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초가 지붕 바꿀 때 자동차 지붕도 달라졌다

입력 2012년05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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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초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농촌의 지붕개량부터 시작됐다. 새마을 노래 가사 첫 마디는 "초가집도 없애고..."였다. 60년대 말까지 농촌 어딜가나 초가집은 우리의 일상이었고, 부자의 조건은 기와지붕과 흰 쌀밥, 배불리 먹는 고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집 지붕을 뜯어내고 있을 때 독일과 미국은 자동차 지붕을 걷어냈다. 지붕의 일부를 뚫어 운전자에게 하늘을 열어주고 있었다. 이른바 선루프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선루프 발명으로 유명한 독일계 미국인 하인츠 프레히터가 미국에서 선루프회사를 차려 부를 축적했고, 이 돈은 미국 공화당 정치자금으로 일부 흘러 들어갔다. 덕분에 하인츠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일가와 아주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다. 

 그랬던 자동차 지붕이 다시 한번 개량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단순히 열리던 지붕이 태양광 모듈로 변모하는 추세다. 특히 전기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서 각광받고 있다. 덕분에 고급차의 지표는 크기나 무게, 길이가 아닌 지붕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지붕이 개폐되는 카브리올레는 말할 것도 없고, 태양광전지가 장착된 파노라마 지붕 또는 개폐형 선루프, 혹은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장착된 천장이면 고급차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지붕과 관련한 많은 부품회사들이 선루프를 비롯해 지붕모듈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독일 베바스토(Webasto)와 미국 코나르카(Konarka)는 최근 선루프와 지붕의 유기태양광 모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베바스토가 컨셉트로 내놓은 지붕모듈은 거의 모든 차에 적용이 가능하고, 무게가 20㎏으로 아주 가볍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재료다. "열가소성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것으로, IT 제품 외장재와 광저장매체 소재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되는 고기능 플라스틱이다. 1956년 독일인 슈넬이 처음 합성했고,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활동할 때 사용했던 헬맷의 재료가 폴리카보네이트였다. 유명한 부가티 베이런 그란 스포츠에도 적용됐다. 

 유기 태양광모듈에서 생성되는 전기에너지는 배터리와 별개로 냉난방과 조명에 사용할 수 있다. 동력에 관여하는 배터리 사용처를 줄여 운행거리를 늘린다는 얘기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서 각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듈과 연계된 전기차는 유기반도체 다이오드인 OLED를 사용해 전기 소비를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 
 
 현재 독일에선 벤츠도 전기차 전력사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BASF)와 합작으로 전기차 지붕모듈을 개발 중이고, BMW도 지붕모듈의 재료로 탄소복합체를 결정해 경량화에 나선 지 이미 오래다.  

 자동차지붕에 장착되는 태양광은 실리콘이 아니라 유기화합물인 탄화수소복합체로 일종의 플라스틱 태양광전지다.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어 디자인 폭까지 넓힐 수 있다. 현재 1.8제곱미터 면적의 유기태양광은 최고 100㎾이 전기를 얻어낼 수 있다. 베바스토가 합작회사인 코나르카와 함께 지속적으로 태양광전지의 효율과 성능을 높여 나가기로 한 배경이다.


 물론 벤츠나 BMW, 아우디 최고급차 지붕은 태양광전지로 장착된 게 이미 존재한다. 가격 구애가 적은 최고급차의 일부만 적용되지만 하향화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나라에 제격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직 유기태양광전지는 효율이 낮고 내구성의 약점이 있다. 그래서 선진 업체들이 치열한 개발경쟁을 암묵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유기태양광전지는 박막으로 표면처리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장래도 무척 밝다. 그래서 자동차 전체 표면적을 태양광전지로 처리한 전기차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유기 태양광전지의 효율이 30%를 넘어서면 전기보다 태양광자동차가 더 맞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전기차 지붕개량이 이유이자 배경이다. 
 
 베를린=이경섭 자동차 칼럼니스트 kyungsup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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