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8. 디스플레이
91. 속도계 가운데 위치한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이 복잡하게 얽힌 기계다. 복잡한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비상한 두뇌가 필수다. 파워스티어링, 전자조절식 댐퍼, 온도조절장치 등 거의 모든 기능에 컨트롤 유닛이 포함돼 있다. 컴퓨터와 같은 개념의 장비다. 컨트롤 유닛이 80개 넘는 최고급 세단도 있다. 어지간한 동네 PC방에 버금갈 만큼 컴퓨터를 품고 있는 셈이다.
각각의 컨트롤 유닛은 "캔버스(CAN-Bus, 다중통합 전자제어 시스템)"라는 초고속 통신망으로 정교하게 엮여 있다. "캔(CAN)"은 "컨트롤러 에어리어 네트워크(Controller Area Network)", 즉 계측 제어기 통신망의 약자다. 보쉬와 인텔이 1988년 자동차 계측 제어 장비간 디지털 직렬통신 제공을 위해 개발했다. 1993년 ISO에서 국제표준규격으로 정했다.
자동차 네트워크에는 주로 유리 광케이블을 쓴다. 한 가닥으로 전하는 정보의 양은 막연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전화선으로는 2억 회선, TV로 치면 5,000만 채널에 해당된다. 최근 플라스틱 광케이블도 쓴다. 정보 전달양이 자그마치 유리 광케이블의 100배다. 수많은 정보가 오가니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전할 메시지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차는 정보창을 단다. 센터페시어 모니터에 띄우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가 워낙 많다보니 창을 따로 만든다. 신형 캠리는 계기판 속도계 가운데 네모난 창을 마련했다.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위치다. 캠리는 정보창에 총 주행거리와 평균주행연비 등 갖가지 정보를 띄운다. 이 정보창은 일본이나 미국 캠리에는 없다. 오로지 국내에서만 만날 수 있다.
92. 에코드라이빙 돕는 에코드라이빙 인디케이터
토요타 신형 캠리 계기판은 3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하나는 연료와 관련된 정보만 담아낸다. 연료효율성에 자신 있다는 방증이다. 연료 관련 정보의 핵심은 주유계다. 연료를 얼마나 썼는지 바늘과 눈금으로 표시한다. 그런데 주유계는 어떤 차에나 있다. 신형 캠리는 주유계 옆에 실시간 연비를 따로 보여준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다.
순간 연비를 모로 눕힌 막대그래프로 띄우는 차는 흔하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자꾸 보면 무덤덤해진다. 움직임이 단조로운 탓이다. 잠깐은 호기심에 눈여겨본다. 하지만 꾸준히 집중하긴 어렵다. 반면 아날로그 방식은 바늘이 위아래로 널뛴다. 한층 극적이다. 곁눈질로 보면서 정확한 숫자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대강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요긴하다.
신형 캠리에 순간 연비 표시계가 적용된 목적이 여기에 있다. 운전자가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든다. 무심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맥없이 고꾸라지는 바늘이 줄어들 연료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부정적 암시만 하는 건 아니다. 매끄러운 운전으로 연료소모를 줄일 때마다 "에코(ECO)" 녹색등을 환하게 띄운다. 칭찬받는 기분이 들어 우쭐해진다.
나아가 될 수 있으면 녹색등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고개를 든다. 녹색 불을 켜는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위 교통흐름을 예측해 "급(急)"자 들어간 운전을 피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책 제목처럼 "칭찬이 정말 고래를 춤추게 하는 지" 모르지만 연비운전을 유도하는 효과만큼은 탁월하다.
