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반일감정 고조, 일본차들 '전전긍긍'

입력 2012년08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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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지인이 전화를 걸어 독일 또는 일본산 SUV의 구체적인 차명을 거론하며 어느 차를 사면 좋겠는지 조언을 청했다. 지인의 차 운행패턴 등을 들은 뒤 하이브리드카인 일본산 SUV를 권했다. 그 후 그 지인과 통화하며 차를 구입했는 지 물었더니 독일차를 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일본하고 시끄러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스러웠다"는 게 이유였다.   

 반일감정이 독도 문제로 고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 땅인 독도를 놓고 일본의 우기기가 또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불법 상륙" 등의 표현을 쓰며 거칠게 항의했고, 양국의 외교관계도 급속히 냉각됐다. 한 술 더 떠 일본에선 위안부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강제로 끌고 간 사실이 없다며 매춘 따위의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일본과의 역사 문제가 터지면 늘 일본차들이 먼저 떠오른다.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일본차도 마찬가지다.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90년대 중반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 토요타가 한국에 진출할 때, 몇 해 전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의 국내 출범 때도 일부 항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분노의 대상이 일본회사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본차 관련 보도에는 어김없이 감정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애국심의 발현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본차들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본차 A사 관계자는 "매우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역사적으로 "피해자" 입장인 한국에서 일본 관련 역사 문제가 터지면 일본기업의 활동이 쉽지 않은 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는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시점에서 이런 상황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하반기 시장공략을 위해 신차 출시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타격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B사도 같은 반응이다.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다 하반기 신차를 준비하는 와중에 독도 문제로 시름이 깊다. 그렇다고 개인이나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기력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는 "심각한 건 판매"라며 "벌써부터 불매운동 얘기가 나돈다"고 밝혔다.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기는 C사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정치적인 목적이 뚜렷한 현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서 상황이 종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문득 지난해 열린 서울모터쇼가 생각난다. 일본 동부북 대지진으로 일본이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인들이 많은 도움을 준 것에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감사를 표했던 일이다. 당시 스바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 나카이 쯔요시 부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한국인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전 임직원은 "땡큐 코리아"라는 뱃지를 만들어 부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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