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대차에 뒤진 폭스바겐, 폭스바겐에 뒤진 현대차

입력 2012년06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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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의 자동차 품질만족도 조사 기관 JD파워가 "2012년 신차품질지수(IQS)"를 발표했다. 결과가 공개되자 자동차회사마다 앞 다퉈 신차품질 상위권에 들었다는 내용을 쏟아냈다. 미국 소비자가 자신들의 제품에 호평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한국에 전파하는데 치중했다. 반면 품질 스트레스가 2011년 대비 줄었음에도 순위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국내 언론의 먹잇감이 된 곳도 있다. 마치 품질이 크게 떨어진 것처럼 보도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차가 꼽힌다. 올해 북미 현대차의 품질 스트레스 지수는 107점이다. 1위인 렉서스의 73점에 비해 아직 품질 불만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차의 품질 스트레스 지수는 108점이었다. 다시 말해 지난해 대비 품질 불만 건수가 분명 줄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18위로 7단계 밀렸다. 이를 두고 품질이 뒷걸음쳤다는 호된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외에 폭스바겐도 비슷하다. 지난해 JD파워 미국 조사에서 품질 스트레스 지수는 131점으로 브랜드 종합 29위에 머물렀다.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스트레스 지수가 124점으로 줄었지만 순위는 뒤로 더 밀려 31위에 그쳤다. 32위 미니(MINI)와 33위 피아트, 그리고 최하위 스마트와 하위권을 다퉈야 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유독 현대차 이야기만 오르내렸다. 미국인의 시각으로 평가한 현대차는 마치 국내에서도 품질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해석됐다. 이 같은 분석이 맞는 것이라면 미국인의 시각에서 현대차보다 품질이 한참 뒤졌던 폭스바겐의 품질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폭스바겐보다 브랜드 순위에서 밀려난  미니(MINI)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폭스바겐과 미니가 현대차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품력을 인정받으며 요즘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이 폭스바겐이고, 파죽지세의 인기를 몰아 디젤까지 내놓은 브랜드가 미니다. 미국인이 현대차보다 품질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펑가한 브랜드지만 한국에선 승승장구다. 결국 JD파워의 조사 결과가 실질적으로 한국 소비자와는 별 다른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자동차 평가 기관의 결과는 지역 소비자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별 품질만족도 또한 브랜드별로 천차만별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한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눈높이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조사 결과만 가지고 국내에서 품질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게 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최근 국내에서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자동차 평가 결과가 적지 않다. 이른바 한국판 JD파워다. 하지만 평가는 어디까지나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고,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라면 특정 차종과 브랜드에 대한 품질 평가는 100%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평가 결과는 그저 참고사항이라는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품질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평가에 따라 자동차회사의 품질 향상 노력과 상품성 개선 노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인의 자동차 시각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만은 짚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반면 한국차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선 역시 관심이 아니다. 이제는 식상하다는 것을 자동차회사도 알아야 할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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