93. 하이브리드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병렬식이다. 직렬과 병렬식의 장점을 합쳤다. 따라서 엔진은 종종 모터와 힘을 합쳐 바퀴를 굴린다. 때로는 조용히 배터리 충전에 심취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황의 경계는 뚜렷치 않다. 심지어 부분적으로 겹쳐있다. 동력의 전달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토요타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 두 방식을 섞었다. 고민 끝에 내린 최선의 결론이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고생을 자청한 결실은 뿌듯했다. 프리우스는 세계 최고의 연비, 캠리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연비를 거머쥐었다. 기술은 심오할수록 제 스스로 존재를 은밀히 감춘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달리는 동안 토요타 하이브리드카 안에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배터리와 두꺼운 전력 케이블에는 전기메기도 울고 갈 고압전력이 흐른다. 고속에서 멈출 때는 모터의 저항, 저속에선 캘리퍼 압력으로 교묘히 바뀐다. 가속 때 엔진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가 조용히 물러난다. 이 모든 과정을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이해하고 파악하기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를 마련했다. 이 화면은 몇 개의 메뉴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게 동력전달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픽이다. 차의 얼개를 엔진과 모터, 배터리로 단순화했다. 그리고 동력의 흐름을 화살표로 띄운다. 그 결과 오너는 주행 중인 차가 모터와 엔진을 번갈아 쓰는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디스플레이 역시 초록색 "에코" 표시등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오너가 엔진이 지원사격에 나서는 시점을 의식하게 만든다. 자연스레 모터만으로 달려보고 싶은 도전욕구를 일깨운다. 아울러 차의 특성을 보다 정확히 깨우쳐 준다. 연비 걱정에 느림보 주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초반에 힘차게 가속해 탄력을 살려 달리는 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94. 에코드라이빙 디스플레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비에 도움 되는 건 사실이다. 낮은 회전수에서 힘이 충분히 무르익기 어려운 내연기관의 단점을 전기모터로 감싸주기 때문이다. 디자인부터 소재, 설계 모두 연비를 낮추는 데 "올인"했다. 효율이 뛰어난 엔진 역시 연비에 유리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결국은 사람이 다룬다. 연비의 열쇠를 준 핵심요소 역시 운전자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버전 모두 에코드라이빙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주행 중 평균연비를 표시한다. 이 수치는 각 센서의 신호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엔진 컨트롤 유닛(ECU)은 인젝터가 쏜 연료의 양을 파악한다. 휠 스피드 센서는 차가 달린 거리를 가늠한다. 연료량을 거리로 나누면 단위 거리 당 사용한 연료가 바로 계산된다.
주유계 옆의 순간연비 표시계는 이름처럼 순간의 기록을 충실히 반영한다. 반면 평균연비는 말 그대로 평균값이다. 일정시간 동안 누적된 데이터를 밑바탕 삼는다. 따라서 몇 차례 난폭 운전했다고 큰 폭으로 오르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연비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보다 정확한 연비를 가늠하기 위해선 부지런히 "리셋"해줄 필요가 있다.
평균값에 과장이나 왜곡이 스며들 여지는 없다. 신형 캠리의 에코드라이빙 디스플레이는 차에 시동 걸고 운행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연비기록을 막대그래프로 표시한다. 주행을 마치고 시동을 끄면 최종 연비를 띄운다. 대개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진다. 이 레벨이 최고 단계에 도달하면 "최고(Excellent)"라는 메시지가 뜬다. 캠리가 운전가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다.
#9. 조명
95. 주변 밝기를 자동 감지하는 오토 라이트 컨트롤
헤드램프는 자동차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최초의 헤드램프는 1880년 등장했다. 호롱불처럼 기름을 연료로 쓰는 형태였다. 곧 탄화칼슘과 물을 사용하는 아세틸렌 램프가 대중화됐다. 탄화칼슘이 물과 반응하며 만들어 낸 아세틸렌 가스를 태우는 아세틸렌 램프는 매우 강한 빛을 냈다. 비바람에도 강했다. 초창기 자동차 헤드램프로 제격이었다.
전기로 빛을 내는 헤드램프는 1898년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필라멘트 수명이 턱없이 짧았다. 발전기 덩치도 컸다. 오늘날과 같은 전기식 시동장치와 헤드램프를 처음 쓴 자동차는 1912년 캐딜락이 선보였다. 1915년에는 가까운 거리를 비추기 위한 로우 빔 개념이 등장했다. 1917년은 실내에서 헤드램프의 각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고안됐다.
지금도 널리 쓰는 할로겐램프는 1962년 등장했다. 할로겐 가스를 채워 넣은 유리구와 텅스텐 필라멘트로 구성됐다. 필라멘트를 가열해 빛을 낸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과 비슷한 원리다. 그러나 에너지 대부분이 빛보다 열로 날아가 버리는 등 효율이 낮아 HID나 LED 헤드램프로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레이저 헤드램프도 상용화를 코앞에 뒀다.
