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4. 편의성/정숙성
41. 운전자 오작동을 잡아주는 스마트 스톱
자동변속기를 단 차엔 페달이 두 개 있다. 하나는 가속, 또 하나는 제동을 맡는다. 정상적으로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라면 두 페달을 혼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정상적이지 않을 때 생긴다. 급제동은 대개 긴박한 상황에 필요하다. 운전자가 당황하기 쉽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가령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다.
토요타는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급발진 추정사고로 큰 홍역을 치렀다.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이미 판매된 차의 플로어 매트를 교체해 줬다. 행여 매트가 밀려 페달 조작에 방해되진 않았을까 걱정한 탓이다. 미 의회도 발 빠르게 조사에 나섰다. 전자식 드로틀 시스템을 꼼꼼히 살폈다. 페달 밟는 신호를 감지해 엔진이 힘을 내는 까닭이다.
결과가 나왔다.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급발진 추정 사고가 전자식 드로틀 시스템이나 플로어 매트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10개월 동안, 토요타는 이 같은 사고의 개연성에 쐐기를 박는 기술을 연구했다. 그 결실이 "스마트 스톱"이다.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을 때 엔진 힘을 억제해 가속을 막는 장치다.
"스마트 스톱"은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작동한다. 우선 가속페달을 먼저 밟아야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1.5초 이상 밟아야 한다. 또한, 자동차는 시속 8㎞ 이상으로 달리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걸지 않으면 되레 위험할 수 있다. 언덕길 출발이 좋은 예다. 브레이크 밟은 채 가속을 시도할 때 엔진이 돌지 않아 뒤로 밀릴 수 있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를 포함한 모든 신차에 "스마트 스톱"을 기본으로 적용한다. 따라서 설령 당황해 가속페달 발을 떼지 않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급가속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스마트 스톱"이 제 아무리 영리한들 사람의 모든 실수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안전장비 역시 사람인 셈이다.
42. 탑승자 안전을 확보한 10개의 에어백 시스템
에어백의 역사는 어언 반세기를 넘어섰다. 고체 추진체를 폭발시켜 부풀리는 에어백은 1968년 미국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양산차는 1988년 크라이슬러가 "표준 에어백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처음 달기 시작했다. 나일론 섬유로 만든 백은 충돌이 감지되면 0.03초 이내에 부풀기 시작했다. 이때 에어백이 팽창하는 속도는 시속 320㎞에 달했다.
당시 에어백은 안전띠의 대안이었다. 반면 오늘날 에어백은 시트벨트의 보조수단이다. 시트벨트를 매지 않으면 에어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개념의 에어백은 유럽에서 처음 개발됐다.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표준으로 거듭났다. 에어백 숨긴 곳엔 "SRS"란 알파벳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보조구속장치"의 머리글자다.
에어백은 가속도와 충격을 감지하는 전자식 센서 신호를 받아 질소로 부풀린다. 신호가 떨어진지 0.08초 만에 완전히 부푼다. 0.1초 만에 쭈그러들기 시작해 0.33초 만에 완전히 빠져 나간다. 반면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은 터진 뒤 부푼 상태를 유지한다. 에어백이 터진 뒤엔 가루와 연기가 휘날려 환기해야 한다. 아울러 뜨겁기 때문에 손을 대선 안 된다.
에어백 개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운전석과 동반석 앞은 물론 시트 옆구리와 윈도 위쪽에까지 에어백을 숨긴다. 앞좌석 무릎용 에어백도 선보인지 오래다. 렉서스 LS는 뒷좌석 엉덩이 받침에도 에어백을 단다. 추돌 시 승객 하체가 미끄러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토요타 iQ는 뒷좌석 에어백이 있다. 후방추돌 시 뒤 유리를 감싸 파편을 막기 위한 용도다.
