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메밀꽃밭에 문학향기 그윽하다

입력 2012년09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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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효석문화제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밭으로 구경가자.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는 하얀 메밀꽃과 함께하는 문학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 막이 올라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2012 효석문화제가 바로 그 것. 올해로 열네 번째를 맞는 축제는 평창이 낳은 한국 현대문학의 대가 가산 이효석 선생을 기리고,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가 된 봉평의 토속적인 자연을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떨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의 걸음도 시원하다.’


 바로 그 소설 속 풍경이 고스란히 연출되고 있는 봉평으로,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동이"의 여정을 쫓아 떠나보자. 봉평장터 옆 가산공원 안에는 이효석 선생의 흉상과 그의 문학세계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허생원과 장돌뱅이들이 지친 하루의 여정을 풀었던 객주인 충주집도 이 곳에 있다. 충주집은 원래 봉평 장터입구에 있었으나 이 곳에 복원하고, 예전 자리에는 표지석을 세웠다.  



 객주집 토방을 나와 개울가를 찾았던 허생원이 봉평에서 제일가는 미색인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던 물방앗간에 이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방망이질한다.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에서 일어난 생애 단 한 번의 사랑. 운명적인 그 만남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것일까, 유독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셔터를 누른다. 



 생가 마을로 걸음을 옮기면 그야말로 하얗게 소금을 뿌린 듯한 흐드러진 메밀꽃밭 풍경이 장관이다. 생가를 복원하고 평양에서 살던 푸른집, 북카페, 집필촌 등을 조성한 이 곳은 1930년대의 소설 속 배경을 연출하고 있다. 달빛이 흐뭇한 보름밤이라면 금방이라도 허생원의 나귀가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며 나타날 것만 같다.



 생가 마을 부근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은 아름다운 외관에 귀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대표적인 문학관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가산의 작품세계와 유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문학전시실,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뤄졌다. 



 가산은 1907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태어나 평창초등학교, 경성고보,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마쳤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서‘봄’이 선외가작으로 뽑히기도 했고, ‘도시와 유령’(1928)으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고향 평창에서 많은 작품을 썼던 그는 1940년에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어린 자식마저 잃은 뒤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그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되고 2년여간 투병하다가 1942년 36세로 요절해 고향에 묻혔다. 1998년 후손들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으로 이장했다.

 그는 처음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출발한 뒤 자연적인 모든 사물을 예찬하는 서정적인 문학으로 경향을 바꿨다. 짧은 생애동안 ‘메밀꽃 필 무렵’ 이외에도 ‘향수’ ‘낙엽기’ ‘산정’ ‘황제’ 등 많은 단편과 함께 ‘벽공무한’ ‘화분’ 등 장편소설과 희곡 ‘역사’도 발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메밀꽃이 피었다.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꽃 핀 봉평에 꽃향기, 문학의 향기가 가득하다. 

*맛집


 봉평에는 저마다 최고입네, 자부하는 메밀국수 전문집이 한둘 아니다. 창동리(주유소 뒤쪽)에 위치한 진미식당(033-335-0242)은 요란한 간판이나 외관은 아니어도 예나 지금이나 멀리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특별한 손맛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메밀의 고유한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게 비법이다. 메밀국수와 메밀전병 등을 선보인다.

 *찾아가는 요령
 수도권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이나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 후 원주, 새말을 지나 장평IC에서 나와 봉평 방향 6번국도 8km 지점.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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