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통계의 함정, 제대로 봐야

입력 2012년06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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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가 최근 자동차 품질 스트레스에 대한 재미있는 통계자료를 내놨다. 자동차 품질 스트레스란 새 차를 구입한 뒤 평균 1년간 사용한 소비자들이 느낀 "분노", "불안", "불편", "손실감" 등을 측정한 것으로, 이번에는 "분노지수"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분노"는 100대 당 평균 33.6건이었다. 3대 중 1대는 운행하면서 운전자가 "열을 받았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문제점에 대해 제조사에 항의한 일이 있다"는 대답이 12.5건, "이 차를 산다는 다른 사람을 말리겠다"는 9.2건, "영업사원 및 서비스 기사와 언성을 높여 다툰 적이 있다"는 6.4건, "평생 이 회사차는 다시 사지 않겠다"가 5.6건으로 집계됐다.  
 
 비교군으로 설정한 수입차의 경우 "분노"는 26.5건이었다. 항목별로는 "제조회사 항의"가 12.3건, "누가 산다면 말리겠다"가 4.9건, "영업사원 등과 언쟁을 벌였다"는 5.6건, "다시는 사지 않을 것이다"는 3.7건으로, 모든 부분에서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못한 결과를 냈다.

 그러면서 조사회사는 "100대 당 분노 건수 33.6건은 너무 많다"며 "기본적으로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국내 업체를 비판했다. 또 "이런 문제점은 제조사의 납득할 수 없는 한 마디가 불러온 것"이라며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는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통계 자료만 놓고 보면 분명 근거가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국산차를 비판하면서 수입차를 대비한 일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입차가 상대적으로 국산차보다 품질 스트레스가 적다고 표기, 국산차에 문제가 많다고 느껴지게 해서다. 물론 이 회사는 해당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수입차와 국산차 간 차이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설명했지만 참고로 보내온 통계표에는 설명없이 병기됐다. 

 각 조사군 간 표본숫자의 차이를 보면 왜 실책인지 알 수 있다. 조사회사에 문의해보니 국산차와 수입차 표본숫자는 무려 17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국산차의 경우 9,679명, 수입차는 불과 567명에게 품질 스트레스를 물었다. 애초에 같은 기준이 아니어서 동등한 지위에서의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숫자가 많은 쪽의 불만건수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교통사고 통계에서 나타나는 치사율의 지역별 차이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인구와 자동차 숫자, 교통량이 많아 평균속도가 낮은 대도시는 치사율이 낮고, 교통량이 적어 통행차들의 속도가 높은 교외지역은 치사율이 높다. 어느 지역은 교통질서를 잘 지켜서 사망률이 낮고, 어느 지역은 안 지켜서 높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즉,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품질 수준이 높은지 아닌지 해당 통계로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조사회사가 통계를 보다 신뢰있게 보이려 했다면 수입차는 빼고 발표했어야 했다. 국산차만으로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어서다. 회사 주장대로 3대 중 1대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굳이 수입차를 비교군으로 넣어 국산차의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아니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조사숫자를 비슷하게 맞췄어야 했다.

 결국 이로 인해 국산차에 대한 지적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객관적 자료에 대한 주관적 해석은 통계회사가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품질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조사업체는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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