토요타 캠리는 에어백 10개가 기본이다. 운전석용 하나만 단 차도 드문 무릎 에어백을 동반석까지 달았다. 또한 대시보드의 앞좌석용은 4세대로 구분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이다. 따라서 탑승자 몸무게, 에어백과의 거리를 감지해 폭발압력에 차별을 둔다. 어린이나 여성, 노약자가 에어백 때문에 입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43. 사고시 부상을 최소화 한 설계 경추손상방지 시트
자동차 사고는 방향을 가리지 않고 난다. 앞쪽을 향해 들이받았을 땐 듀얼 에어백이 얼굴과 가슴을 감싸준다. 이때의 충격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트벨트를 매도 상반신은 스티어링 휠을 얼싸 안을 거리까지 밀려 나간다. 이때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심각한 상해를 입게 된다. 가슴으로 스티어링 휠을 강타하고, 경우에 따라 이마로 앞 유리를 깰 수도 있다. 또한 관성 때문에 몸은 여유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무릎 에어백은 이때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다. 무릎이 대시보드 아래쪽과 부딪혀 다칠 위험도 줄여준다. 렉서스 LS 뒷좌석 엉덩이 받침에 옵션으로 에어백을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골반을 위쪽으로 치켜 올려 준다. 그러면 몸이 덜 밀려난다.
옆 방향 충돌은 더욱 큰 문제다. 인간의 뇌는 한 차례 충격만으로도 좌우 연결고리가 끊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994년 시트 옆구리에서 터지는 사이드 에어백이 나왔다. 이 에어백을 달려면 최소 15㎝의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안전장비가 엔지니어링과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1998년 앞뒤 윈도를 덮는 커튼 에어백이 선보였다.
차 뒤쪽에서 들이받히는 사고에 대비할 안전장비는 그 이듬해 등장했다. 경추손상방지 시트였다. 아이디어는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후방 추돌로 인한 상해는 승객의 목에 집중됐다. 꼿꼿이 선 시트가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서 경추 손상 방지 시트는 충격이 감지될 때 등받이가 살짝 뒤로 젖혀지게끔 설계했다.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손을 몸 쪽으로 당겨 충격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한 자동차 업체 사고조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후방추돌 시 경추손상방지 시트가 경상 33%, 중상은 54%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 신형 캠리의 앞좌석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WIL 시트를 갖췄기 때문이다.
44. 오르막 주행을 돕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컨트롤
수동변속기로 운전을 배우던 초보시절, 바램은 아주 소박했다. 능숙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한 두 번에 주차하는 묘기까지는 꿈도 못 꿨다. 달리다 시동이나 꺼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유독 언덕이 두려웠다. 가파른 고갯마루까지도 아니다. 살짝 오르막이다 싶으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운전 연수를 받으면서 "오르막 특집"이 있는 날은 클러치 타는 냄새가 진동해 머릿속이 띵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요령을 깨우쳤다. 주차 브레이크가 열쇠였다. 언덕에 멈춰서면 일단 주차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 채웠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서서히 풀었다. 그러면 밀릴 걱정 없이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었다. 언덕 공포증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자동변속기 차도 때로는 뒤로 밀린다. 힘이 넉넉하든지, 아니면 차가 가볍거나 경사가 완만할 땐 안심할 수 있다. 꿈쩍 않고 있다가 치고 오른다. 반대의 경우 자동변속기라고 방심하다 화들짝 놀랄 수 있다. 해법은 수동변속기 차보다 한층 쉽다.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누른 채 가속 페달을 밟으면 된다. 그리고 차가 움찔하는 순간 왼발을 부드럽게 떼면 된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언덕에 멈췄다 출발할 때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몇 초간 알아서 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바심 낼 필요 없이 차분히 발을 옮길 수 있다. 토요타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컨트롤"이란 이름을 붙였다. "오르막 출발 보조 제어"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아무 때나 작동하지는 않는다. 3% 이상 경사를 감지할 때 개입한다.
그런데 캠리 가솔린은 해당 기능이 없다. 구동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경우에 따라 엔진을 깨우지 않고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출발한다. 아무래도 엔진보다 힘이 약하다. 가파른 곳에서 밀릴 수도 있다. 이때 행여 소비자가 불안해 할까봐 든든한 자물쇠를 채운 것뿐이다.
