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격양된 목소리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한 수입차업체 서비스와 관련한 불만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냥 흘려듣기엔 제보자의 억울함이 커보였다.
요즘 수입차업체들이 내놓는 보도자료 중에는 유난히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많다. 서비스가 수입차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했다는 증거다. 외형이 확대된만큼 제품만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물건을 어떻게 팔고, 어떻게 관리해줄 것인가"로 구매중심이 옮겨 갔다는 뜻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서비스를 많이 따진다. 조금 비싸더라도 대기업 물건을 사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완벽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셈이다. 더구나 소비자가 지불하는 제품 가격에는 기본적으로 제공받아야 하는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다. 과도한 서비스 요구는 부당하지만 적절한 서비스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수입차업체의 행태를 보면 "정말 이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나는 몰라"식의 책임회피가 빈번하다. 소비자들의 분통이 터지는 배경이다. 판매자에 항의하면 수입사로 돌리고, 수입사에 연락하면 판매자와 협의하라고 발뺌한다. 결국 책임지는 곳은 없고, 소비자는 헤매다 홧병만 난다.
유명무실한 고객센터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1차적으로 고객센터를 통해 불만을 접수하지만 고객센터 차원의 해결방안은 없다. 오로지 문제를 접수하는 창구에 그칠 뿐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임에도 고객센터 대응은 소규모 인터넷 쇼핑몰보다 못하다.
제보 전화를 건 중년 남성은 불편과 금전적 손해는 둘째라고 했다. 그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수입차업체들의 안이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사와 판매사의 책임회피 속에 몇 날을 허비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유난히 강조하는 수입차업체들의 서비스관련 보도자료 속에는 언제나 "최대"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반면 서비스의 질은 빠져 있다. 최근 발표한 B사의 서비스센터관련 자료에도 정비작업대 숫자를 두 배 정도 뻥튀기해놓고 외형적인 치적만 강조했다. 그저 라이벌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몸집 크기만 내세운다.
사후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업체와 소비자 간 강력한 신뢰관계이기도 하다. 위세나 규모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동안 수입차 서비스가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결합시킬 때다. 수입차시장의 발전은 그 때부터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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