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부산모터쇼에서 신형 M클래스를 발표하고 언론 시승회를 준비했다. 벤츠가 내세우는 M클래스의 장점은 벤츠다운 안정된 주행성능과 정숙성, 여기에 향상된 연료효율성이다. 신형 M클래스 중 주력 라인업인 ML350 블루텍 4매틱에 올라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했다. 코스는 부산 일대로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고 갔다.
외관은 선이 굵은 M클래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세련됨이 접목됐다. 우선 전면부의 경우 변화된 헤드램프가 눈에 띈다. 최근 헤드램프 크기는 조금씩 작아지는 게 유행인데, 신형 M클래스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했다.
이와 관련 신형 M클래스 디자인 총괄 이일환 디자이너는 "작은 헤드램프는 안정감을 주고 고성능 느낌을 갖게 해 디자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라며 "과거 벤츠의 헤드램프에는 기능이 많이 들어가 작게 하고 싶어도 불가능 했지만 LED 등장으로 디자인 혁명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기술의 발전이 디자인 흐름도 바꿔 놓는 셈이다.
측면은 4개의 캐릭터 라인이 특유의 존재감을 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숄더 라인으로 보닛에서 리어까지 이어지는 가장 굵은 선이다. 실제 길어진 것은 아니지만 얼핏 보면 기존보다 차체가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 리어 휀더에서 리어 램프 하단으로 이어지는 라인 또한 신형이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SUV의 안정감 있는 형태를 지향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후면은 숄더 라인과 이어져 트렁크 중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향하는 라인이 인상적이다. 뒤에서 봤을 때 차를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실내는 벤츠 SUV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조금 화려해 보이는 외관에 비해 차분하게 이전 분위기를 잇고 있다. 다만 고급스러움을 살린 것은 신형의 특징. 곳곳에 무광 메탈 소재를 접목해 모던하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을 줬다.
센터페시어 중간에 위치했던 멀티미디어 모니터는 크기를 확대해 상단으로 이동했다. 이를 통해 내부의 각종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비게이션이다. 분명 벤츠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이지만 성능이 국내 OEM보다 월등하지 않다. 때문에 현재는 S클래스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OEM 버전은 벤츠에 최적화 된 해상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비교적 고가임에도 내비게이션 그래픽이 떨어져 보인다. 벤츠의 딜레마다.
시트 착좌감은 부드럽고 안락하다. 미국 프리미엄 SUV 시장을 이끈 만큼 독일 감성보다는 미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미국 스타일의 승차감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만족할 만하다.
엔진은 이전과 같은 배기량 2,987cc V6 디젤이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가 포함된 7 G-트로닉이 조합됐다. 최고 258마력을 내고, 최대 63.2㎏・m의 토크를 발생한다. 연료 효율은 복합 10.1㎞/ℓ다.
블루텍 기술의 특징은 새로운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촉매 환원법)가 장착됐다는 점이다. "애드 블루"라는 요소수를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요소수를 이용해 배출가스 중 유해물질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 연료 주입구 내에 주유구와 함께 요소수를 보충할 수 있는 파란색 주입구를 마련했다. 한번 충전하면 2만km 주행이 가능하지만 통상 엔진오일 시점에 함께 교체해 주는 게 좋다. 국내 요소수 제품도 요즘은 많이 나오는 중이다.
시동을 걸어 출발 준비를 마쳤다. 오늘날 디젤차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연료 효율도 한몫했지만 가솔린에 버금가는 진동소음을 확보한 점도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M클래스의 진동소음 또한 상당히 억제돼 있다. 적어도 소음 스트레스는 신형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차를 출발시켰다. 이전 M클래스도 운전 중 조작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신형에 들어서 조작 편의성이 더욱 강조됐다는 느낌이다. 가속 페달의 경쾌함은 말할 것도 없고 육중한 몸집이 꽤 민첩하게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 역시 꽤나 재빠르다. 기본 타깃 소비층은 40대 이상의 남성인데, 다른 연령대의 운전자나 여성이 운전하기에도 손쉽다.
이런 주행 감각은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폭이 좁은 도심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태생적으로 험로 주행 돌파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SUV라도 도심형의 주행 감각이 최우선시 됐다. 운전자들이 오프로드보다 온로드 주행 시간이 더욱 길다는 점이 적극 반영된 최근 SUV 경향에 따른 것이다. 쉽게 도심형 SUV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상시 4륜구동 시스템 4매틱이 준비돼 있고, 여러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요소들도 꼼꼼히 갖췄다. 이 중 다운힐 스피드 레귤레이션(DSR)은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제동력 등을 조절해 주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기능이다. 작동 스위치는 기어 노브 아래쪽에 위치했다.
ML350에는 장착되지 않았지만 ML63 AMG에 적용된 에어매틱(AIRMATIC) 기술도 눈여겨 볼만하다. 노면 상태, 주행 스타일, 적재량 등에 맞춰 정확하게 서스펜션과 댐핑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기존 스틸 서스펜션과 비교해 노면 소음과 타이어 진동을 감소시켰고,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뛰어난 조종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 차체 높이 조절 기능으로 적재량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차고를 유지한다.
가속은 풍부하게 이뤄진다. 무겁지만 부담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V6 3.0ℓ 엔진의 힘이 그만큼 풍부한 셈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고, 이후의 속도를 내는 것도 무리가 없다. 기본적으로 동력 성능에서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직진 안정성 또한 매우 훌륭하다. 좌우 흔들림도 최대한 억제됐다. 곡선 주로에서도 차고가 높은 SUV임에도 4매틱이 장착돼 도로를 움켜쥐고 돌아 나가는 성능이 일품이다.
벤츠는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른 제조사가 새로운 기술을 앞 다퉈 내놓을 때 같이 경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숙성되지 않아 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미 기술은 개발했으나 최대의 내구성과 상품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결코 상용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형 M클래스에서도 이런 벤츠만의 고집이 돋보였다. 독특한 기능은 솔직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모든 시스템과 성능, 기타 각종 편의품목의 조합 밀도는 상당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는 동안 느꼈던 편안함과 달리기 성능에는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달리기 성능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7,990만원의 ML250 블루텍 4매틱도 고려해볼 만하다. 성능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ML63 AMG(1억5,090만원)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가장 M클래스다운 제품은 역시 ML350 블루텍 4매틱이다. 가격은 9,240만원이다.
부산=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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