헤드램프 역할은 어두운 곳에서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는데 있다. 헤드램프 진화 역시 목적에 뚜렷했다. 같은 전력으로 더 밝은 빛을 내고, 필요한 부분을 보다 멀리 비추기 위한 도전의 여정이었다. 그런데 한편, 헤드램프는 테일램프와 더불어 주위 운전자에게 내 차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해가 중천에 떴을 때도 켜는 게 좋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등지는 주간 헤드램프 켜는 걸 의무화한 지 오래다. 안전을 위해서다. 제도 시행 후 교통사고가 20% 가까이 감소했다는 통계가 효용성을 뒷받침한다. 유럽은 이미 신차에 헤드램프 광량의 20~30% 정도를 뿜는 주간주행등을 의무화했다. LED 조명을 띠처럼 두른 차가 발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토요타 신형 캠리는 대낮에 헤드램프 켜는 건 운전자 자율의지에 맡긴다. 그러나 주위가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헤드램프 켜는 장치를 달았다. 이른바 "오토 라이트 컨트롤"이다. 헤드램프를 오토 모드에 두면 알아서 켜고 끈다. 캠리처럼 시동만 걸면 계기판이 환하게 불 밝히는 차에서 특히 요긴한 기능이다.
96. 날렵한 디자인의 헤드램프
사람은 낯선 것에서 익숙한 요소를 찾는다. 본능적인 반응이다. 자동차 앞모습에서 은연 중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두 개의 헤드램프는 눈, 라디에이터 그릴은 콧날, 범퍼의 흡기구는 입을 연상시킨다. 이 가운데 헤드램프는 첫 인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매혹적이고 강렬한 눈은 시선을 끄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 포드 디자이너이자 자동차 부품업체 존슨콘트롤스 부사장인 리차드 정이 앞모습 디자인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가 200개 이상이다. 각 브랜드가 20종을 보유했다면 4,000가지 이상의 얼굴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는 3,000명 정도 인데, 이들의 창의력이 현실을 뒤쫓지 못할 때가 많다."
그는 헤드램프로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쌓은 사례도 몇 가지 꼽았다. "1948년형 터커는 헤드램프를 세 개 달았다. 그 중 하나는 한복판에 있다. 미키마우스를 닮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인기를 끌었다. 1963년형 쉐보레 콜벳은 평소 숨어 있다가 켜면 튀어나오는 헤드램프를 고안했다. 굉장한 파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헤드램프는 마음 내키는 대로 디자인할 수 없는 부품 가운데 하나다. 각 나라별 까다로운 규제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밝기나 높이에도 제한이 있다. 전조등과 방향지시등은 일정한 간격과 높이, 색상을 유지해야 한다. 공기저항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최대한 매끈하게 다듬는다. 와류를 만들 돌기를 의도적으로 심기도 한다.
헤드램프의 크기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 역사 여명기 때는 헤드램프 한 개가 수박만 했다. 그런데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토요타 신형 캠리 헤드램프는 예리하게 오려내 날렵한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형형한 광채를 뿜는 HID까지 있다. 그 결과 생동감 있는 첫 인상이 완성됐다.
97. 오토레벨링 기능의 HID 헤드램프
헤드램프 종류 가운데 "HID"는 "고휘도 방전(High-Intensity Discharge)"의 줄임말이다. 자동차용 HID 램프는 제논가스를 채운 유리관과 양 끝 텅스텐 전극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고압으로 뻥튀기 한 전류를 흘리면 방전현상이 일어난다. 전기에 중성을 띤 기체가 전자의 이동으로 전극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빛이 난다. 번개나 정전기가 좋은 예다.
HID 램프가 본격적인 빛을 내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 형광등과 비슷한 원리로 불을 밝힌다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HID 램프는 주로 제논가스를 쓴다. 그래서 제논 램프로 부르기도 한다. 전조등은 물론 상향등(하이 빔)까지 제논인 경우 "이중"이란 뜻의 영어 "바이(bi)"를 붙여 바이-제논 헤드램프라고 부른다.
HID 헤드램프는 할로겐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낸다. HID 헤드램프가 뿜는 빛의 스펙트럼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범위에 보다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 효율"이 좋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할로겐램프와 같은 전력을 쓸 때 더 많은 광량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할로겐 램프가 1와트 당 20~25루멘 정도의 빛을 내는데 반해 HID 램프는 80루멘을 낸다.
