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핸들링 보강하고 더 고급스러워진 "강남 아줌마들의 국민차"

입력 2012년06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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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6세대 ES300h & ES350 시승기

 "한 번 타보신 후 얘기하시죠?!"
 
 신형 ES의 시승을 앞두고 구형 모델에 대한 불만을 몇 가지 지적하자 렉서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타본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보통 이런 반응은 새 차에 상당히 자신감이 있을 때 나온다. 기자는 속으로 "아무리 변해도 렉서스에다, 더구나 ES인데..."라며 큰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컨셉트, 거기에서 오는 태생적인 한계는 쉽게 깨뜨리기 힘들어서다. 물론 한계에는 장점도 포함된다.    


 렉서스의 6세대 ES가 선보였다. 렉서스는 지난 5월말, 세계 언론들을 렉서스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으로 불러들여 차를 타보게 했다. 시승장소는 미국에서 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로 살기 좋다는 와이너리의 도시 포틀랜드였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비가 자주 와서 참석자들은 차분한 모습들이었다. 들뜬 것보다는 차를 판단하기에 좋은 정서 상태다.
 
 ES는 렉서스 브랜드 내에서도 유니크한 존재다. 좋게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상도 사투리로 "돌놈"인 차다. 돌놈이란 돌연변이같은 존재를 말한다. 왜냐하면 렉서스 브랜드의 세단 서열은 IS, GS, LS로 이어지는 후륜구동에다 플래그십인 LS를 제외하고는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특징으로 하는 데 비해 ES는 전륜구동에다 편안한 승차감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ES는 그럼에도 국내에선 큰 배기량과 차체, 낮은 가격의 렉서스 브랜드라는 후광이 어루러지며 2000년대 수입차부문 베스트셀링카로 군림했다. 그 점이 바로 렉서스가 ES를 개발한 배경이다. 렉서스 분위기를 내면서 누구나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차, 그래서 ES는 렉서스의 철학을 담았다기보다는 철저히 시장에 순응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ES는 환율 때문에 가격을 올린 이후 국내에서 판매부진에 빠져들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형 ES는 ES350과, ES시리즈 최초의 하이브리드카 ES300h 등 두 모델로 태어났다. ES250을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발표했으나 중국시장에서만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따라서 시승차도 두 종류만 준비했다.
 

 렉서스는 신형 ES의 개발 컨셉트를 △엘레강스하며 스포티한 디자인 △넓고 편안한 실내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동급 최고의 연료효율성 △진보된 기능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ES의 DNA로 시장성과 정숙성 그리고 안락성을 꼽았다. 한 때 국내에서 "강남아줌마들의 국민차"로 불렸던 ES가 렉서스의 장담대로 정말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디자인
 신형 ES의 차체는 길이가 25㎜ 늘어나고 휠베이스가 45㎜ 커졌다. 따라서 오버행의 길이는 짧아지고 실내공간은 넓어졌다. 구체적으로 뒷좌석 헤드룸이 18㎜, 니어룸이 71㎜, 레그룸이 104㎜ 각각 늘어났다. 트렁크 용량은 가솔린이 430ℓ, 배터리가 뒷좌석과 트렁크룸 사이에 들어간 하이브리드가 343ℓ다. 


 새 차는 신형 GS를 닮은 내외관 디자인으로 분위기를 일신했다. 구형에 비해 측면이 낮아져 날렵한 이미지를 풍기며, 앞쪽에서 뒤로 이어지는 깔끔한 선처리 덕분에 마치 렉서스의 최고급차 LS를 보는 듯하다. 입을 쩍 벌린 듯한 독특한 스핀들 그릴을 채택해 렉서스의 새로운 앞모양도 계승했다. 얼핏 보면 GS와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핀들 디자인은 테일쪽에도 적용해 일관성을 살렸다.

 신형 ES는 에어로다이내믹에 많은 신경을 썼다. 리어뷰 미러 마운팅과 리어 턴시그널 렌즈에 돌기물을 설치해 차체가 받는 공기흐름을 유연하게 만든 건 물론 차체 바닥까지 신경써 공기저항계수를 0.27Cd까지 낮췄다. 매끈하고 날렵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젊어지고 스포티해졌다.  


 ES350과 ES300h를 겉모양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ES350은 듀얼 배기구를 장착한 반면 ES300h는 배기구를 범퍼커버 안으로 숨기고 후방 스포일러를 달아 차별화했다. 또 엠블럼이 가솔린은 검정색, 하이브리드는 푸른색이고 전용 휠의 디자인이나 사이즈가 다른 정도다.

