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급발진, 'EDR' 조사 무용지물?

입력 2012년06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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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자동차의 가속과 제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이벤트 기록 저장장치(EDR)"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완성차에 "EDR"이 적용된 차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적용된 시점도 불과 1-2년 전이어서 일부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EDR"을 정부가 어떻게 조사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급발진 사고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EDR"을 살펴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EDR(Event data recorder)은 말 그대로 이벤트가 있을 때 기록을 저장하는 장치다. 여기서 이벤트란 에어백이 터졌을 때를 말한다. 다시 말해 에어백이 전개됐을 때 가속과 감속 여부만을 판단할 수 있을 뿐 급발진 원인을 찾기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DR이 국내에 처음 적용된 시점은 2008년 이후다. 미국 내에서도 급발진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 정부가 EDR 적용을 권고해 왔고, 오는 9월부터 모든 차종에 EDR 적용을 의무화 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2008년부터 EDR을 적용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분석용일 뿐 급발진 원인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도 북미가 의무화를 도입한 만큼 지난 2010년 일부 차종부터 적용을 해왔다. 반면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EDR 자체가 없다. 북미 수출이 없어 굳이 적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국토해양부가 자동차회사에 EDR 데이터를 요구하겠다고 나선 차종은 현대차 YF쏘나타와 그랜저, 기아차 스포티지R, 렉서스 LS, 토요타 프리우스, BMW 528i 등이다. 이 가운데 그랜저는 연식이 오래돼 "EDR"이 없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외 BMW 528i는 이미 국과수에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해양부가 "EDR" 분석을 들고 나온 배경은 바로 법제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정부가 "EDR" 의무 적용을 위해 국내 자동차업계와 여러 차례 협의를 했지만 자동차회사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것. 이런 가운데 급발진이 또 다시 논란이 되자 "EDR"을 조사하겠다고 나서 의무화를 위한 사전 여론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결국 실질적인 급발진 원인은 찾지 못한 채 "EDR" 의무 적용만 남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EDR 조사를 운운하자 자동차회사 내 보안 이슈가 강화되고 있다"며 "EDR 데이터를 분석해도 별 다른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는 2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모든 조사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단언했다. EDR을 비롯한 각종 전자장치를 분석, 원인 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원인을 찾아내기보다 이번 조사는 어떻게든 해결을 위한 노력에 의미가 있다"며 "결과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이번 조사가 자칫 자동차회사에 유리한 입장만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원인을 찾지 못할 경우 현재 급발진 사고로 재판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한 마디로 "급발진 현상 없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과학적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는 현상이지만 어쨌든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한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시간과 의지"라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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