45. 엔진, 기계, 프론트, 리어 총 4개의 언더바디 커버
겉모습이 그럴 듯한 차는 많다. 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보면 꼼수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타면 탈 수록 대충 만든 차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차 밑바닥이 대표적이다. 차의 수명이 다하도록 들여다 볼 기회가 흔치 않은 곳이다. 그래서 윗부분보단 소홀히 만들기 쉽다.
토요타 신형 캠리 밑바닥은 세로로 가로지르는 배기관 주위로 커버를 씌웠다. 요즘 차는 모두 같다고 여기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차 옆에 납작 엎드려 곁눈질하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이처럼 꼼꼼히 커버를 씌우지 않는다.
토요타가 신형 캠리의 밑바닥까지 지극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있다. 얻을 수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닥을 커버로 씌우면 공기저항이 줄어든다. 차 밑으로 빨려 들어온 바람이 들쑥날쑥한 부품에 부딪히지 않고 커버 위를 매끈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항이 줄어든다. 당연히 연비와 성능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경주차나 하이브리드 카가 애용한다.
신형 캠리는 가솔린 모델까지 언더커버를 씌웠다. 앞뒤 범퍼 디자인처럼 하이브리드 버전과 차별을 두지 않았다. 다만 얼개의 차이 때문에 패널 개수는 차이 난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4개, 캠리 가솔린은 하나 적은 3개를 씌운다. 언더 커버는 공기저항을 낮추는 역할 말고도 다양한 장점을 뽐낸다. 주요 부품이 돌부리 같은 데 긁혀 고장 날 염려도 줄인다.
겨울철 제설이 잦은 도로에선 염화칼슘의 침투도 더디다. 따라서 부식 걱정도 덜 수 있다. 소음도 줄일 수 있다. 공기 부딪히는 소리뿐 아니라 타이어가 노면 구르는 소리까지 걸러주는 까닭이다. 그런데 사실 차 밑바닥도 원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부위다. 신형 캠리는 더 깊숙한 곳까지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103가지 이야기를 꾸려갈 수 있는 배경이다.
46. NVH 성능을 극대화한 대시패널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NVH를 개선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N"은 "Noise(소음)", "V"는 "Vibration(진동)", "H"는 "Harshness(잡소리)"를 뜻한다. 이 세 가지는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요소다. 따라서 줄일수록 좋다. 그러나 쉬운 문제는 아니다. 원인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여러 요소가 서로 연관돼 있어서다.
통기타의 현을 튕기면 소리가 난다. 당연하지만 정밀하게 보면 몇 단계 과정으로 나뉜 연쇄반응이다. 우선 현이 파르르 떤다. 그러면 주위 공기를 진동시킨다. 청각신경이 그 진동을 느끼면 소리로 인식한다. 기타에서 손을 떼면 현의 떨림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 전달되는 한 물리적 접촉없이 들을 수 있다.
한편, 음의 높낮이는 진동수에 따라 정해진다. 진동수가 적으면 낮은 소리, 많으면 높은 소리로 들린다. 가령 큰북을 두드리면 가죽이 천천히 크게 진동하며 낮은 소리를 낸다. 반면 작은북을 두드리면 높은 소리가 난다. 가죽도 미세하고 빠르게 떤다. 또한 음의 세기는 귀의 고막을 어느 정도 진동시키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음이 갖는 에너지에 따라 다르다.
자동차에서 소음과 진동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된다. 바람 소리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공기를 뚫고 달리기 때문이다. 차체를 훑고 지난 공기는 꽁무니 부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이 소리가 여러 틈새를 통해 유입된다. 차의 모서리, 와이퍼나 필러(기둥)도 소음을 주로 일으키는 부위다. 타이어가 노면 위를 구르며 내는 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차 밑바닥을 이룬 플로어, 엔진과 실내 사이의 격벽인 대시패널을 꼼꼼히 손봤다. NVH를 줄이기 위해서다. 골격을 단단히 다지는 게 첫 걸음이다. 그리고 소음과 진동이 스밀 경로를 꼼꼼히 차단했다. 이를 위해 직물과 아스팔트 구성물, 강철 등 다양한 소재를 동원했다. 신형 캠리의 정숙성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공들인 결과다.
