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터보엔진,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입력 2012년05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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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터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차만 해도 제네시스 터보엔진에 이어 소나타, 밸로스터 등 터보차저 휘발유 엔진이 대거 출시됐다. 그동안 디젤엔진에만 장착돼 왔던 터보차저가 휘발유 엔진까지 점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솔린 터보의 등장은 10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 때문이다. 아파트 평수는 물론 승용차도 대형이 최고로 대접받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소형 아파트와 소형 엔진이 대세다.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 그리고 높아져야 하는 출력을 동시에 이뤄내려면 터보 적용이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그간 왜 가솔린 터보를 적용하지 않아 왔는 지는 지금도 의아한 대목이다. 짐작컨대 세계적인 기술 동향을 알고 있으면서도 터보차저 개발에 따른 비용 혹은 마케팅과 관련한 다른 이유 때문에 지연해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그러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터보 차저를 직접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여기는 중이다. 

 두 번째 이유는 휘발유엔진에 대한 경쟁력 확보다. 피스톤 왕복 엔진이 마치 한물 간 것처럼 보도되긴 하지만 디젤이나 휘발유엔진은 아직도 발전과 개발 가능성이 많다. 독일 자동차 엔진산업이 70년대와 80년대 지속적으로 디젤엔진을 개발해온 덕분에 지금의 클린 디젤엔진이 존재하는 것처럼 앞으로 피스톤 왕복 기관은 연구 개발에 따라 효율과 성능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수퍼차저나 터보와 같은 피스톤왕복기관의 과급기 개발은 경쟁력 확보에 절대적이다. 터보나 수퍼차저 같은 과급기의 효율이 곧 다운사이징과 직결돼 전체 효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조사로서 다운사이징 엔진은 미래 하이브리드나 주행거리 연장차의 보조기관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 연구와 개발에 절대 게을리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터보엔진 생산이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애프터마켓에서의 터보차저 개발과 ECU 소프트웨어 기술의 활성화다. 터보엔진은 절대적으로 전자장치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엔진 상태에 따른 터보의 과급압력 조절시스템 개발이 없다면 터보차저도 없다고 봐야 한다. 소프트웨어 발전과 개발의 가장 기본요소는 ECU 프로그래머들의 광범위한 저변확대가 필수인데, 그동안 우리는 자동차 엔진 ECU 프로그램의 인적 인프라가 너무 빈약했던 게 사실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많아도 자동차 엔진 특성을 잘 아는 프로그래머는 거의 없었다. 


 물론 엔진퍼포먼스 튜닝시장의 확대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도 터보엔진 생산과 더불어 바야흐로 튜닝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애프터마켓에서 ECU 프로그램 튜닝과 개발의 활성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퍼포먼스 튜너들의 저변이 확대되면 제조사에도 피드백이 돼 결론적으로 좋은 일이 된다. 엔진전문가와 튜닝전문가, 엔진역학 전문가 그리고 ECU 프로그래머가 협력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국내 메이커가 휘발유 터보엔진을 생산, 애프터마켓에서 본격적인 엔진의 개성화 시대, 즉 퍼포먼스 튜닝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흡기방식의 엔진에서 프로그램을 변형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범위가 최대 5%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터보나 수퍼차저가 장착되면 프로그램만 바꿔 최대 50%까지 변화를 줄 수가 있다. 실제 독일의 한 튜닝 전문가가 국내 제네시스 2.0 터보 쿠페 엔진의 ECU의 프로그램 일부만 바꿔 엔진성능을 246마력으로 15% 높였다. 이는 유럽 배기가스와 소음 기준치도 만족하는 수준인 데다 엔진 내구성도 전혀 침해하지 않는다.


 가격은 ECU 하드웨어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200유로,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다. ECU 프로그램만 변형해 214마력 제네시스나 쏘나타 터보엔진을 최대 300마력까지 높일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을 통해 성능을 25% 이상 높이려면 다양한 엔진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배기가스, 소음, 안전 그리고 내구성까지 인증(Certificate)을 받아야 하는데, 어디까지나 독일의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부품업체 외에 애프터마켓의 튜닝 전문회사와도 교감할 필요가 있다. 굳이 BMW M이나 알피나, 벤츠의 AMG, 브라부스, 칼슨 같은 회사와 비교하지 않아도 소위 인디비주얼 자동차 제작을 위해선 반드시 튜닝업체와 교감해야 한다. 국내 제조사가 휘발유 터보엔진을 생산하면서 이렇게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겠지만 말이다.

 베를린 이경섭 kyungsup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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