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7. 편의장비
71. 파워 럼버 서포트 파워시트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직립보행이다. 그러나 출퇴근길 만원버스만 아니라면 자동차에서 직립할 일은 없다. 시트에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자동차에 탄다"는 표현은 곧 "시트에 앉는다"는 뜻이다. 물론 평균적으로 자동차가 이동하는 시간은 전체 수명의 30%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트는 자동차의 성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운전자나 탑승객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간의 100%를 시트에서 보낸다. 스티어링 휠과 더불어 운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오랜 시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트에는 다양한 기술이 스며든다. 첫째는 크기다. 남녀노소 다양한 체형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시트 골격에 해당되는 프레임은 한 가지다. 따라서 조절할 수 있는 부위를 늘린다.
토요타 신형 캠리 운전석은 총 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위아래, 앞뒤, 등받이 각도까지가 6방향이다. 나머지 두 방향은 요추 지지대다. 허리 부위 안쪽에 공기 주머니를 넣었다. 스위치로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다. 그러면 허리받침이 빵빵하게 부풀거나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조절 부위나 범위가 작은 시트보다 한층 몸에 맞추기 편안하다.
허리받침은 등과 허리, 엉덩이를 시트에 완전히 밀착시킬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면 체중을 온전히 시트에 실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긴장하는 근육이 생긴다. 비교적 짧은 운행 땐 눈치 채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 대는 다르다. 허리나 어깨가 뻐근하고 찌뿌듯하다면 시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운전할 때 몸이 편안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런데 시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운전자세다. 엉덩이는 시트 끝까지 밀어 넣어야 한다. 등받이는 최대한 꼿꼿이 세우고, 두 손을 뻗었을 때 손목에 스티어링 휠이 닿아야 한다. 그러면 별안간 장애물을 피해야할 때 스티어링 휠을 놓치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도 강하게 밟을 수 있다. 평소 허리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72. 다기능 스위치 장착 스티어링 휠
스티어링 휠은 자동차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다. 한 세기 전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는 자전거와 비슷한 손잡이 달린 막대기의 형태였다. 하지만 오늘날 동그란 휠 모양으로 바뀌었다. "핸들(Handle)"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핸들은 "손잡이"다. 스티어링 휠 또는 운전대가 맞다.
스티어링 휠 지름 및 기울기는 차 크기와 굴림 방식, 엔진배치, 타이어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버스나 트럭은 일반 승용차보다 스티어링 휠 지름이 훨씬 크다. 조작하는 데 드는 힘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름이 넉넉한 만큼 미세한 조작이 차의 움직임에 곧장 반영되지 않는다. 각도 또한 평평하게 누웠다. 바짝 세우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향을 맡은 앞바퀴가 운전석보다 뒤쪽에 있는 탓이기도 하다.
반대로 납작한 스포츠카는 운전대가 차 바닥과 거의 수직을 이룬다. 운전자세가 낮기 때문이다. 감아 챌 때 무릎에 걸리적이지 않도록 스티어링 휠 아래쪽을 반듯하게 다듬기도 한다. 지름도 상대적으로 작다. 또한 조작감이 뻑뻑하다. 섬세한 조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 10년 사이 스티어링 휠은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행속도에 따라 감아 돌리는데 필요한 답력을 조절하는 기능은 기본이다. 기어비까지 변화무쌍하게 바꾸기도 한다. 힘을 보태는 방식도 기존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엔진 힘을 빌리지 않는 만큼 연비에 도움되고 다양한 부가기능과 접목하기 좋은 까닭이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스위치다. 토요타 신형 캠리가 좋은 예다. 스티어링 휠 스위치로 오디오 선곡과 볼륨, 전화 걸고 받기, 음성인식, 정보창 디스플레이 등을 매만질 수 있다. 따라서 손을 멀리 뻗거나 시선을 옮길 필요가 없다. 스위치가 큼직해서 잘못 누를 걱정도 없다. 그만큼 편리하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으니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73. 조작편의성을 극대화한 윈도우 및 미러 조작 스위치
자동차 실내의 스위치는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우선 눈에 잘 띄어야 한다. 그래야 운전하다 단박에 찾아 쓸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 크기도 옹색해선 안 된다. 깨알 같은 스위치는 정확히 누르기 어렵다. 스위치 주변이 복잡해도 안 된다. 그럼 시선이 분산된다. 스위치 찾을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피로가 쌓인다.