 실내는 가죽시트와 우드 트림으로 꾸몄으며 메탈 트림으로 액센트를 줬다. 구형의 경우 지나치게 번들거리는 우드 트림으로 도배해 오히려 싸구려차로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으나 신형은 나름대로 절제의 미를 보여줬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대나무로 만든 것도 있어 눈길을 끈다.     


 대시보드는 운전자가 주행중 도로에 시선을 둘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와 조작영역을 나눴다. T자형 디자인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미를 풍긴다. 긴 선의 실루엣으로 층을 이루는 계기판은 메인 디스플레이를 운전자의 시선방향과 일치시켰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3.5인치 컬러 TFT 다중정보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기본 장착했다. 센터콘솔 아래에는 GS와 같은 LED 아날로그 시계를 달아 장식 효과를 낸다.

 도어나 플라스틱 소재는 다소 고급스러움이 떨어진다. 특히 도어의 경우 가볍고 닫을 때 철판 소리가 약간 난다. 이런 점에서 ES가 대중차와 고급차의 중간쯤에 서 있는 차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렉서스 관계자도 "밸류 포 머니"라며 원가절감 차원에서의 한계를 인정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8개의 스피커와 함께 자동 볼륨조절식 인대시 CD 플레이어, USB/아이팟 연결단자와 블루투스 기능이 있다. 선택품목인 HDD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음성인식 작동 기능과 백업 카메라를 연결한 8인치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역시 선택품목인 디스플레이 오디오 패키지는 7인치 스크린, 블루투스 오디오, 차정보 디스플레이 및 후방 백업 카메라를 기본장비에 추가했다. 또 다른 선택품목인 15개 스피커의 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은 835W의 출력을 자랑한다. 8인치 스크린과 함께 구성돼 DVD 오디오와 비디오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2세대 원격 터치 인터페이스(RTI)는 사용자가 온도조절 시스템 및 오디오와 전화는 물론 내비게이션 등의 기기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10방향 파워시트는 모든 ES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선택품목인 12방향 파워시트는 시트 쿠션을 앞쪽으로 1.4인치 늘릴 수 있다. 지붕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채택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옆창과 뒷창에 햇빛가리개를 설치했고, 윈드실드와 옆창은 "유리+필름+유리"의 3중으로 만들어 소음을 차단한다


 신형 ES는 다양한 안전기능들을 도입했다. ABS,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제동보조장치, 트랙션 컨트롤, 차체자세 제어장치,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전자제어식 브레이크를 포함하는 종합적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 타이어공기압 경고장치, 자동 하이빔 저감 기술을 결합한 차선이탈 경고장치 등이다. 또 총 10개의 에어백과 앞좌석 탑승자들의 목 부상을 방지하는 윌 시트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카 모두 17인치 알로이 휠에 215/55R 17 저구름저항 타이어를 기본품목으로 끼웠다. 여기에 ES350은 고광택 17인치 휠과 18인치 고광택 알로이 휠을 선택할 수 있다.


 ▲성능 
 신형 ES의 파워트레인은 구형 것을 업그레이드한 수준이다. 요즘은 새 차를 내놓으면서도 파워트레인은 구형 걸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신 마이너체인지를 할 때 새 것으로 바꾸면서 한 번의 신차 분위기를 더 낸다. 결국 한 세대에서 두 번의 신차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구형에서 가져온 ES350의 V6 3.5ℓ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과 최대토크 33.0㎏·m를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시퀀셜 변속 방식의 전자제어 변속기를 더했다. 이 차의 EPA 연비는 도시와 고속도로에서 각각 ℓ당 8.9㎞와 13.2㎞를 기록한다. 혼합주행 연비는 10.2㎞다. 최고속도는 시속 210㎞,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7.4초다. 차체가 무거워져셔일까. 구형보다 오히려 0.4초 느려졌다.


 캠리 하이브리드에서 가져온 4기통 2.5ℓ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얹은 ES300h의 최고출력은 156마력이다. 모터출력을 더하면 200마력까지 올라간다. 최대토크는 20.7㎏·m. EPA 공인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각각 ℓ당 16.8㎞와 17.0㎞이며, 혼합주행에서는 16.8㎞로 예상된다. 최고시속은 180㎞, 시속 100㎞까지의 가속시간은 8.5초다.

