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야심작 K3가 본격 출시됐다. 준중형 시장의 독주를 굳힌 현대차 아반떼와 진검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차가 내세우는 K3의 강점은 상품성. 특히 아반떼 대비 동급 기본 품목이 월등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진보한 디자인과 실내공간 등도 K3가 가진 매력이다. 과연 K3는 아반떼를 넘을 수 있을까? 강원 평창 일원에서 K3를 시승했다. 언제나 그렇듯 준비된 것은 최고급형이다.
▲디자인
기아차의 패밀리룩이 반영됐다. 디자인 기조는 차급에 따라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K3의 경우 전면 디자인이 K9을 연상케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위로 치켜올라간 헤드램프는 K3의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전체적인 비율은 현대차 아반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헤드램프가 마치 개구리눈처럼 밖으로 튀어 나온 점, 보닛의 굴곡, A필러가 누운 각도, 쿠페형으로 그려진 루프 실루엣,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트렁크 리드 등이 비슷하다. 차 골격까지 동일한 형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K3만의 독창성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사이드 미러와 A필러 사이에 쪽창을 넣어 시야를 확보한 것. 이 때문에 프런트 도어가 열리는 형태가 꽤 이색적이다. 헤드램프에는 준중형급 최초로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일렬로 늘어선 LED가 빛과 선의 조화라는 기아차 디자인 컨셉트를 잘 드러낸다.
측면은 앞에서 뒤까지 매끈하게 뻗어나가는 선이 인상적이다. 기존 포르테가 보여준 직선의 미학보다 곡선이 가미돼 전체적으로 풍만한 느낌을 준다. 휠베이스는 넓어진 대신 오버행은 짧아졌다.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 요소다. 후면은 리어램프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유행에 따라 LED가 사용됐으며, 엉덩이가 높아진 하이데크 구조를 갖고 있다.
실내 또한 기아차가 매우 신경 쓴 부분이다. 그간 단점으로 꼽혔던 허술한 느낌은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센터페시어 각도다. 운전석 쪽으로 약 9도 정도 틀어져 있다. 손쉬운 조작을 위해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대시보드 표면은 3중겹 처리를 했다. 기아차는 앵무조개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한다. 소재는 꾹 누르면 살짝 안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쓰였다. 촉감이 나쁘지 않다. 이와 함께 센터페시어 주변을 무광 카본 느낌 패널로 감싸고, 계기판 덮개를 가죽으로 덮어 스티치 처리했다. 전반적으로 실내 마감재의 질감이 좋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통일성은 떨어진다. 어딘지 모르게 과하다는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계기판은 상위 차급에서 사용됐던 슈퍼비전클러스터와 대형 TFT 트립컴퓨터 창이 들어갔다. 시원한 시인성이 이전 차급에서도 호평을 받은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여러 기능을 조작하기 위한 스위치들이 달렸다. 다양한 편의장치만큼 숫자도 많다.
실내공간은 호언한대로 넓다. 기아차에 따르면 경쟁차인 아반떼보다 넓다. 실제 뒷좌석에 앉아봤는데, 앞좌석 시트가 어디에 있건 간에 넉넉하다. 운전석 시트는 조금 높은 편이다. 앉은키가 큰 운전자라면 다소 불편할 것 같다. 시트 표면은 천공처리 됐다. 역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앞좌석에는 통풍/열선 시트가 내장됐고, 운전석은 최대 2명을 지원하는 메모리 시트가 마련돼 있다.
▲성능
아반떼와 동일한 감마 1.6ℓ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 140마력, 17.0
㎏·m의 토크를 낸다. 효율은 ℓ당 14㎞(자동변속기)다. 구연비 기준으로 16.7㎞/ℓ, 아반떼의 16.5㎞/ℓ와 비교해 미세하게 앞선다.
시동을 걸었다. 매우 부드러운 아이들링 감성이다.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진동 스트레스도 없다. 발포 충진재와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덕분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가만 있을 때 시동이 걸려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차를 움직였다.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감마 1.6ℓ GDI 엔진은 이미 시장에서 아반떼를 통해 증명됐다. 완성도가 꽤 높은 편. 같은 엔진을 장착한 K3의 주행 성능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하체는 주요 타깃 소비층을 감안해 단단하게 처리했다. 곡선에서 별 무리 없이 돌아나가는 느낌이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스티어링 장력이 조절되는 플렉스 스티어 시스템이 장착됐다. 컴포트, 노멀, 스포츠로 스티어링의 무게감을 바꿀 수 있다. 여성 운전자라면 컴포트, 남성은 스포츠로 놓고 운전하면 알맞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운전의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스펜션 세팅 등은 전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노면의 진동을 잘 흡수하면서 엉덩이를 편안히 감싼다. 승차감과 성능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의 경계선을 잘 조율했다는 생각이다. 제동 역시 민첩하다.
▲총평
기아차는 K3를 통해 준중형차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길 기대한다. 그만큼 상품성에 기대를 걸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현대차 디자인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아반떼와 성능 면에서 차별화가 없는 게 아쉬움이지만 편의장치나 디자인으로 소비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월 판매 목표는 5,000대로 잡았다. 아반떼에 미치지 못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숫자다. 1,492만~1,939만원, 나아가 스노우 화이트펄 외장색(7만원 추가) 기준으로 풀옵션 가격은 2,264만원이다. 그래서 준중형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실제 국내 자동차분류 기준에 따르면 K3는 중형에 해당된다. 가격을 감안할 때 또 하나의 새로운 중형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평창(강원)=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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