47. 튜닝된 정숙한 실내
NVH의 시작은 "차단"이다. 공격을 막는 방어의 개념이다. 그런데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가 실내로 전혀 스미지 않게 틀어막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는 딱 한 대만 완성하면 되는 예술작품이 아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상품이다. 따라서 원가를 계산해야 한다. 정숙성 하나만을 위해 밑도 끝도 없이 비용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나아가 불특정 다수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 별안간 고지대에 올랐을 때처럼 귀가 먹먹할 정도의 정숙성을 원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게다가 적당한 소리는 차의 반응과 상태를 읽을 단서가 된다. 잘 다듬어진 소리는 운전의 흥을 돋운다. 소리는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바깥 소음을 전혀 들을 수 없다면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NVH에도 "효율"의 개념이 필수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소음을 막기 위해 부직포나 스티로폼을 쓰는 건 단지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싼 소재를 썼을 때와 효과에 별 차이가 없어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소음을 활용하기도 한다.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그리고 해법을 찾는다.
토요타 신형 캠리가 좋은 예다. 토요타는 소음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방법으로 소음을 줄여봤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 단지 소음의 수위를 낮춘다고 실내에서 대화가 확연히 잘 들리진 않았다. 목소리와 각종 소음은 영역 자체가 달랐다. 목소리의 진동수가 훨씬 낮았다. 진동의 세기, 즉 음의 세기도 약했다.
반면, 자동차가 내는 소음은 상대적으로 격렬했다. 진동수가 높고 에너지가 강했다. 때문에 볼륨을 낮춘들 목소리 영역을 뒤덮었다. 토요타는 목소리와 비슷한 음역대의 소리를 제거해봤다. 그랬더니 주행 중에도 실내에서 목소리가 한층 또렷하게 들렸다. 신형 캠리를 타고 대화할 땐 목에 핏대 올릴 필요가 없다. 평소처럼 조곤조곤 이야기해도 잘 들린다.
48. HSEA 윈도 글래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윈도에 HSEA 글래스를 쓴다. 뭔가 특별한 것 같은데, 이름이 낯설어 짐작조차 어렵다. HSEA는 "High Solar Energy Absorbing"의 이니셜이다. 태양 에너지를 잘 흡수한다는 뜻인데, 사실 사전적 풀이만으로도 이해가 쉽지 않다. 실내 컬러의 변색을 줄이고 서리가 끼는 것을 줄인 기능성 유리다. 눈부심도 줄일 수 있다.
HSEA의 장점을 알려면 우선 태양에너지가 유리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야 한다. 태양에너지는 열과 빛 형태의 복사 에너지를 일컫는다. 복사에너지는 유리를 만나 세 갈래 운명으로 나뉜다. 첫째는 투과다. 유리창 너머 햇볕이 고스란히 들이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유리 종류에 따라 투과율엔 차이가 난다.
한편, 일부 에너지는 유리 표면을 뚫지 못하고 반사된다. 또 나머지 일부는 유리가 흡수한다. 유리의 특성은 이런 작용을 거쳐 투과된 비율로 표시되기도 한다. 투과율은 다시 가시광선(TL)과 에너지(TE), 자외선(TUV)에 따라 나뉜다. 한글라스의 자료에 따르면 두께 4㎜짜리 투명유리의 투과율은 가시광선이 89%, 에너지가 83%, 자외선이 56%다.
HSEA처럼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이 뛰어난 유리의 경우 이 비율은 71%, 44%, 8% 이하로 떨어진다. 밝기를 좌우할 가시광선 투과율은 최대한 보존하되 열과 자외선은 막는 셈이다. 물론 한겨울엔 열 차단율이 떨어져 투명한 유리보다 온도유지에 불리하다. 하지만 기능성 유리는 보온보다 냉방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만든다. 같은 이유로 HSEA 유리는 자동차 실내의 온실효과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각종 플라스틱 내장재 변색이나 뒤틀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주차 때 실내온도가 덜 치솟고, 에어컨을 틀었을 때 온도를 한층 빨리 낮출 수 있다. 그래서 연료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HSEA 유리는 일반 유리에 철분을 섞어 만든다. 때문에 약간 푸르스름한 색을 띤다.
