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준족의 스프린터, 토요타 86

입력 2012년06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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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86은 "하치로쿠"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했던 토요타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우리에겐 만화 "이니셜D"로 유명한 바로 그 차다. 그러나 AE86 이후 토요타는 후속 스포츠카를 개발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생태계는 변화에 직면했고, 토요타도 그 시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언한 "달리는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즐거운 차 만들기로 회귀했다. 스바루와 공동 개발한 "86"은 그 시작이다. 외관도, 엔진도, 모든 게 변했지만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AE86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86의 출시를 겸해 토요타가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시승회를 열었다. 


 ▲디자인
 86은 유려한 곡선의 외관이 눈에 띈다. 공기역학을 위한 디자인이다. 이 처럼 새로 적용한 "에어로 핸들링"이라는 개념은 토요타가 F1 기술에서 착안한 것으로, 공기흐름이 차를 상하좌우에서 감싸 저항계수를 높이지 않고 탁월한 조종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헤드 램프는 중앙으로 깊게 패여 역동적인 인상을 풍긴다. 범퍼에 크게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고성능 스포츠카의 얼굴을 대변한다. "T-매시 패턴"이라는 일본 전통 창틀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범퍼 양 옆에는 안개등을 두고, 헤드 램프 가운데는 토요타 로고를 넣었다. 


 측면은 앞이 길고 뒤가 짧은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모양이다. 최대한 도로에 달라붙어 달릴 수 있도록 저중심으로 설계했다. 리어 램프의 가장자리에는 볼텍스 제너레이터라는 작은 돌기가 돋아 있는데, 역시 F1 기술에서 빌려 왔다. 차를 감싼 기류에 회오리를 발생시켜 조종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실내는 최대한 치장을 절제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지름 365㎜의 스티어링 휠이다. 토요타차 중 가장 작은 크기로, 민첩한 조작에 유리하다. 계기판은 세 부분으로 구분했다. 중앙에 하얀색 바탕의 속도계가, 왼쪽엔 엔진회전계, 오른쪽에는 냉각수 온도계와 잔유계가 위치했다. 글자나 눈금 등의 구분이 매우 명확해 시인성이 뛰어나다.


 시트는 스포츠 타입이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반복적인 주행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밀착감을 확보했다는 게 토요타의 설명이다. 실제 몸을 잘 지지하며 차의 작은 움직임을 허리와 등, 엉덩이에 확실히 전달한다. 그러나 덩치가 큰 사람은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성능
 86의 엔진은 스바루와 공동 개발했다. 토요타의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인 D-4S와 스바루의 수평대향 기술을 접목한 것. 배기량 1,998cc의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0.9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6단 자동과 수동이 있다. 자동의 경우 연료효율은 ℓ당 11.6km다. 시승차는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켰다. 엔진이 "그르릉"거리며 큰 소리로 운다. 이 소리는 바깥보다 차 안에서 더욱 역동적으로 들린다. "사운드 크리에이터"라는 기술 덕분이다. 가속 페달 조작으로 발생하는 엔진 흡기음을 엔진룸에서 실내로 보내는 것. 완만한 가속에선 부드러운 소리를, 급가속에서는 조금 더 풍부한 소리를 낸다.

 선두차를 따라 처음 두 바퀴는 코스를 익히는 정도로 운전했다. 몇 번 달려본 영암 서킷이지만 차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운전감각을 익혀야 했다. 


 최대한 차의 세세한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높은 속도를 내지는 않았지만 조향에 따라 즉각 반응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바를 가장 정확히 표현한다는 느낌이다. 직선을 달릴 때나 곡선을 돌아나갈 때 모두 요조숙녀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속도를 높여 서킷을 마음껏 달렸다. 폭발적인 엔진음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자동변속기임에도 엔진 회전이 최대한 확보된 뒤 시프트 업이 이뤄진다. 마치 수동변속기같았다.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개발목표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영암 F1 서킷에는 급커브 구간이 두 군데 있는데, 이 때는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제아무리 성능좋은 차라도 물리법칙은 무시할 수 없어서다. 86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커브 구간을 빠져나가는 순간이다. 속도를 줄여서 돌려면 즉각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것. 86은 지체없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제동 역시 급조작까지 어떤 움직임에도 120%의 성능을 자랑했다. 이를 두고 토요타는 제동력을 미묘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부스터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응답성을 튜닝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86의 개발을 담당한 치프 엔지니어 타다 테츠야는 "86은 오로지 빨리 달리기 위해 만든 차가 아니다"며 "운전자 스스로 차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 경쾌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빨리 달리는 차는 누구나 내놓을 수 있지만 빨리 달리면서 재미있는 차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차의 경쟁상대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 만큼 차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이는 제조사의 정통성에 대한 고집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AE86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특유의 개방성이 있었다. 운전자 취향에 맞게끔 AE86에 자유로운 튜닝을 가했던 것. 새로운 86 또한 이런 정신을 받아들였다. 서비스와 튜닝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신개념 통합 서비스센터 "에어리어86"의 도입도 그 일환이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튜닝을 할 수 없다. 규제 때문이다. 그래서 내 차를 만들어간다는 재미는 반감될 지 모르겠다. 이 점에 대해 타다 엔지니어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86은 상당히 매력적인 차다. 별다른 튜닝을 하지 않아도 순정 그대로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스프린터가 바로 86이다.
 
 판매가격은 수동변속기 3,890만 원, 자동변속기 4,690만 원이다.

영암=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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