HID 램프는 자동차에 쓰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수명이 할로겐램프보다 4~5배 길다. 필라멘트가 없기 때문이다. 3,000시간 정도 쓸 수 있다. 또한 할로겐램프 절반의 소비전력으로 두 배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나아가 태양빛에 가까운 백색광을 낸다. 온도가 뜨겁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백색광은 눈의 피로를 줄인다. 시인성도 높인다.
토요타 신형 캠리도 전조등(로우 빔)에 HID 헤드램프를 쓴다. 그런데 HID 램프는 앞서 달리는 차나 반대 차선의 차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워낙 밝아서다. 그래서 각 국은 HID 헤드램프의 밝기와 조사각도 등에 까다로운 규제를 걸고 있다. 신형 캠리도 보완책을 마련했다. 차체와 지면의 높이를 면밀히 감시해 변화가 생길 경우 스스로 헤드램프의 각도를 바꾼다.
98. 크롬 타입의 안개등 커버
요즘 안개등이 멋을 내기 위한 액세서리 개념으로 변질된 모습을 많이 본다. HID 램프로 바꿔 전조등 대신 켜고 다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한 맑은 날 켜고 다니는 후방안개등은 뒤따르는 운전자 시야에 큰 부담이 된다. 반사판 자리를 안개등으로 개조한 SUV가 특히 문제다. 그래서 유럽은 안개 없는 날 후방안개등을 켜면 벌금 매기는 나라도 많다.
안개등은 목적이 뚜렷한 조명이다. 안개가 짙을 때 나아갈 방향을 비추는 한편, 스스로의 존재를 알린다. 그래서 조명의 상한선은 날카롭게 가른다. 전조등과 구분을 위해서다. 빛은 낮은 곳을 넓게 비춰야 한다. 전조등이나 상향등처럼 차의 앞면을 비추면 안개의 물 입자와 반사를 일으켜 오히려 시야를 흐리기 때문이다.
안개등이 기능성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만족시키면 더욱 이상적이다. 흡기구와 더불어 범퍼 디자인을 좌우하는 요소인 까닭이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안개등 주위에 크롬 커버를 씌웠다. 크롬 부위는 세로로 바짝 세워 날렵한 느낌을 강조했다. 폭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낸다. 또한 더러워져도 몇 번 닦는 것만으로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광택을 낼 수 있다.
99. 사이드 미러에 장착된 방향 지시등
사이드 미러는 옆 차선에 뒤따르는 차를 살피기 위한 장비다. 달린 위치나 모양 때문에 도어 미러 또는 윙 미러라고도 부른다. 과거 거울을 보닛 양쪽 귀퉁이에 달 땐 "펜더 미러"로 불렀다. 사이드 미러 역시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이 깊은 부품이다. 전체 디자인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다듬는다. 따라서 사이드 미러 모양은 차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작아지는 헤드램프와 대조적이다. 안전 때문이다. 각 나라 법규는 사이드 미러가 더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규제는 사이드 미러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츰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는 이유다.
그렇다고 사이드 미러를 마냥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테나, 스포일러(날개)와 더불어 달리는 자동차에서 공기 벽을 단독으로 꿰뚫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울의 크기는 키우되 반대편은 최대한 매끈하게 다듬는다. 일부러 주름을 파거나 돌기를 더하기도 한다. 주위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다듬기 위해서다.
요즘 사이드 미러에는 부가기능도 적지 않다. 서리나 물방울을 없애기 위한 열선은 이미 대중화됐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사이드 미러를 감싼 커버에 방향지시등이 합쳐졌다. 그 결과 바로 옆 차가 보다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방향지시등은 전 세계 캠리 가운데 국내에 수입되는 차종에만 있다.
100. 뒷좌석 승객의 독서를 배려한 조명장치
자동차 실내는 외부인을 철저히 배제한다. 안과 밖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경계라는 점에서 집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전혀 다르다. 집은 고정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동이다. 운전자 의도에 따라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그래서 이동 수단인 동시에 생활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자동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피곤할 때는 시트를 눕혀 아쉬운 대로 쪽잠을 청할 수도 있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음악 감상은 오히려 조건이 좋다. 밀폐되고 오붓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보다 한층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독서도 이동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토요타 신형 캠리라면 뒷좌석에서 책을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독서를 위한 전용 조명을 달았기 때문이다. 보통 뒷좌석 편의장비로 승부를 거는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신형 캠리는 개의치 않고 달았다. 오너에게 자동차가 이동수단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10. 보안
101. 고객맞춤 기능의 스마트키 시스템
요즘 자동차 문을 열쇠로 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리모컨이 널리 보급된 덕분이다. 주차된 위치로 걸어가며 리모컨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주차한 뒤 뚜벅뚜벅 걸어가며 리모컨 버튼으로 문 잠그는 상황도 흔한 풍경이다. 기술 발전은 복잡한 연결을 생략할 수 있게 돕기 마련이다.