 새 차는 주행할 때 바람소리나 타이어소음이 의외로 컸다. 렉서스측은 노이즈 레벨 테스트에서 수치가 LS와 비슷하게 나온다며 시승도로를 소음의 요인으로 꼽았지만 기자는 렉서스 개발팀이 일부러 소리를 죽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숙성에선 세계 최고인 렉서스가 이 정도 소음을 잡는 건 어렵지 않다고 봐서다. 결국 변화를 위해 적당한 소리를 허용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새 차의 엔진소리는 듣기 좋게 튜닝했다. 달릴 때의 엔진소리만 들으면 매우 스포티한 차란 생각이 들 정도다. 신형 GS의 사운드와 비슷하다. 한편, 하이브리드카는 모터로 움직일 때 스피커로 인공음을 내보내 보행자들에게 주의를 준다. 출발할 때 "그르릉" 소리를 내지만 귀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가솔린차는 액셀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날아가듯 움직임이 가볍다. 시속 200㎞까지 높이는 건 금방이다. 그렇다고 몸이 뒤로 확 젖혀질 절도로 폭발적인 건 아니다. 렉서스차의 특징 중 하나는 수치 상 출력이 실제 출력으로 모두 나오지 않는 점이다. 동력이 바퀴에 전달되기까지 어느 부분에서 손실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연비를 감안한 특성이 아닐까 싶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차에 비해 움직임이 약간 둔하다.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시속 160㎞ 정도까지의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 가솔린차에 비해 50㎏ 정도 차체가 무거운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차체를 꾹 눌러줘 안정감을 준다. 

 코너링에선 차체가 뉴트럴하게 커브를 그리면서도 꽁무니가 약간 바깥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보인다. 코너링의 한계점이 낮아 과격한 운전을 하기엔 부담스럽다. 그러나 급차선변경에선 날렵하게 차체가 반응하고, 움직임도 정확해 신뢰감을 준다. 


 제동력은 뛰어나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가벼운 데다 다소 예민하게 반응해 차체를 예상보다 빨리 멈춘다. 그렇다고 뒤꽁무니가 많이 들리는 것도 아니다.   
 
 ES350과 ES300h 모두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있다. 노멀 모드는 일상적인 주행에 알맞고, 스포츠 모드는 파워트레인과 핸들링의 반응성을 높인다. ES300h의 경우 스포츠 모드에서는 계기판이 하이브리드 파워 모니터에서 일반 속도계로 전환하는 점이 재미있다. 또 EV 모드가 따로 있어 하이브리드 배터리팩의 전력만을 사용한 저속 단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새 차는 서스펜션을 바꾸고, 차체 강성을 보강했으며, 빠른 응답성의 조향기어비를 통해 핸들링의 정확성을 높였다고 한다. 그 만큼 핸들링 강화에 주력했고, 시승 전 이를 유난히 강조했다. 실제 타보면 많이 달라졌고, 운전대도 묵직해졌으나 전혀 다른 ES로 태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굳이 표현하자면 부드러운 승차감이 주가 된 가운데 핸들링을 개선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총평
 렉서스는 2005년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렉서스를 일본에서도 팔기 시작했지만 별로 재미를 못본 데다 유럽시장에 진출해서도 판매가 부진하자 레이서 출신의 신임 사장이 재미있는 차 만들기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결과가 신형 GS에 이은 ES로 볼 수 있다.


 구형 ES가 승차감 위주의 재미없는 차였다면 신형 ES는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운전대를 돌리면 바로 방향을 틀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 바로 튀어나가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바로 서는 차로 만들었다는 게 렉서스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이 달라진 ES를 꼭 한 번 시승해 보기를 청했다. 타봐야 느낀다는 것이다.  
   
 기자가 신형 ES를 타본 소감은 운전하기엔 여전히 약간 심심하지만 그래도 안팎이 더 고급스러워지고,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더해져 "재미없는 차"라는 악평은 듣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힘이 넘치는 가솔린차는 남자, 묵직한 안정감을 가진 하이브리드카는 여자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고급차를 타면서 연비까지 생각하는 사람에겐 ES300h가 대안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신형 ES는 국내에선 빠르면 9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가솔린차가 6,000만원 내외, 하이브리드카는 5,000만원대 후반 정도로 예상된다.
 
뉴버그(미국)=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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