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주의 지원 정책 아쉬워···현재 정부의 보급 목표는 실현 불가능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전기차 보급 정책에 대해 전기차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올해 정부가 내세운 전기차 보급대수 2,500대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현재 기아와 르노-삼성에서 공급할 예정인 레이EV와 SM3 Z.E가 가격 협상 등의 문제로 당초 기대했던 수량에 못 미치는 발주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한 전기차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기아측과 가격협상을 벌이는 동안 지자체에 전기차 보조금 업무 지침 전달이 늦어져 사실상 1분기 발주가 끊어졌다"며 "정부가 전기차 보급 의지가 있다면 이런 식의 일처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바라볼 때 전기차는 현재 상황에서 높은 연구·개발 비용이 들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이며 정부 정책에 발 맞춰 "울며 겨자먹기"로 소수의 모델을 공개하는 상황. 그러나 정부의 각종 지원금은 대기업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정작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전기차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전기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 뿐 아니라 완성차업계에서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협회 배효수 국장은 "전기차 산업에 기존 완성차 업계에 적용하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며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와 생산 구조, 타겟 시장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틀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국장은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한 예로 충전소 인프라에 대한 정책을 꼽았다. 단순히 충전소의 보급 실적만을 중시한 나머지 실제 전기차를 이용할 운전자들의 패턴을 연구하지 않은 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실적 올리기용 보급이 아니냐는 것. 여기에 물량 위주의 급속충전소 보급 정책은 전기차가 상용화된 상황에서 자칫 또 다른 에너지 대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는 시간과 전력 수요 피크타임이 사실상 일치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 확대나 제 3의 전력 거래 등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자칫 대량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평균 20kw 정도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1개 가정 평균 전력 소비량인 1.5kw의 13배에 달한다. 전기차 1만대가 보급돼 이들이 급속충전소를 이용할 경우 전력 피크타임에 약 13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전기차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은 내연기관차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전기차를 내연기관차와 "비교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벗아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며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당장의 실적을 위한 대기업 위주의 지원 정책보다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