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싼타페 가격이 공개됐다. 공식 출시를 하고도 1주일 이상 알려지지 않았던 가격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출시와 동시에 판매에 들어가는 과정에 비춰볼 때 대부분 가격이 결정돼 관련 전단지나 정보가 영업사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에 대한 온갖 소문과 비판도 상당했다. 일부에선 정부의 압박이라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결국 고심 끝에 가격은 결정됐다. 이를 두고 "선방"이라는 게 회사측 평가다. 특히 주력으로 꼽는 2.0ℓ 2WD 프리미엄은 기존 2.0ℓ 2WD MLX 럭셔리와 비교해 28만원만 인상됐다. 신형으로 넘어오며 상품성 향상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가격 결정의 고민의 흔적이기도 하다.
선택항목을 포함해도 큰 인상은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구형의 경우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이 후방 카메라와 통합 메모리 시스템에 포함돼 170만원이었지만 신형은 8인치 내비게이션(DMB 포함), 블루링크 서비스 지원, 12채널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 후방 카메라를 모두 더해 170만원에 묶였다.
그러나 관건은 선택품목이다. 특히 선루프는 기존 세이프티 선루프에서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로 변경돼 가격이 42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랐다. 최근 소비자 성향을 고려할 때 선루프는 필수로 여겨지는 아이템이다. 실제 80만원의 인상이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 HID 헤드램프, 코너링램프, 19인치 휠 등이 묶인 익스테리어 팩은 70만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전후방주차보조 시스템이 들어간 컨비니언스 팩은 50만원, 가죽시트와 동승석 전동 및 통풍 시트가 준비된 럭셔리 시트 팩은 70만원이다. 결국 모든 선택항목을 포함한 트림 풀옵션 가격은 기존 3,198만원에서 3,488만원으로 290만원이 올랐다.
2.2ℓ 4WD에서는 가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기존 최고급형은 2.2ℓ 4WD MLX 럭셔리로 가격만 3,471만원, 선택항목을 모두 포함(세이프티 선루프, 인텔리전트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통합메모리 시스템)한 풀옵션 가격은 3,697만원이었다. 반면 신형의 2.2ℓ 4WD의 최고 트림은 가격만 3,776만원이다. 선택항목을 모두 더하면 4,242만원에 달한다. 200만원만 더 내면 베라쿠르즈 최고급 트림을 소유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갈색 가죽시트(10만원)와 19인치 휠,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리어 에어컨 등이 들어간 스페셜 팩(166만원)을 제외해도 4,066만원으로 369만원의 인상폭을 가져갔다.
문제는 소비자 인식이다. 가격 인상의 기준점으로 주력 트림이 아닌 최고급형을 본다는 얘기다. 또한 상품성 확대보다 숫자 자체에 민감한 것도 현대차을 위협하는 요소다. 기존 세이프티 선루프에 비해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가 좋기는 하지만 기능상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80만원 상승됐다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상품성 향상에는 가격 상승이 뒤따른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이해시키느냐가 과제였다. 실제 이런 점을 우려해 내부에서도 가격 결정에 많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가파른 인상이 이뤄지면 수입차 판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음도 고려됐다. 실제 1분기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가 7% 하락할 때 수입차는 14%가 늘었다. 수입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현대차 임원들의 발언이 그저 볼멘소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가격은 이미 결정됐다. 이에 앞서 아반떼와 그랜저, 모닝 등 최근 등장한 신형 모두 출시 때 비슷한 가격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차종은 현재 내수를 견인하는 1, 2, 3위에 올라 있다. 가격에 대한 납득여부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대차가 던진 가격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지 쳐다보는 일만 남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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