조작방식도 간결해야 한다. 그래야 손으로 더듬어 쓰기 좋다. 작동감은 시작과 끝, 그리고 과정이 뚜렷해야 한다. 운전할 땐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판단하고 조작해야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딸깍딸깍 톱니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을 담거나, 전기모터로 저항을 걸기도 한다. 스위치 표면의 질감도 중요하다. 미끄럽지 않되 손톱에 쉽게 상처 받지 않아야 한다.
스위치의 품질과 작동 느낌보다 더 중요한 건 배치다. 기능과 사용빈도, 연관성에 따라 잘 추려 묶어야 한다. 경험 많지 않은 풋내기 자동차 업체는 모양에 치중하다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기 쉽다. 오너 아니면 찾기 힘든 사이드 미러 스위치가 대표적이다. 파위 윈도 스위치가 손에서 멀어 자꾸만 뒷좌석 창문을 열게 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운전석 도어 트림에 사이드 미러 조절, 윈도 및 도어 잠금, 파워윈도 스위치를 차례로 배열했다. 꼭 필요한 스위치만 담아 금세 배치를 외울 수 있다. 스위치 주면 패널은 최대한 밋밋하게 다듬었다. 그래서 오히려 스위치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파워윈도 스위치엔 조명이 따로 없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며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4. 실내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수납공간
디자인과 실용성은 대개 대척점을 이룬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 실내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군더더기 없는 실내는 보기에 좋다. 하지만 자질구레한 물건 마땅히 둘 데 없어서 지저분하게 쓸 가능성이 높다. 외모는 흠잡을 데 없는 데 정작 실내에 음료수 몇 병 놓을 자리 없는 차가 은근히 많다.
반대로 디자인 흐름이 다소 끊길지언정 수납공간이 충분하면 보다 깔끔하게 쓸 수 있다. 고래뱃속 같은 미니밴의 실내가 좋은 예다. 스케일이 크고 구성이 어수선하지만 실용성 하나는 최고다. 하지만 자동차에 따라 덩치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살리고 공간을 유지하되 수납공간을 더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한다.
때론 집에서 쓰는 가구나 장식장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박스카의 천정에 마련한 다락, 플로어 밑바닥의 신발 보관함, 시트 밑의 서랍 등이 좋은 예다. 방식이 다소 복잡해져도 개의치 않는다. 몇 개의 관절을 움직여 튀어나오는 컵 홀더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단지 수납공간의 개수가 많다고 꼭 실용적인 것도 아니다. 제대로 쓸 만한 공간이어야 한다.
의외로 자동차엔 생색만 낸 수납공간이 많다. 구멍이 너무 작아 컵을 가려가며 삼키는 컵홀더가 대표적이다. 지름이 넉넉해도 위쪽에 구조물이 튀어나올 경우 목이 긴 컵이나 음료수 병을 담을 수 없다. 대시보드의 동전 보관함도 깊이가 너무 야트막하면 차가 움직일 때마다 흘러내린다. 도어의 맵 포켓도 너무 얇으면 지도책 한 권 제대로 담을 수 없다.
신형 캠리의 수납공간엔 달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스몄다. 도어 트림의 컵홀더는 크고 긴 음료수 병도 척척 삼킨다. 뒷좌석 팔걸이의 컵홀더는 동그란 컵은 물론 네모난 테트라 팩도 담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기어 레버 옆엔 앞뒤로 넉넉한 컵홀더를 마련했다. 하나같이 손에 쉽게 닿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 잡았다. 이런 게 내공이다.
