호가 환경부에 17일 전달됐다. 올해 정부가 제안한 전기차 보급대수 2,500대 중 첫 번째다.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차 정책과 관련해서 환경부, 지경부, 국토부는 각종 계획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과 인프라 확충, 제조사 지원을 통한 물량 확보 등이 다양한 수치로 제시됐다.

 이 가운데 전기차 업계가 주목하는 숫자가 있다. 하나는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확보한 자금 520억원과 올해 계획된 전기차 보급대수 "2,500대"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업무 지침이 공개되자 업계에선 계산이 한창이다. 이슈는 두 가지, "누가 얼만큼 보조금을 가져가느냐"와 "2,500대 보급이 가능할까"다.


 업계에선 520억원이라는 지원금을 흔히 "어린애 사탕"이라고 표현한다. 전기차 제조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들에게 520억원은 크고 달콤한 사탕이다. 그러나 사탕을 물고 있는 곳은 어린애가 아니라 대기업인 어른들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실적 때문에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물론 보조금이 직접적으로 대기업에 흘러들어가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대부분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전기차를 구입할 때 차 값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전기차 공급 물량이 현대기아, 르노삼성 등 대기업 중심으로 할당된다는 게 전기차 업계의 불만이다. 다 큰 어른들이 작은 사탕 하나를 물고 가버리고 아이들은 멍하니 남겨진 형국이다.

 완성차업체에서도 할 말은 많다. 기아는 레이 EV가 판매할 때마다 1,000만원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전기차의 수익성이 전혀 없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정부 정책에 발 맞추는 것일 뿐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 보조금도 그들에겐 하나의 작은 사탕일 뿐이다. 완성차 업체들에게 520억원이라는 보조금은 마치 부모님이 다 큰 자식에게 어린 조카를 봐주라고 어르며 쥐어주는 용돈 수준이다. 주니까 받기는 하지만 떠맡은 일이 더 귀찮고 곤란하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2,500대라는 숫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정부는 1,300대 보급 계획을 밝혔지만 슬그머니 800대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그만큼 보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2011년도 전기차 보급계획은 500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400대 정도만 시중에 운행됐다. 

 업계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선이 있는 만큼 전기차에 대한 정부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전기차 전문 제조사의 지원이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완성차회사도 전기차 생산 일정이 늦어지는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당초 목표치였던 2,500대 달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존 완성차의 시각으로 전기차를 바라보면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교 대상이 되는 한 "비싸고, 성능 떨어지고, 안전성도 의심되는" 천덕꾸러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기차가 완성차시장을 잠식할 위험요인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중소기업들은 수년째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전기차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520억원을 가지고 2,500대를 당장 만들 궁리보다 진심으로 전기차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들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때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열릴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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