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인형극박물관
장마가 시작됐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가 나들이를 망설이게 하지만 이런 날 오히려 더 어울리는 곳이 있다. 무한한 상상과 꿈의 세계,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는 길엔 빗줄기가 오히려 근사한 음악이 된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건물 색상은 우중충한 날씨와 달리 마음을 환히 밝혀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이국적인 마리오네트가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춘천시 영서로(사농동)에 자리한 인형극박물관과 인형극장은 춘천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다. 아는 이들에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춘천은 국제적인 인형극의 도시로 유명하다. 1989년 작고 소박하게 시작했던 인형극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국내외 인형극단과 인형극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래서 해마다 인형극제가 열리는 한여름이면 먼 곳에서도 마다 않고 달려오는 많은 사람들로 춘천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인형극의 도시" 춘천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인형극장과 인형극박물관이다. 고슴도치섬이라 불리는 위도가 있는 의암호 상류를 수상무대로 삼은 이 곳은 알록달록한 건물 외관부터 남다른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한다.
2001년 문을 연 춘천인형극장은 국내 유일의 인형극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극장으로, 지하 1층과 지상 3층의 규모에 497석의 좌석을 갖췄다.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생생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또 축제를 통해 세계의 인형극단들이 교류하고 함께하는 문화의 장이다.
인형극장 안에 위치한 박물관은 지난 2004년 문을 열었다.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실 이 곳은 어린이들의 신명나는 놀이터나 다름없다. 총 120평의 공간에 국내외 200여 점의 인형과 각종 인형극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환상의 세계다. 화면 속에서나 만날 수 있던 각종 인형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더러는 직접 조작도 할 수 있다.
박물관 안에는 "막대인형극실" "손인형극실" "줄인형극실" "그림자 인형극실" 등 주제별 인형 전시실이 있다. 인형의 재료를 소개하고 인형 제작과정을 재연한 "인형극 재료실", 인형 작동을 체험하는 "체험관", 세계 인형극과 국내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을 볼 수 있는 "세계관&한국관", 그림자인형극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자터널" 등으로 구성됐다.
역사관에서는 인형극의 시작, 인형극의 종류와 발달, 여러 나라의 인형극, 현대의 인형극, 인형극의 국제교류 등 인형극의 역사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전통 인형극실에는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인형극이면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을 전시해 놓고 있다.
"당신의 운명을 점쳐 줄까?"
어디선가 문득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대도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필 필요는 없다. 그 동안 잠자고 있던 당신의 동심이 깨어나는 소리다. 반짝거리는 의상과 뾰족한 구두를 신은 점성술사 마리오네트가 줄에 매달린 팔다리를 움직이며 당신에게로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맛집
북한강 상류로 올라가면 춘천댐 주변에 형성된 매운탕골이 나온다. 춘천호에서 잡아올린 자연산 메기와 쏘가리 등에 야채를 넣어 끓인 매운탕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양식한 향어와 송어회도 유명하다.
*찾아가는 요령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강일IC - 춘천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이용 - 춘천IC - 화천 방향 이정표를 따라가다가 소양 2교를 건너 계속 화천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춘천인형극장이 보인다. 46번 경춘국도를 이용할 경우 강촌 - 등선폭포 통과 후 우측의 춘천댐·화천 방향으로 진입한다. 3거리에서 춘천쪽으로 우회전해서 신매대교를 건너면 춘천인형극장이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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