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청<中장쑤성>=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한달에 100만대가 팔리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외국 브랜드의 대결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60여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중국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외인들의 리그"가 한층 열기를 더하는 양상이다.
29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5월 승용차 판매대수는 510만6천대였으며 5월에만 103만7천대가 팔렸다. 월 평균 100만대 안팎이 판매되는 셈이다.
1~5월 시장 점유율은 폴크스바겐 합자사 상하이다종(上海大衆)이 10.4%, GM 합자사 상하이통용(上海通用)이 10.1%, 폴크스바겐의 다른 합자사 이치다종(一汽大衆)이 9.8%, 닛산의 합자사 둥펑르찬(東風日産)이 7.2%, 현대 합자사 베이징셴다이(北京現代)가 6.2% 등으로 1~5위를 마크했다. 이어 도요타 합자사 이치펑톈(一汽豊田)이 4.7%, 기아 합자사 둥펑웨다치야(東風悅達起亞)가 3.6%, 포드 합자사 창안푸터(場安福特)와 시트로앵 합자사 동펑쉐톄롱(東豊雪鐵龍)이 각각 3.5%로 뒤를 이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인 비야디(比亞迪)는 3.4%, 창청(長城)과 치루이(奇瑞)는 각3.1%, 지리(吉利)는 3.0% 등에 머물렀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는 중국 시장의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베이징셴다이와 둥펑웨다치야가 지난해 각각 72만대와 42만대로 처음으로 중국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각각 6위와 10위에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평가받는 폴크스바겐, GM, 도요타 등을 바짝 뒤쫓고 있다.
외국 브랜드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 토종사들은 최근 2~3년 매서운 기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독자 브랜드 승용차 판매대수는 51만6천400대로 4월에 비해서는 0.7%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40.3%로 4월에 비해 0.5%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3%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점유율 하락은 3개월째 계속됐다. 1~5월 누적 독자 브랜드 승용차 판매대수는 265만2천4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1%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41.9%로 3.3% 포인트 줄었다.
외국 브랜드의 승용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 한국계 등이 모두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증가했다. 독일계가 20% 가량, 일본계는 10% 이상 각각 늘었고 한국계 등도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토종의 기술 수준이 외국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의 이 같은 고전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상위 외국 브랜드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합자사인 상하이다종은 현재 생산능력 150만대에서 2015년 197만대로, 또다른 폴크스바겐 합자사 이치다종은 같은 기간 111만대에서 141만대로 각각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GM 합자사 상하이통용도 100만대에서 160만대로 생산 거점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베이징셴다이는 다음달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연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둥펑웨다치야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 건설에 들어가 현재의 44만대에서 74만대 체제로 전환을 추진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사활을 건 승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 브랜드의 이런 몸집 불리기로 인해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자동차 구매세 할인정책 폐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의 자동차 구입 제한 등에 나서며 판매량 증가도 예년만 못하고 재고도 쌓이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 채무위기 등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 고급화 이미지 제고와 중국화 등으로 경기 둔화의 파고를 넘는다는 전략이다. 소남영 둥펑웨다치야 사장은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7~8%의 최소 성장을 끌어갈 경우 생산과 판매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1천193만대보다 9% 증가한 1천300만대, 2014년에는 1천661만대, 2015년에는 1천822만대 등으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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