이제 리모컨조자 만지작거릴 필요 없는 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마트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스마트키는 리모컨을 겸한다. 도어나 트렁크를 열거나 잠김 스위치를 품었다. 원격 시동 기능을 갖춘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을 잠그거나 열 때 굳이 리모컨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몸 어딘가에 지니고만 있으면 된다. 도어 핸들을 당기는 순간 잠금이 풀린다.
스마트키는 기존 열쇠와 생김새부터 다르다. 모나거나 튀어나온 곳 없이 매끈한 뭉치 형태다. 이빨 들쑥날쑥한 고전적 열쇠는 몸체 어딘가에 숨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상용이다. 자동차 배터리가 완전 방전될 때 아니면 쓸 일이 없다. 그마저도 시동 걸 때는 무용지물이다. 실내에 열쇠구멍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둥그런 시동버튼만 심어져 있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스마트키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췄다. 따라서 열쇠를 주머니 속에 고이 간직한 채 실내에 드나들고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다. 스마트키과 관련된 기능을 오너의 취향에 따라 맞춤 설정할 수도 있다. 가령 스마트키 작동음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심지어 스마트키를 작동할 때 반응하는 라이트 밝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102. 센서 터치 스마트 엔트리 시스템
스마트키 기능의 핵심은 "차별"이다. 허락된 사람에게만 빗장을 활짝 연다. 리모컨 열쇠 역시 비슷하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리모컨 열쇠는 입력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버튼을 꾹 눌러야 차가 반응한다. 반면 스마트키는 그 존재가 곧 명령이다. 신형 캠리를 예로 들면 스마트키를 몸에 지닌 채 도어 핸들만 감싸 쥐면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된다.
자동차 업체마다 해당 기능에 붙인 이름은 제 각각이다. 아우디는 어드밴스드 키, 닷지는 키리스 엔터 앤 고, 미니는 컴포트 액세스, 르노는 핸즈 프리 키 카드, 링컨은 인텔리전트 액세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토요타는 "센서 터치 스마트 엔트리 시스템"으로 붙였다. 이름만 서로 다를 뿐 기본적인 기능과 원리는 별 차이가 없다.
"센서 터치"는 문을 잠글 때도 똑같이 해당된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도어 핸들 센서를 살짝 건드리는 동작만으로도 문을 잠글 수 있다. 스마트키를 몸에 지닌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마트키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도 갖췄다. 잠시 잊고 스마트키를 차 안에 두고 내렸다면 센서를 닳도록 만져도 문이 잠기지 않는다.
103. 보안성 높인 엔진 이모빌라이저 도난방지기능
자동차 보험 들 때 이모빌라이저가 있으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난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모빌라이저는 짝이 맞는 열쇠가 아닐 경우 시동을 제한하는 장치다. 똑같은 이빨 모양만 인식하는 과거의 열쇠뭉치보다 훨씬 진화한 방식이다. 독일과 영국은 1998년 이후 모든 신차에 이모빌라이저를 의무화했다.
이모빌라이저는 IC 칩과 무선으로 정보를 관리하는 인식 기술이다. 판독기와 태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유통 분야에선 바코드를 대신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주차장 출입, 도서 출납을 관리하는 데 유용하다. 전자식 여권 뒷장에도 숨어 있다. 자동차에선 열쇠와 엔진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다. 서로 정보가 일치될 때만 시동을 허락한다.
만약 정보가 어긋나면 연료 펌프와 점화 기능이 제한된다. 이모빌라이저가 대중화되면서 남의 차에서 전선 몇 개 불꽃 일으켜 시동거는 모습은 사라졌다. 토요타 신형 캠리 역시 이모빌라이저 기능을 갖췄다. 따라서 제 짝의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지 않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누구나 탐내는 차지만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이유다.
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자료협조 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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