75. ISO-FIX 유아시트 지원
유아시트는 1930년대 첫 선을 보였다. 그런데 당시의 유아시트는 지금의 개념과 달랐다. 유아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부모가 자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바닥을 높인 보조시트였다. 지금처럼 유아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시트는 1962년에서야 처음 선보였다.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해당 연령의 유아와 어린이에게 유아시트는 의무사항이다.
유아시트는 연령에 따라 숫자로 구분한다. 0~3의 4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그룹 0은 체중 10㎏ 안팎의 유아용이다.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허리와 두 다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시트벨트를 채운다. 그룹 1은 체중 9~18㎏의 어린이에 맞게 설계한다. 그룹 2는 체중 15~25㎏의 4~6세 어린이를 위한 시트다. 원래 차에 달린 시트벨트를 이용해 고정한다.
그룹 3은 보통 "부스터 시트"라고 부른다. 어른용 시트벨트를 쓸 수 있게 엉덩이 받침만 더한 구조다. 22~36㎏의 4~10세 어린이가 쓴다. 그룹 0~1은 뒤쪽을 보게 달 수 있다. 하지만 에어백 터지는 자리엔 달면 안 된다. 반면 그룹 2~3은 앞을 보고 앉는다. 에어백이 적용된 자리에 달아도 상관없다. 대개 유아시트는 두 연령을 소화할 수 있게 디자인한다.
1990년 국제 표준화 기구(ISO)는 0~1 그룹의 유아시트를 시트에 고정할 수 있는 규격을 만들었다. 차종마다 제 각각인 방법을 통일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래치(LATCH)", 나머지 나라에선 "ISOFIX"라고 부른다. 토요타 신형 캠리 역시 "ISOFIX"를 지원한다. 따라서 유아시트를 단단히 붙들 수 있는 고리를 갖췄다. 유아의 안전을 위해 뒷좌석에만 달았다.
한편, 유아시트엔 유효기간이 있다. 업체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다. 보통 6년 안팎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사용하다 문제가 생겨도 업체가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유아시트와 헬멧엔 공통점이 있다. 한 번 사고 난 뒤 다시 쓰면 안 된다. 눈에 띄는 균열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내부에 피로가 누적돼 다음 번 사고 때 제 기능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76. 슬라이딩 타입의 센터 암레스트 콘솔박스
앞좌석 암레스트는 고정할 위치를 정하기 무척 까다로운 부품 가운데 하나다. 일부 미니밴이나 경차 운전석처럼 시트에 붙어 함께 움직이는 경우엔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팔걸이가 센터콘솔의 뚜껑을 겸하는 타입은 골칫거리다.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시트 위치가 다르고, 팔을 편안히 기대기 좋은 지점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는 실내를 설계할 때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다. 하지만 평균치로 만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팔걸이에서 이 같은 빈도가 높다. 가령 키 작은 오너가 레그룸 깊숙한 차에 타서 운전석을 바짝 당길 경우 암레스트가 팔꿈치보다 한참 뒤로 물러난다. 그러면 팔걸이로서의 역할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까다로운 숙제를 풀었다. 센터콘솔은 고정하되 뚜껑을 앞뒤로 움직이게 설계했다. 따라서 운전자가 본인 체형에 맞게 팔걸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체형에 따라 누군가는 뚜껑이 센터콘솔보다 앞이나 뒤로 튀어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닫는 덴 전혀 문제가 없다. 센터콘솔의 입구가 커서 물건을 넣고 빼기도 좋다.
77. 깊고 넓고 편리해진 트렁크
자동차 트렁크 공간은 일정한 크기의 "유닛 모듈(Unit Module)"이 몇 개 들어가는 지를 가늠해 측정한다. 빈 공간에 블록 쌓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유럽의 기준은 "ISO 3832"다. ISO는 "국제 표준화 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약자다. 1947년 설립됐다. 현재 140여 개 회원국과 1만3500여 종의 표준을 보유하고 있다.
