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프리미엄의 도약, 기아차 K9

입력 2012년05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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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 세단을 출시하며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기아차는 그 동안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상품성과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K9을 통해 독일차와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신차 출시를 기념한 언론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아차의 이 같은 의지는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고급 세단의 대명사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를 직접 언급하며 K9이 브랜드 가치는 낮을 지 몰라도 제품력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승회는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진행했다. K9의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직선과 곡선 코스가 혼재한 동해고속도로가 중심무대였다. 시승차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모든 품목을 적용한 최고급형이다.


 첫 인상은 강렬했다. K시리즈의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K9은 풍부한 볼륨감이 이채롭다. 특별히 K9만을 위해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아차 디자인의 DNA를 충분히 담아냈다. 기함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웅장한 모양이다.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 위로 뻗은 헤드 램프는 일견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앞모양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헤드 램프 상단은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면발광 램프 눈썹을 적용했고, 중간에 큐브 형태의 메인 램프, 하단은 일렬 LED의 주간주행등을 넣었다. 빛을 강조하는 기아차의 특징을 최대한 드러냈다. 여기에 보닛 위 굴곡진 선을 더해 강력함을 배가했다. 


 측면은 플래그십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앞이 길고 뒤가 짧은 "롱 노즈 숏 테크"를 적용, 7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다. 비판도 분명 존재하지만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경향이란 점에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 XJ도 비슷한 측면 비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BMW 디자인을 베꼈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뒷모양은 단순하다. 뒤따라오는 운전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라고 한다. 눈에 띄는 건 LED를 사용했다는 점으로, 헤드 램프의 눈썹처럼 면발광 램프를 썼다. 상당히 미래적인 느낌이자 정돈된 인상이다.  


 실내 역시 고급스럽다. 특히 단차의 완성도가 높다. 직접 자를 대고 치수를 하나하나 측정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시트는 매우 편안했다. 앞좌석 헤드룸 또한 넉넉하다. 뒷좌석 공간도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이 핵심이다. 스위치 하나로 조수석을 완전히 접을 수도 있어 쇼퍼 드리븐 용도를 감안했다.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우면서도 손에 착 감긴다. 감성부문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버튼 배열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개인적으로 조명 디자이너와 K7을 시승한 적이 있다. 당시 공통된 지적사항은 센터페시아 버튼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K9의 버튼 수는 비슷해도 그래픽 등은 K7보다 세련됐음을 알 수 있다.  


 클러스터는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가 적용하는 디지털 방식이다. 어떤 정보라도 손쉽게 계기판에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운전석 너머 유리창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선명하다. BMW나 푸조 등이 소개한 기술이다. 그러나 K9만의 차별화를 위해 단색의 단조로움을 개선, 6가지 색상으로 정보를 구현했다. 아기자기한 맛이 돋보인다. 정보의 표시내용도 충실하다. 


 선루프는 적용하지 않았다. 무드 램프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아차 내부적으로 주요 소비층이 선루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서다. 물론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는 설명이다. 


 시동을 걸어 차를 움직였다. 시승차는 334마력을 내는 3.8ℓ GDi 람다 엔진을 얹었다. K9의 진동, 소음 억제력은 렉서스와 흡사했다. 거의 소음을 느낄 수 없었고 진동은 엉덩이에 전해지지 않았다. 물론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고급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고급차라면 일종의 덕목과도 같은 게 정숙성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엔진 회전음이 증가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소음을 억제해 큰 노이즈는 들리지 않았다. 엔진 부밍도 많이 다듬어 묵직하게 귀를 울린다. 전반적인 수준 상승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속도를 높이면 소음 억제를 더욱 체감할 수 있다. 시속 100km 정도에선 풍절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후 속도를 더 올려도 옆사람과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시승 후 유리창을 내려 확인해보니 이중접합이었다.  


 대형 세단답게 속도감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 K9의 경우 소리를 많이 억제해 시각으로만 속도 등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 속도 이상에서 경고음을 내는 장치를 달아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승차감은 그 동안 기아차가 보여줬던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고급 세단에 어울릴만한 수준이다. 특히 직선주로에서의 안정성이 뛰어났다. 물론 경쟁상대로 꼽은 BMW나 벤츠가 묵직하게 도로을 움켜쥐는 것에 비하면 물렁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불안해서 속도를 더 올릴 수 없다는 스트레스도 없었다. 속력을 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속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갖췄다. 


 곡선에선 좌우 흔들림이 느껴졌다. 차체 길이가 긴 탓도 있겠지만 기아차가 경쟁상대로 꼽는 독일차와 견주면 보강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국내에서 K9을 타고 거친 주행을 하진 않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나쁘지 않다. 의도하는 대로 편안한 조향이 이뤄졌다. 제동능력도 우수하다. 급하지 않고 여유롭지도 않은 일정한 답력이 돋보였다.

 K9이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내수 대형 세단 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K9은 7시리즈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확보했지만 가격은 5시리즈와 비슷한 "투트랙" 전략이 적용됐다. 그래서 내수시장에서의 선전이 기대된다.  


 최근 대형 세단 시장은 수입차가 30% 이상 점유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5년 전에는 수입차 점유율이 고작 15%였다. 그래서 기아차도 K9의 라이벌을 수입차로 지목했다.


 실제 차를 타고 보니 기아차의 기대가 과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존 국산차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완성도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제아무리 K9의 상품성이 뛰어나도 대형 세단, 그 것도 프리미엄급에선 여전히 "브랜드"가 구매에 영향을 미쳐서다. 

 시승했던 K9 최고급형의 판매가격은 8,640만원이다. 만만치 않다. 이 점도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양양=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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