49. 어쿠스틱 HSEA 원드쉴드 글래스
토요타 신형 캠리의 윈도는 HSEA 글래스로 만든다. 그런데 캠리 하이브리드의 앞 유리는 여기에 소음차단 기능을 더했다. 그래서 유리 이름에 "어쿠스틱"이 붙는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왜 캠리 하이브리드에만 이 기능을 더했을까.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기모드로 달릴 때 엔진이 잠들어 있다. 따라서 오너가 한층 정숙성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외부 소음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동차 실내로 유입된다. 한글라스 자료에 따르면 총 외부 소음을 100%로 봤을 때 엔진과 가까운 차체 앞쪽 바닥이 20%를 차지한다. 차체 중간 바닥은 7%, 뒤쪽 바닥은 9%다. 천장 역시 9%다. 엔진과 실내를 나누는 격벽은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51%나 차지하는 부위가 있다. 바로 앞 유리다.
늘 공기의 벽과 온몸으로 맞서기 때문이다. 다른 부품보다 상대적으로 운전자 귀와 가까운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 유리는 외부 소음 차단의 핵심이 된다. 소음은 다시 저주파와 고주파로 나뉜다. 저주파 소음은 엔진이나 차체가 떠는 데서 오는 공명음이 대부분이다. 고주파 소음은 대개 바람 소리나 타이어 구르는 소리, 옆을 달리는 차에서 나는 소리다.
어쿠스틱 글래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 앞 유리는 두 장을 덧댔다. 그 사이에 필름을 넣고 다시 유리 안팎에 필름을 씌웠다. 앞 유리가 총 5겹이나 되는 셈이다. 효과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한글라스의 "데시벨(㏈) 컨트롤"이란 소음 차단 유리를 예로 들면 저주파 소음은 최대 5㏈, 고주파 소음은 최대 8㏈까지 줄인다.
어쿠스틱 글래스의 장점은 뚜렷하다. 소음을 줄여 쾌적한 실내를 완성한다. 따라서 안전운전에도 도움된다. 또한, 오디오 음질이 가닥가닥 살아난다. 차 안의 대화나 음악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것도 줄여준다. 게다가 캠리 하이브리드 앞 유리는 HSEA 글래스가 기본, 자외선 차단 효과마저 뛰어나다. 따로 돈 들여 앞 유리 틴팅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50. 3중 방음 장치 트렁크
자동차의 외부 소음 가운데 트렁크 부위를 통해 유입되는 비율은 9% 안팎이다. 앞 유리 51%에 비하면 미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뒷좌석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천장에서 추가로 9%의 소음이 스민다. 아울러 뒤 유리쪽에선 와류도 생긴다. 게다가 자녀들이 주로 타는 공간이다. 따라서 어느 곳 하나 방음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트렁크 바닥을 세 겹의 차음재로 씌웠다. 명분은 충분했다. 각각의 패널을 기능에 따라 구분했기 때문이다. 공구를 담을 곳, 그 위를 덮을 뚜껑, 그리고 트렁크 바닥에 씌울 커버로 역할을 나눴다. 한편으로, 이 정도 두께의 패널 세 장 겹쳐 씌운다고 얼마나 더 조용해질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소리다.
"티끌 모아 태산"은 소음 차단에서도 변함없이 통하는 격언이다. 각각의 차음재 역할은 조연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쌓이고 쌓여 소음을 빈틈없이 막는 장벽으로 거듭난다. 특히 트렁크는 소음을 필히 차단해야 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속이 텅 비어 있어 울림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휘발유가 출렁거리는 연료탱크와도 비교적 가깝다.
또한 트렁크 양쪽 아래엔 주행 중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서스펜션이 자리한다. 짐을 실을 경우 소리가 날 개연성은 한층 커진다. 트렁크의 방음은 바닥에서 그치지 않는다. 트렁크 뚜껑의 안쪽까지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꼼꼼히 감쌌다. 토요타의 병적인 완벽주의는 이처럼 트렁크 하나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기범 자동차칼럼니스트/자료협조 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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