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등대가 지키는 어여쁜 그 바다

입력 2012년08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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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양양군 물치항 

 동해안이 이제는 좀 조용해졌을까. 피서행렬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8월초순의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밀려든 차들과 피서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속초시 조양동 대포항 부근의 7번 국도는 말 그대로 뜨거운 주차장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들이 움직임도 없이 선 채 내뿜어대는 배기가스와 열기까지 더해져 일대는 마치 용광로처럼 이글거렸다. 만약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 있었던 이들에게 "대포항"에 대한 감상을 묻는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고개를 내두를 것이다. 

 "동해안" 하면 "대포항"으로 이야기될 만큼 자자한 명성을 자랑하는 대포항이 언제부턴가 그 명성만큼 외지인에게 너그럽지 않은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방문객을 들뜨게 하는 시끌벅적함은 있으나 맘을 내려 놓게 하는 여유와 인정과는 거리가 있는 붐빔이다.


 "외지사람들이 왜 대포항으로만 몰려가는지 이해가 안가는구만요. 거기 말고 존 곳이 얼마나 많은데.... 요오기~ 근처 물치항만 해도 그렇드래요."



 강원도 사람들이 알려주는 팁은 대포항보다 오히려 물치항이다. 물치항은 양양군의 북쪽 끝에 위치한 항구지만 속초시와 경계지역에 있어 더러는 속초에 있는 항구로 생각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요즘에는 "물치리"가 낯선 지명이지만, 이전만 해도 강원도 여행길에서 물치 3거리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던 지점이다. 동해안에서 설악산으로 진입하는 길목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이브 가이드 맵에선 빠지지 않는 지명이었다. 

 행정구역 상으로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물치리에 속하는 이 곳에는 "댁말" (택촌이라 해서), "떡정거리"(옛날 떡을 많이 해서 팔았다고 해서), "우정거리" (우시장 서는 곳이라 해서), "진고개" (진고개라는 고개가 있어서) 등으로 불리는 여러 작은 마을이 모여 한 개 리를 이뤘다. 

 물치는 옛날부터 강릉 위의 이북에서 원산 이하로는 동대문 밖 제일이라 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선 마을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7년 철로가 생기면서부터 장이 크게 섰으나 속초가 생기고 번영하면서 물치리의 시장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곧 완전히 소멸됐다. 우시장의 경우는 1950년대 초반에 없어졌다. 



 속초의 발전에 뒷전으로 밀려난 물치항이 지금은 오히려 그 덕을 보고 있다. 속초항이나 대포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바다풍경과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만남이 이 곳에는 있다. 송이버섯 모양의 붉고 흰 2개의 등대가 마주보고 선 바다풍경은 더없이 어여쁘다. 고기잡이배가 묶여 있는 평화로운 항구 풍경은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물치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물치항회센터를 찾으면 싱싱한 활어회를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이 곳 활어회가 유난히 싱싱하고 싼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곳 횟집들은 모두가 자체적으로 배를 갖고 있는 어촌계 가족들로, 중간상을 거치지 않아서다. 대포항보다 모든 규모는 작지만 그 만큼 여유있는 게 이 곳의 매력이다. 2층 자리에 앉으면 그림엽서같은 바다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라면 이 곳에서 운영하는 낚싯배를 탈 수 있다. 일렁이는 물결을 헤치고 푸른 바다로 나아가는 경험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대자연과의 만남이다.

*찾아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강릉JC에서 빠져나가 동해고속도로(속초 방면)를 타고 종착지인 현남 IC에서 빠진다. 해안도로인 국도 7번을 타고 양양 방면에서 속초시로 이동하다 물치교를 건너면 바로 물치항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속초시내나 미시령 방면에서는 속초시 조양동~대포항~설악산입구~쌍천(속초·양양 경계)을 건너면 신호등에서 좌측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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