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미국형으로 변신한 독일 세단, 폭스바겐 뉴 파사트

입력 2012년08월20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폭스바겐코리아가 중형 세단 파사트를 내놨다. 파사트는 1973년 처음 등장한 뒤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 팔린 폭스바겐의 대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6세대 파사트가 소개돼 인기를 끌었으며, "판타스틱4"(골프, 파사트, CC, 티구안)의 한 축으로 폭스바겐코리아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신형 파사트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산이라는 점이다. 중형 세단을 사는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가 "큰 차"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같은 소비성향을 가진 중국과 미국에 맞춘 차를 들여온 것. 미국 등지에선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그리고 현대차 쏘나타 등과 직접 경쟁한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파사트에는 "독일 기술력"이 접목돼 있음을 강조한다. 신형 파사트를 시승했다.


 ▲스타일
 외관은 고지식해 보인다. 폭스바겐 패밀리룩을 적용해 다부지면서도 빈틈없는 성격을 대변한다. 페이톤에서 시작해 투아렉, CC, 티구안 등으로 이미 익숙해진 얼굴이다. 중형 세단이라면 오랜 기간 타도 겉모양에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는 완벽히 부합한다. 그래서일까. 북미에서 경쟁하는 캠리, 어코드, 알티마 등도 비슷하게 보수적인 디자인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쟁차들은 디자인에 "유려함"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쏘나타에 화려함을 적용,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반면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보수적인 디자인이 쉽게 질리지 않는 얼굴이고, 여기에는 독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새 차는 전체 길이와 휠베이스 확장으로 측면에서 바라볼 때 안정감이 높다. 다만 리어 오버행은 긴 편이다. 트렁크룸을 키우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다. 후면 디자인도 부담스럽지 않다. 전반적으로 안정감에 무게 중심을 둔 덕분이다. 과하지 않다. 


 헤드 램프와 주간주행등, 리어 램프에 LED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LED는 기능적인 면보다 멋스러운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어서다. 수입차부터 시작된 유행이지만 현재는 국산차도 대부분 LED를 사용하는 추세다. 수입차시장의 리더업체로서, 또 현대차가 두려워하는 회사의 선택으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겉모양처럼 실내도 최대한 단정히 정리했다. 유럽의 실용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소재도 흠잡을 점은 보이지 않는다. 선루프 이음매 마감도 빈틈이 없다. 수평 구조의 센터페시아 라인 등은 이제 익숙한 형태다. 콕핏 구조, 바람의 흐름에 따른 구조 등의 거추장스러운 수식어보다 이 형태가 가장 눈에 편안하다. 피로감도 적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대시보드의 우드 트림이 그렇다. 아무리 봐도 독일 스타일은 아니다. 과거 미국차에서 느낄 법한 감성이다.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표면 무늬를 조금 다르게 했다면 느낌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각종 편의장치를 빼 기어 노브 주변의 풍경도 허전하다. 이를 채우기 위한 플라스틱 커버는 고급스럽지 않다.


 실내공간은 폭스바겐이 가장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구형에 비해 94㎜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이다. 실제 뒷좌석에 앉아 보면 넉넉하다. 레그룸도 75㎜ 커져 933㎜를 확보했다. 트렁크 역시 529ℓ의 적재량을 자랑한다.

 ▲주행성능
 신형 파사트는 디젤엔진인 2.0ℓ TDI와 2.5ℓ 5기통 가솔린 MPI가 있다. 먼저 선보인 차종은 2.0ℓ TDI다. 가솔린차는 10월 들어온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폭스바겐의 TDI 엔진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m에 6단 DSG를 조합했다. DSG는 폭스바겐의 듀얼 클러치로 시장에서 큰 신뢰를 받는 변속기다. 


 초반 가속은 같은 엔진을 얹은 제타보다 묵직한 반응을 보인다. 무게를 보니 파사트가 제타보다 50㎏ 정도 무겁다. 나쁘게 말하면 굼뜨고, 좋게 말하면 점잖음이다. 그래도 속도 상승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다. 전반적으로 TDI 엔진이 훌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승차감은 예전의 폭스바겐차와 비교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미국시장을 겨냥해서이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독일 기준"에서 그렇다. 소비자 시승 당시 아직도 서스펜션이 단단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워낙 상대적인 부분이어서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파사트의 주요 소비층을 감안하면 좋아할만한 하체 감성이다.

 핸들링은 날카롭지는 않지만 정확하다. 이런 점들을 말하며 독일 기술력을 적극 내세워도 될 것 같다. 코너링 역시 앞뒤 길이를 고려할 때 비교적 자유자재다. 물론 과격한 주행을 하지 않았을 때 그렇다. 제동력 역시 명불허전이다. 독일차들은 보통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의 기본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다. 신형 파사트 역시 확실하다.  

 엔진소리는 크지 않지만 풍절음은 시속 100㎞ 이상에서 조금씩 실내로 유입된다. 도로 소음도 약간 들린다. 일본차의 조용함과는 거리가 있다.


 ▲총평
 중형 세단은 소비층이 넓다. 따라서 대중의 찬사를 받기 위해선 상품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다.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형 파사트는 자동차의 본질적 측면에서 호평받을만 하지만 상품성은 보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새 차의 성공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넓어진 실내공간, 커진 몸집이 소비자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구형에 비해 확 내려간 차값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미국 생산이라도 일본차나 한국차가 주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것도 장점이다. 그래도 여러 편의장치를 추가한 고급형의 출시는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경쟁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신형 파사트의 판매가격은 2.5ℓ MPI 3,790만원, 2.0ℓ TDI 4,050만원이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드라이버 최해민, USF2000서 "추월 쇼" 펼쳐
▶ [르포]"쌍용 어드벤처", 직접 체험해보니...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