"ISO 3832"에 따른 "유닛 모듈"은 타입 A와 B로 나뉜다. 타입 A는 길이×너비×높이 400±1×200±1×100±1㎜, 타입 B는 200±1×100±1×50±1㎜의 직육면체다. 이 두 가지 "유닛 모듈"을 적절히 섞어 트렁크를 가득 채운 뒤 공간을 계산한다. 구급약 상자와 소화기 등 옵션 품목은 제외한다. 그러나 스페어타이어와 기본 공구는 갖춘 상태에서 측정한다.
유럽 기준 "유닛 모듈"은 직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이다. 각 모서리의 반지름은 최대 10㎜의 곡면이다. 유닛 모양 때문에 가득 채워도 남는 공간이 있다. SUV나 왜건은 뒷좌석을 그대로 두었을 때와 접었을 때를 각각 측정한다. 뒷좌석을 접을 땐 앞좌석 등받이 뒤 수직평면까지 "유닛 모듈"을 가득 채운다. 이때 유닛의 높이는 앞좌석의 머리받침을 넘어선 안 된다.
국내에선 한국산업규격에서 정의한 기준을 따른다. 유럽의 ISO 3832와 같다. 미국은 SAE, 즉, "(미국)자동차 기술자 협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규정한 "SAE J1100a"를 기준 삼아 트렁크 공간을 잰다. 측정할 때 쓰는 "유닛 모듈"은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1피트(304.8㎜)의 정육면체다. 용적은 1큐빅 피트(cu ft), 즉 28.316847ℓ다.
같은 차도 트렁크 크기가 다르게 표시될 수 있다. 미국와 유럽의 측정방식이 다른 까닭이다. 폭스바겐 이오스를 예로 들면 지붕을 씌웠을 때 유럽 기준은 380ℓ다. 반면 미국 기준은 약 311ℓ다. 유럽의 "유닛 모듈" 크기가 작은 만큼 보다 에누리 없이 측정하는 편이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트렁크를 이전보다 키웠다. 미국 기준 15.4큐픽 피트, ℓ로 환산하면 436ℓ다. 트렁크 용적만큼 중요한 게 모양이다. 신형 캠리는 트렁크를 한층 깊고 넓게 디자인했다. 그래서 좀 더 짐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다. 나아가 골프백 4개를 거뜬히 삼킨다.
78. 6:4로 접히는 뒷좌석 시트 폴딩
장거리 여행 때 짐 공간은 "막연한 가능성"에서 "생생한 현실"로 거듭난다. 때로는 여행의 질마저 좌우한다. 계획의 범위와 경험의 깊이를 제한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승합차나 버스가 아닌 이상 트렁크의 절대적 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기만큼 활용성이 주목 받는다. 자동차 업체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트렁크의 쓰임새를 보완하고 있다.
짐이 뒹굴지 않도록 그물망 씌울 고리를 다는 건 이제 해묵은 고전에 속한다. 요즘은 트렁크를 입체적으로 쓸 수 있는 묘안이 인기다. 탈착식 선반이 좋은 예다. 그러면 트렁크를 다용도실의 창고처럼 층층이 나눠 쓸 수 있다. 왜건의 경우 레일을 깔고 막대를 달아 공간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트렁크 바닥에 납작하게 접을 수 있는 바구니를 달기도 한다.
해치백이 실용성 좋다는 평을 듣는 것 또한 수치로 드러난 트렁크 공간 때문이 아니다.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의 격벽이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와 하나로 이어진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지붕이 꽁무니 끝까지 수평으로 뻗어 천정도 높다. 반면 세단은 짐 공간의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머리와 몸통, 꽁지로 나뉜 장르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들은 트렁크와 뒷좌석 사이의 벽을 허물 방법을 고민했다. 뒷좌석 팔걸이 부분에 뚫은 구멍이 시작이었다. 기다란 짐을 실내까지 관통해 싣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스키 스루(Ski through)"라고 불렀다. 스키 실을 때 요긴했기 때문이다. 이후 세단도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뒷좌석에 아무도 태울 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분할식 접이 시트다. 뒷좌석을 6대4로 나눠 접으면 한쪽에 짐을 싣더라도 나머지 시트에 승객을 태울 수 있다. 토요타 신형 캠리도 이 같은 방식의 뒷좌석이 적용됐다. 레버 하나로 힘 들이지 않고 접을 수 있다. 또한 뒷좌석 뒷면엔 단단한 플라스틱 패널을 씌웠다. 따라서 시트 다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다.
