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세대 싼타페를 내놨다. 사전계약자만 1만3,000명에 달할 정도로 대박 조짐을 보이는 차다. 타보지도 않고 덜컥 계약서에 서명한 건 1세대와 2세대를 통해 검증된 제품력 덕분이다. 그 만큼 기대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보면 새 차는 승용 감각이 훨씬 더 많이 가미했음을 알 수 있다. 무게중심을 최대한 아래로 모아 묵직해진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디젤엔진이지만 정숙성은 가솔린엔진 못지 않다. 진동·소음면에선 현대차의 수준이 정점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시승은 왕복 150㎞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진행했다. 시승차는 2.2ℓ 디젤 최고급형이며, 과거 텔레매틱스 서비스였던 모젠을 개선한 "블루링크"도 탑재했다.
새 차의 디자인은 2세대에 비해 차분하지만 헤드 램프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번쩍이는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의 조화처럼 묘한 느낌을 준다. 안개등은 테두리를 감싸 돋보이도록 했다. 램프의 배열과 형상으로 변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뒷모양은 리어 램프와 트렁크 리드의 끝선을 정렬했다. 아우디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그러나 투싼ix도 떠오른다. 패밀리룩으로 디자인 정체성을 추구한 결과다.
출발 때는 동승석에 탔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자 디젤엔진 같지 않은 진동의 억제를 체감할 수 있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 속도를 높였다. 저·중속에선 고요할 정도로 조용하다. 하지만 사이드미러가 다소 큰 편이어서 고속에선 바람소리가 다소 밀려든다. 물론 제한속도 영역으로만 운전한다면 소음진동의 억제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동승석에 앉아 있는 동안 수납공간을 살폈다. 글로브 박스가 비교적 넓고, 도어포켓도 큰 물건을 담을 수 있을 만큼 공간활용성이 높다. 대시보드의 소재는 고급스럽다.
반환지점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다. 빨리 돌리면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 스티어링 휠 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노멀 모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의 장점이기도 하다. 모터의 회전력을 조절하는 기능인 셈이다.
가속 페달의 답력은 조금 깊다. 그러나 2.2ℓ 디젤엔진의 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40.0㎏·m가 넘는 최대토크는 1,800rpm부터 뿜어져 나온다. 시속 100㎞까지 금세 오르고, 그 이상 속도를 높이는 데도 주춤거림이 없다.
인상적인 점은 승차감이다. 마치 세단형 승용차처럼 묵직함이 느껴진다. 아래쪽에 무게를 집중시켜 주행안정성을 높인 결과다. 덕분에 코너링 성능도 보강됐다. 4WD여서 지능형 구동력 배분장치가 작동, 코너링 성능을 높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중심이 느껴질 만큼 하체가 단단하고 안정적이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할 때는 "에포트(effort)"가 다소 높은 편이다. 손가락에 꽤 힘을 넣어야 내리거나 올릴 수 있다. 방향지시등 칼럼 스위치 조작은 가볍게 바꾸는 게 낫겠다.
킥다운을 시도했다. 초기반응은 한 박자 느리지만 일단 움직임이 시작되면 디젤엔진의 견인력이 확실히 느껴진다.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잘 선다. 앞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도 잘 제어했다. 2세대에 비해 제품력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했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블루링크를 통해 "SOS" 버튼을 눌렀다. 중앙센터에 연결되며 통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원격 시동 등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 참고로 블루링크는 2년간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 3년째부터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2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물론 기본서비스는 무료다. 차문이 잠겼을 때, 원격으로 시동을 걸 때,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활용범위가 본격적으로 자동차에까지 넓어진 계기다.
크루즈컨트롤을 작동해 편안한 운전을 했다. 시속 100㎞에 맞춰 놓으니 정속주행에 따라 효율도 올라간다. 2.2ℓ 디젤의 고속도로 효율은 ℓ당 14.0㎞ 이상이다. 1,864㎏의 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주력이 될 2.0ℓ 디젤 자동변속기의 고속도로 효율은 ℓ당 16.7㎞다.
가격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많은 고심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2세대보다 상품성이 진일보한 만큼 가격 인상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반면 이미 정해진 가격에 추가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문도 있다. 1만3,000대의 사전계약이 가격에 따라 계약에 머물 수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3세대 싼타페의 제품력이다. 2세대보다 분명 낫고, 진동·소음과 묵직한 승차감 등은 호평받을만 하다.
부산=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