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역대 최대 규모'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입력 2012년05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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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러는 걸까요?"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 코너 속의 유행어다. 이 코너는 실생활이나 TV 등 매스미디어의 일반적인 습성을 재미있게 비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부산모터쇼를 보고 있자니 이 개그 코너가 떠올랐다. 바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주최측의 발표에 이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모터쇼 규모가 분명히 역대 최대이긴 하다. 전시차종 부문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상용차를 포함한 국산 브랜드 8개, 수입 브랜드 14개 등 국내외 업체들이 총 170여 종의 차를 내놨다. "반쪽 모터쇼"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던 2010년의 109종과 비교해서는 약 62% 늘었다. 

 그러나 출품차종의 숫자만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내세우는 건 억지다. "전시차 최다 출품" 정도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규모라는 개념은 참가국과 업체 수, 전시면적, 관람객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지난 2001년 본격 출발한 부산모터쇼는 "자동차와 인간, 자연이 숨 쉬는 미래"라는 주제로 첫 행사 당시 11개국 207개 업체가 참가했다. 당시도 벡스코에서 개최됐으며, 3만9,669㎡의 면적(1,500부스)을 이용했다. 2003년에는 첫 모터쇼와 비교해 전시면적은 같았으나 20개 국 253개 업체가 출동, 참가업체 숫자가 "역대 최다"였다. 관람객 역시 1회의 72만7,000여명에서 104만7,000여명으로 증가했다.

 2006년엔 참가업체가 2회에 비해 80여 개나 줄은 171개에 불과했다. 참가국도 10개국으로 줄었다. 그러나 관람객 수는 106만4,000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시면적 역시 4만1,400㎡로 2회 때보다 커졌다. 2008년은 3회와 비교해 전시면적은 동일하지만 10개 국 156개 업체로 참가업체 수가 더 줄었고, 관람객 수도 102만5,000여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전시 차종은 2006년 140여 대에서 156대로 볼거리를 "역대 최대"로 강화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휘청했던 2010년 모터쇼 때도 전시규모만큼은 역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참가업체 또한 2008년보다 2개 업체가 적은 154개였다. 수입차업체가 많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참가업체 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참가업체 수가 크게 줄었다. 6개 국 96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 것도 같은 회사의 다른 브랜드인 BMW와 미니, 토요타와 렉서스, 닛산과 인피니티, 포드와 링컨을 모두 따로 계산해 억지로 끼워 맞춘 참가업체 숫자다. 현대나 기아,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운영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봐도 무방하지만 앞서 설명한 브랜드는 한 회사의 브랜드다. 따라서 실질적인 계산으로 본 참가업체 수는 92개다.
 
 이는 "역대 최소"다. 참가업체 수가 가장 적었던 2010년과 비교해서도 50개 이상이 덜 나왔다. 첫 모터쇼를 시작한 2001년 207개 업체와는 100개 업체 이상 차이가 난다. 신차 발표는 역대 최고인 2008년 23종에서 29종으로 늘어났지만 세계 최초 공개차는 사상 최악으로 불리는 2010년에 비해서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그 중 1대는 상용차로, 승용차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주최측의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은 어디에 근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최대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관람객 규모 정도가 남았는데, 지역 내 호응이 적어 긍정적이지 않다. 실제 부산지역 언론 관계자는 "매번 부실개최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왜 모터쇼를 개최하는지 모르겠다"며 "모터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트카도 별로 없고 판매차들만 잔뜩 나와 대형 자동차전시장으로 밖에는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주최측은 어떻게든 공을 쌓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선 행사인 이상 과정이 어찌 됐든 흥행에 성공해야 해서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은 물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든 붙일 수 있는 표현이지만 그 표현이 가져올 홍보효과만 믿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다음 모터쇼 때는 이런 말장난 대신 진짜 견실한 모터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산=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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