79. 전신을 달구는 넓은 시트 히팅 영역
"온돌"은 바닥을 데워 실내온도를 높인다. 우리나라에서 싹 텄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한국의 대표적 난방방식"으로 소개돼 있을 정도다. 반면 외국에선 실내공기를 데운다. 그런데 자동차만큼은 예외다. 시트 달구는 아이디어는 해외에서 고안됐다. 미국의 캐딜락이 1966년 처음 선보였다. 이후 히팅 시트는 꾸준히 그 영역을 넓혀 왔다. 오늘날엔 경차도 단다.
히팅 시트는 체감 온도를 높이는 효과가 공조장치를 앞선다. 몸과 직접 맞닿은 부위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공조장치는 엔진이 달궈져야 더운 바람을 뿜는다. 반면 히팅 시트는 온․오프의 개념이다. 전원을 켜면 곧장 뜨거워진다. 또한 몸과 밀착돼 있다. 그래서 열이 흩어지지 않고 머문다. 추운 겨울 히터가 제 성능을 내기 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시트 열선은 대개 몇 단계로 나눠 온도를 높인다. 너무 뜨거워지면 스스로 전원을 차단하기도 한다. 브랜드와 차종에 따라 성능은 다양하다. 반면 얼개는 거의 비슷하다. 시트의 쿠션과 커버 사이에 열선을 깐다. 그리고 제어장치를 더한다. 따라서 애프터마켓에서 차종과 상관없이 직접 달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히팅 시트도 등급이 있다. 열선을 넉넉하게 깐 시트일 수록 좋다. 대부분 시트의 히팅 범위는 엉덩이 받침과 허리 위주다. 반면 토요타 신형 캠리는 등과 어깨, 엉덩이 옆 부분까지 열선을 깔았다. 운전석뿐 아니라 동반석에도 같은 부위에 열선을 심었다. 그래서 엄동설한에 든든하다. 온도 또한 단계 구분 없이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누구나 취향에 맞게 쓸 수 있다.
80. 오버헤드 콘솔 오버헤드 콘솔 라이트
실내조명을 디자인하는 건 외부조명보다 한층 까다롭다. 차가 달려 나갈 방향에 "올인"하는 헤드램프와 달리 여러 곳을 비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밝으면 운전에 방해된다. 지나치게 어두우면 조명 기능을 잃는다. 실내 윤곽을 드러내고 포인트를 줄 디자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자동차회사는 조명 디자이너를 따로 두기도 한다.
요즘은 부슬비처럼 빛을 은은히 뿜는 간접조명이 인기다. 환한 조명 하나로 집중하기보다 여러 개를 묶는 추세다. LED(발광 다이오드)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컬러도 한층 다양해졌다. 심지어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계기판과 컵홀더 조명이 5가지 색을 넘나드는 차도 있다. 조명으로 기교를 부린 차의 실내는 도심 야경 못지않게 화려하다.
그런데 토요타 신형 캠리는 이런 유행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을 추구한다. 캠리는 천정의 오버헤드 콘솔에 큼직한 조명 두 개를 심었다. 행여 뒤쳐질까봐 경쟁적으로 집착하는 LED 대신 평범한 할로겐 조명을 고집했다. 광원 한 개의 크기와 밝기가 LED를 월등히 앞서는 까닭이다.
빛을 뿜을 커버의 크기도 최대한 시원시원하게 키웠다. 그래서 빛을 보다 밝고 고르게 뿜는다. 빛의 방향도 주위를 에두르는 법 없다. 기어박스 주변의 컵 홀더와 센터콘솔을 정확히 겨냥했다. 그래서 물건 찾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캠리답게 실내조명도 "실용성"과 "신뢰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김기범 자동차칼럼니스트/자료협조 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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